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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스테파니 다아크 테일러

 

1825년 최초의 남학생 친목 클럽fraternity 창단 이래, 미국 대학 생활은 의식, 암호, 그리고 그 영향력이 기숙사 담장 밖 너머까지 멀리 뻗어나가는 내부 서열의 관계망에 의해 정의되어왔다. 최근 소위 그리크Greek라 불리는 이런 학생 클럽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대학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스테파니 다아크 테일러는 이 부자연스러운 미국식 관습 형성에 의식이란 것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고찰한다.

영상은 젊은 여성 셋이 대저택의 현관 앞에 서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이 똑같이 맞춰 입은 의상과 머리카락은 8월의 텍사스 남부의 열기를 뚫고 빛나고 있다. 그들은 곧 완벽히 연습해둔 환영 인사를 전한다. 그들의 불가해한 눈빛 아래 눈부신 미소가 반짝인다. 그리고 문을 열자 똑같이 단장한 수십 쌍의 손과 머리가 마치 둑이 무너지듯,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며 모두 광기에 가까운 똑같은 미소를 짓는다. 손과 머리는 마치 보이지 않는 지휘자의 통제를 따르는 것처럼 박자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야!” 함성을 지른다.

효과는 강렬하다. 마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실재의 사막(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현실을 상징. 영화 <매트릭스>에서, 레오가 실재하는 세상에서 눈을 떴을 때 모피어스가‘실재의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는 대사로 인용되기도 했다-옮긴이)에서 날아온 엽서를 받은 것만큼이나 마음을 불편하고 무겁게 때린다. 당신은 화면을 닫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일어서서 영상을 잠시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영상이 끝나면 자동으로 다른 영상이 시작된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똑같은 손들이 나타나 허공을 떠다니며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고, 완벽하게 새하얀 치아가 드러난다. 이런 영상은 수없이 많다.

이것이 도어 스택(door stack: 문을 열면 학생들이 피라미드처럼 쌓여 구호를 외치는 의식-옮긴이), 잠재적 신입 회원들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미국 여학생 클럽에서 주최하는 명예로운 의식이다. “앨라배마대학교, 미시시피대학교, 조지아대학교 같은 남부 대학들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의식이에요.” 버지니아 공대에서 카파 카파 감마 여학생 클럽의 열성 회원으로 활동 중인 렉시 솔로몬의 설명이다. “우리는 도어 스택은 하지 않지만, 신입 회원 모집 두어 달 전부터 노래 연습을 시작하고, 모집 일주일전부터는 매일 5~9시간씩 연습에 몰두해요. 우리 클럽만의 의식인지라 말씀드릴 수 없는 내용도 많아요.” 어쩌다 대충 구경한 사람이 도어 스택을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다고 해도 용서받지 못 할 일은 아니리라. 그러나 그리크 라이프란 아주 진지한 것이다. 미국 최초의 남학생 클럽―1776년, 파이 베타 카파 클럽― 창단 이래 이들은 미국의 정치, 경제, 그리고 상류 사회의 핵심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대통령 중 18명이 남학생 클럽 회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의 총수 자리에 이런 클럽 출신이 포진하고 있다.

고대 귀족 계급의 인맥이나 경제 길드가 존재하지 않았던 나라인 미국에서 남학생 클럽은 회원들이 사회에 진출해 커리어를 쌓아나갈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통된 배경을 제공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막대한 부와 엄청난 권력은 이런 인맥을 등에 업고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미 비슷한 점이 매우 많은 이런 조직의 회원들을 결속시키는 중요한―때론 유일한―요소가 바로 의식이다. (1960년대까지는 백인 남학생 클럽과 여학생 클럽은 공식적으로 인종을 차별했다. 현재는 흑인 남학생과 여학생만 가입할 수 있는 클럽도 몇 개 존재하지만 그 외의 클럽들은 백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이런 클럽의 의식이란 것이 파스텔 바탕에 금빛 그리스 문자가 박힌 폴로셔츠를 입은 여학생들이 벌이는 호들갑스러운 퍼포먼스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는 입회 의식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고 UC 샌디에이고의 시그마 알파 엡실론 출신 졸업생 닐 듀프레이는 말한다. 듀프레이는 무교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다양한 교파의 친구들을 따라 교회에 몇 번 가봤어요.”라고 말한다. “SAE(시그마 알파 엡실론)의 입회 의식은 그런 특징이 좀 있습니다.”

그리크 클럽의 입회 의식이 종교적 색채를 띠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사진작가 앤드류 모이지는 말한다. 모이지가 2018년에 출간한 「미국의 남학생 클럽The American Fraternity」는 모이지가 UC 버클리의 남학생 클럽을 7년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어느 날 그는 버려진 남학생 클럽하우스에서 50년 된 의식 매뉴얼을 발견한다. “의식들은 기독교도의 의식과 유사했어요. 그들은 형제애를 클럽 회원들과 사회의 나머지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더 신성한 유대로 결속시키는 수단으로 보았어요.”라고 모이지는 전한다.

