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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신세대 연인이 25년이 넘도록 따라온 삶의 철학은 단순하다. 기쁘게 살자, 삶의 어둠은 예술에 쏟아내고.
로스앤젤레스에서 미란다 줄라이로버트 이토에게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즐거움, 내면에 담아둔 이상함을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에 쏟아붓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Photography by Emman Montalvan. Styling by Rebecca Ramsey.

과연 미란다 줄라이가 못하는 일이 있을까? 자칫 예의상 하는 듣기 좋은 칭찬으로 들릴 수도 있어, 줄라이에게 에둘러 물어보았다. 당신에게도 노력했지만 하지 못했거나, 실패한 경험이 있나? 줄라이는 곰곰 생각하더니 20대 때 한 번, 단편영화 3부작을 만들려다 못한 적 있다고 말했다. 3부작의 제목은 <모던 워터(Modern Water)>인데,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 “굉장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굉장히 흥분했었는데,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실패했어요. 그러곤 ‘다신 이러지 말자.’ 다짐했죠.” 그녀가 말한다.

그녀에겐 그런 경험이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30년이 넘는 동안 전방위적인 예술 커리어를 쌓으며, 그녀는 책을 발표하고 (상을 받은 단편 소설집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No One Belongs Here More Than You)』, 『처음 만난 나쁜 남자(The First Bad Man)』), 멀티미디어 공연을 만들었으며 (<러브 다이아몬드(Love Diamond)>, <더 스완 툴(The Swan Tool)>,) 영화를 연출했다. (2005년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미 앤 유 앤 에브리원(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된 2020년작 <카조니어(Kajillionaire)). 그리고 신발을 디자인하고 종교를 초월한 중고품 가게를 열었으며, 인디밴드 앞에 나서 동인지를 공동 발간하기도 했다. 그녀는 16살에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죄수와 서신을 주고받는 이야기로 연극 대본을 썼고, 그리고 25년 후 팝스타 리한나를 인터뷰하러 갈 때 만난 서아프리카 출신의 우버 기사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데뷔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보낸 이메일, 로맨스 소설, 머리와 팔, 다리를 넣을 수 있는 큰 유리섬유 조각 등 다양하다. “가끔은 너무 많은 매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진짜 작가인지, 진짜 영화 제작자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녀가 말한다. “사람들은 한 가지로 명확한 것을 좋아하니까요.”

줄라이는 LA 더스트 스튜디오에서 과거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곳은 자동차 보험 대리점과 싯앤슬립 매트리스 상점 사이에 있는 평범한 사진 스튜디오다. 얼마 전 여기서 보라색 비키니 톱, 검정 비키니 팬츠에 켈리 그린 플래드 재킷을 걸치고 하이힐을 신고 사진 촬영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작은 흰 꽃무늬가 점점이 프린트된 검푸른 유타카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입술은 선홍색이다. 줄라이가 예술가, 작가, 그 밖의 다른 직업을 갖던 초창기부터 배운 한 가지는 “기쁨의 역할”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기쁜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즐거움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고 기쁨이 가치 있다고 여기도록 자라지도 않았어요. 무엇 때문엔가 슬펐을 때 아빠가 말씀하셨죠. ‘슬픔이 흥미롭지 않니?’ 그런 것 같더군요. 슬픔은 꽤 흥미로운 감정이에요. 기쁨처럼 말이죠. 그리고 모든 감정이 다 그래요.”

2020년은 미란다 줄라이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에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이다. 올해 4월, 프레스텔 출판사는 미란다 줄라이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모노그래프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그녀의 작품과 인생을 담은 노트 기록, 동인지, 영화 스틸 등과 함께 릭 무디, 캐리 브라운스타인부터 레나 던햄과 스파이크 존즈에 이르기까지 여러 동료와 친구들의 코멘터리가 실려 있다. 줄라이의 첫 장편 영화 감독작이자 인디 필름계의 총아로 입지를 굳히게 된 <미 앤 유 앤 에브리원>도 같은 달 크라이테리온 컬렉션으로 발매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났던 지난 늦여름,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졌던 그녀의 세 번째 장편영화 <카조니어>는 9월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영화에서 리처드 젠킨스와 데브라 윙거는 LA에 사는 사기꾼과 좀도둑을 (그들의 표적은 다 죽어가는 노인과 작은 우체국이다) 맡아 에반 레이첼 우드가 맡은 그들의 딸에게 어릴 적부터 가족 사업을 이어야 한다고 세뇌한다. 내게는 이런 부모는 구제불능으로 보이지만, 8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줄라이는 훨씬 너그러운 시선으로 본다. 어떤 엄마가 완벽하겠냐는 것이다. “나는 누구라도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거나, 어려움을 겪던 이상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하필 당신 아이의 어린 시절일 수도 있고. 그래서 당신이 겪은 그 한 가지 이상한 일로 인해 규정된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것 같아요.”

