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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다름을 존중할 것

이용이 아닌 이해


Words by Selena Takigawa Hoy. Photograph by Gustav Almestål. Styling by Andreas Frienholt.

 

해마다 8월이면, 나는 나무젓가락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 가지와 오이 안에 각각 네 조각씩 꽂아 넣는다. 그리고 밝은 색 종이를 길게 잘라 지그재그 모양으로 접은 뒤, 어린 대나무 잎에 걸어놓은 새끼줄에 붙인다. 우리는 제단에 배를 올리고 향에 불을 붙인 다음, 청동 종을 친다.    오이는 나의 조상님들을 저승에서 이승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모셔오는 말이다. 그리고 가지는 그분들의 방문이 끝난 뒤에 천천히 모셔다드리는 소다. 그분들이 우리 곁에 좀 더 머물다 가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해마다 오봉(양력 8월 15일을 중심으로 지내는 일본 최대의 명절-옮긴이)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 사이를 넘나들기 쉬워지는 기간이기 때문에 독경을 외우고 기도를 하고 정해진 순서에 따른 동작들을 행하는 의식을 거행함으로써 영혼의 이동을 돕는다. 이 절차를 차례로 밟아 나가노라면 나의 모든 감각이 동참하고 추억이 넘쳐흐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는 조상들에게 가까워짐을 느낀다.

외부인의 눈에 이런 불교와 유교가 뒤섞인 관습은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배배 꼬인 종이 뭉치들과 나무 조각을 꽂아 넣은 채소라니.

그러나 우스꽝스럽다는 건 상대적인 거다. 세상 사람들 중에는 이가 빠지면 베개 밑에 넣어두고 밤사이 요정이 찾아와 돈을 주고 그 이를 사가길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벽에 양말을 걸어두고 쿠키를 차려놓은 뒤 사슴 떼와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는 뚱뚱한 할아버지가 찾아와 양말에 선물을 채워두고 가길 바라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결혼식에서 유리를 밟아 깨뜨리기는 사람들도 있고, 아기를 강물에 담그는 이들도 있으며, 화관을 머리에 쓴 이들이 모여 장대에 리본을 감기도 한다.

참된 의식은 우리를 더 깊은 의미에 접근하도록 돕는다. 복잡한 단계들은 삶의 신비를 풀어내는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이들에게 의식이란 것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고 사색적이며 신성하다. 의식에는 역사의 무게로 인한 궤적이 생기기도 한다. 오랜 세월에 닳고 닳은 길을 따라 우리 선조들이 깔아놓은 길을 여행하다보면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에서부터 친숙함이 깨어나게 된다.

그러나 만약 이런 의식들이 그저 피상적으로 이용되고 있고, 당신은 이런 의식들을 그저 바깥에서 들여다보는 외부인이라면 어떨까? 문화의 얄팍한 이용과 진정한 이해의 차이에 대해선 예전부터 말이 많았다. 그 두 가지의 핵심적인 차이는 하나는 힘이 지배하고 하나는 존중에서 우러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전 세계의 의식과 전통’ 같은 키워드로 간단하게 속성으로 검색을 해보면 ‘미친’, ‘기괴한’, ‘요상한’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충격을 주거나 자극하기 위한 낚시용 기사가 난무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끼거나 방어적이 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전통이 잠깐의 재미를 위한 인스타그램 포스트로 전락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이 되어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쓰릴 수밖에 없다.

꼭 그런 식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다른 문화에 열려 있는 새로운 친구들에게라면 기꺼이 자기들의 소중한 전통을 나눌 용의가 있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나와 내 친구는 십대 때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의 작은 아파트를 빌려 지낸 적이 있는데, 우리는 그때 이웃들을 거의 다 초대해서 추수감사절 식사를 함께 했다. 스페인에는 그런 명절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지만 우리 손님들은 감사함과 유쾌함, 그리고 음식을 스스럼없이 즐기고 이해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례로 그들은 섣달 그믐날 빨간색 속옷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의식은 관계에 깊이를 더해준다. 그리고 문화적 교류는 불가피하다. 우리가 행하는 의식 뒤에 숨은 의미를 연구하다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요소들이 더 많다는 걸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사랑을 기념하고, 죽은 자를 기억하며, 중요한 사건을 마음에 새긴다. 그런 교류가 초대, 경청, 그리고 상호적 배려를 통해 이루어진다면 따뜻함과 동지애가 담긴 경험이 될 수 있다.

사흘 동안 이어진 의식의 마지막 날, 우리는 말과 소를 서쪽 방향으로 놓고 침향나무 막대기에 불을 붙인다. “편안히 돌아가세요.” 우리는 조상님들에게 말한다. “내년에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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