줄라이는 이 세 프로젝트를 모두 홍보해야 하지만, 그녀가 사는 LA 역시 다른 세계와 다르지 않은 탓에 집에 머무르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그녀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줄라이와 남편인 인디 영화 감독 마이크 밀스는 학교와 방과후수업의 휴교 동안 양육을 분담하고 있는데, 이는 곧 일할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일상에서 벗어날 여유가 있고, 감정적으로 무너져도 바로 잡을 수 있던 때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감정적으로 무너진 채로 있든지, 아니면 글을 쓰든지 선택해야 하죠. 둘 다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줄라이는 이런 환경에서도 다른 소설을 쓰고, 그녀의 팔로워와 그들의 가족들이 그녀의 지시에 따라 연기한 영화 <조피(Jophie)> 1부를 비롯해 인스타그램을 통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할 시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금 밝히기 어려운 몇몇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과 최근의 (그리 최근은 아니지만) 경찰 폭행 사건에 대해 알리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28만 팔로워에게도 동참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많은 사람처럼, 이 순간을 이용해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은 시민 평등권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에요. 나는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다, 혁명을 통해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설사 어떤 날은 정말 불편하고 방향을 잃더라도, 나는 모든 것을 뒤집는데 몸을 던질 거예요.”

2005년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이 개봉되자, 줄라이는 비교적 덜 알려진 미란다 줄라이에서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와 말을 걸 정도로 유명한 미란다 줄라이가 되었다. 줄라이가 때때로 노인들을 위해 운전해주며 신발 가게 점원 (존 호크스)와 사랑에 빠지는 아마추어 비디오 아티스트로 출연한 이 영화는 비평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예리하게 통찰한 각본” (워싱턴 포스트), “세상을 바라보는 놀랍도록 파격적인 시선”(뉴욕 타임스) 같은 찬사를 받았다. 팬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상하면서도 오랜 여운이 남는 이미지, 즉 두 사람이 서로의 항문에 “계속해서 왔다 갔다” 똥을 싸는 모습을 상징하는 이모티콘 ))<>((을 손목과 발에 새겼다. 줄라이는 월드 프리미어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선댄스 영화제의 파티에서 밀스를 만났다. “아마도 그 모든 것은 내가 그를 만난 바로 그날 시작되었을 거예요. 그래서 말 그대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내 인생이 이렇지 않았다고 그를 이해시킬 수 없었죠.” 그녀가 말한다. “그는 원래의 나를 알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 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야! 내 인생은 이런 식이 아니라고!’”

“슬픔은 꽤 흥미로운 감정이다. 기쁨처럼 말이다. 그리고 모든 감정이 다 그렇다.”

줄라이에게 그녀의 삶에 한 획을 그은 영화를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인지 묻자, 그녀는 절대 다시 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영화 시사회를 마치면 그 영화를 절대 다시 보지 않아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크라이테리온 발매를 위해) 유튜브에서 몇 작품 본 것 같긴 하지만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이걸 해내다니 하면서 감탄하는 타입인 것 같아요.”

그녀가 해냈다고 한 것 중에는 6살짜리 남자아이가 중년 여성과 온라인 채팅으로 섹스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과 10대 여학생 둘이 이웃집 아저씨와 성적인 추파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다. “가끔 누군가 날더러 소아성애자나 뭐 그런 변태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그러면 나는 ‘맞아,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성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만 들으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될 테고, 당연히 불편해지겠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도 있고요. 한편으로, 그때 내가 어리기도 했어요. 나는 늦게 어른이 된 편이거든요. 그리고 당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글을 썼죠. 소녀, 꼬마 아이의 이야기에요. 나 자신을 닮은 캐릭터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잘 알았지만, 다른 인물들의 경우는 막연히 어른이라면 이렇겠지 생각한 것을 느슨하게 표현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해요.” 그녀가 말했다.

이 영화가 개봉되고 몇 년 동안, 적어도 줄라이가 연기한 역할의 위력 덕분에 그녀는 영화 속 크리스틴의 팬들의 마음 속에 크리스틴으로 오래도록 남았다. 크리스틴은 재능있고 창의적이며, 독특하고 자유분방하며, 감정적으로 연약하다. 지나치게 감성적이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안아줄까요?’ 물을 때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연기를 잘했구나 느껴요. 그 캐릭터에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게 하는 무언가 있었나 보다 생각하죠.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에요.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입을 모아 말할 거예요. 아니! 얘는 절대로 당신과 포옹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포옹을 원하는지 아닌지는 상관없이, 줄라이의 많은 작품이 우리가 얼마나 타인과의 관계를 원하며 얼마나 잘 맺지 못하는지 인간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내용을 탐색하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녀의 모노그래프에서 다룬 대부분 작품에 담긴 주제이다. 줄라이는 노트와 일기를 훑어보고 지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분류하는 일을 벽장을 정리하는 것에 비유한다. 곤도 마리에 같은 정리 전문가가 추천할 만한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녀는 정리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자의식을 버리고, 내가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정리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아마 많은 예술가나 작가들이 그런 식으로 자신을 자극하지 않는 일을 할 겁니다.”

줄라이가 눈을 감았다. 위아래로 붉은 옷을 입고 사진작가 앞에 서서 손으로 멋진 동작을 펼쳐 보인다. 프린스 (<1999>)에 이어 두아 리파(<Don’t Start Now>)가 흐른다. 휴식 시간 동안 세트에서 나와 모니터에서 촬영분을 살펴본다. 그녀는 요청하기만 하면 이 세트에서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할 만큼 카메라 앞과 밖을 오갔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차례로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는 법을 배웠다. 실제로 새 모노그래프를 계획하던 초기에 줄라이는 자신에 대해 쓰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녀 역시 작가로서의 오랜 경력이 있으니 다른 누구보다 책에 관련한 프로젝트를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의 이야기를 하게 두기로 했다. 모노그래프에서 다루어진 각 프로젝트는 친구들과 협업한 동료들의 회고가 수반된다. 식료품점에서 연고 네오스포린을 훔치다 걸리자 겁에 질린 나머지 바닥에 오줌을 쌌다던가 (현 에머슨 컬리지 공연예술과 조교수 린제이 비미쉬), 포틀랜드의 젊은 예술가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했던 일에 대한 일화 등 그들이 줄라이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롭다. “내가 삼켜버렸거나 뭐 그런 흥미로운 일들이 더 있어요. 뭐, 세상 사람들이 알아도 괜찮아요.”

한편, 줄라이는 카조니어를 본 사람들의 반응에 흥미를 보인다. 모든 가족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옮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대체로 돈에 대해 걱정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을 모델로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나는 이 영화가 나와 내 가족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대본 초고를 다 썼어요.” 그녀는 이 영화의 주제인 부모의 역할과 양육이 어느 정도는 자신이 느꼈던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서 기인했다고 인정한다. 많은 면에서 그녀의 영화는 극단적으로 표현되었지만, 일상생활을 위한 연습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부분적으로는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고양이가 죽는다는 데 대해 사람들은 아직도 내게 화를 내고 있지만 말이죠.” 그녀가 말한다. 그녀가 언급한 영화는 2011년에 개봉한 장편영화 <미래는 고양이처럼(The Future)>인데, 줄라이는 다친, 말할 수 있는 고양이 ‘포포’의 내레이션과 그를 입양하려는 30대 여성을 동시에 연기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포포는 죽지만, 줄라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생각해요. 그래, 현실은 끔찍하지만, 내 아이는 아직 살아있어. 나는 내 예술에서 어둠을 완벽히 구현하고, 현실에서는 표현하지 않아요.”

“자의식을 버리고,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내 정리 과정이에요.”

“자의식을 버리고,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내 정리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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