모이지가 확보한 매뉴얼에 따르면, 신입회원을 클럽으로 입회시키는 의식에서 신입회원은 일종의 부활을 경험한다. “일단 ‘죽어서’ 관에 들어갔다가 형제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죠. 일반인이 기독교도로 다시 태어나듯이, 프리메이슨(18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조직-옮긴이)에서도 그런 의식을 거행합니다.”

렉시 솔로먼처럼 듀프레이 역시 클럽의 정책에 따라 소속 클럽의 의식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입회 당시 그의 경험은 적어도 모이지의 설명을 일정 부분 입증해주었다. 시그마 알파 엡실론은 “라호이아[샌디에이고 외곽의 부유한 지역]의 프리메이슨 센터를 장소로 빌립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크 라이프의 의식은 젊은이들이 세상에 나아가 어떻게 기능해야하는지 배우는 데 유용하기도 하다. 솔로몬의 경우, 여학생 클럽의 일원이 되는 과정은 철저한 통제나 감시를 당하는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긴장해서 치와와처럼 벌벌 떨었어요.” 솔로몬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입회 과정의 스트레스를 통과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내가 견딜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보여줬어요. 저는 사회적 압박에 강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건 개인의 작은 승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의식들은 솔로몬이 편안하다고 여기는 유대감을 제공한다. “제게 있어 이 단체의 의식들은 자매들과 나를 연결해주고, 각자가 중요시하는 가치, 그리고 이 조직을 공동 창단한 여성들의 역사와 나를 연결해줍니다.”

듀프레이의 경우, 남학생 클럽의 모집 과정 덕에 구직 인터뷰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비즈니스 캐주얼 면바지와 셔츠를 입는 드레스 코드는 훗날 채용 면접에 요긴하게 쓰였다. “제가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들에서 면접 보는 방법을 초기에 입문한 셈이었어요. 제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법을 이미 배웠거든요.”

입회 이전에 남학생 클럽과 여학생 클럽의 입회 희망자들은 전통적으로 가입 서약이라는 신고식 기간을 거쳐야 한다. 남학생 클럽에서 어떻게 신참들을 괴롭혔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괴담 수준이다. 선배들이 술을 지나치게 많이 먹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지독히 덥거나 추운 날씨에 옷을 홀딱 벗겨 내보내고, 상한 음식, 심지어 대변을 먹이는 것 등이 그런 것들이다.

솔로몬과 듀프레이 두 사람 모두 선배들이 괴롭히는 정도가 무섭거나 위험하다고 얘기하진 않았다. 그러나 괴담이 사실임은 숫자가 말해준다. 1959년부터 2019년 사이, 매년 적어도 한 명이 일명 입회 신고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2005년부터 2013년 사이에만 60명이 사망했다. 가장 지배적 사인은 알코올 과용이었다.

사망에까지 이르는 이런 의식과 차별적인 선발 관행에 대한 조사 이후, 최근에는 많은 학교들이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그리크 라이프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앤드류 모이지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코넬 대학교도 이런 학교들 중 하나다. 그러나 학생의 사망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학생 클럽 졸업생 네트워크는 대학 측의 남학생 클럽 제제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모이지는 밝혔다. 학교에 거액을 기부하던 졸업생은 기부를 철회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고 하버드 대학 같은 경우에는 대학 측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하버드 대학은 캠퍼스 내에서의 그리크 클럽 금지 조항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금지 조항 자체가 차별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리크 문화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은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 이후, 전형적인 그리크 문화의 중심지로 인식되는 남부 대학교의 학생들이 차별적인 입회 절차와 명백한 인종차별 역사를 이유로 들며 그리크 문화 철폐 운동에 동참했다. 내슈빌의 밴더빌트 대학교에서는 델타 타우 델타의 회원 3분의 1이 탈퇴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너무 긴장해서 치와와처럼 벌벌 떨었어요.”

 

렉시 솔로몬의 여학생 클럽인 카파 카파 감마의 대변인은 ‘밴더빌트 대학교의 우리 여학생들의 대부분’은 탈퇴하지 않고 남았다고 밝혔다. 쿠바계 미국인인 솔로몬은 미국 캠퍼스내 그리크 문화의 과거나 미래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지는 않다.  “그리크 단체들은 인종 차별의 역사가 있어요.” 솔로몬은 담담하게 말한다. “그리크 문화를 폐지하려고 노력 중인 학교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최근 들어 저희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책임감 있는 단체가 되고, 유색인종 회원들을 배려하고 그들이 더 환영받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만약 운영진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지난 백여 년간 이런 문화를 개혁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873년 코넬 대학교는 카파 알파 클럽의 입회 의식을 치르는 도중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 모티머 레짓의 죽음 이후 비밀 클럽을 금지했다. 현재, 코넬 대학교 학생의 3분의 1이 그리크 클럽에 소속돼있다. 작년 10월에는 알코올 과용으로 얼룩진 클럽 신고식 이후 18세의 코넬 대학생 안토니오 치잘라의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킬 사건―선배들의 괴롭힘에 의한 학생의 사망 혹은 인종차별적 노래가 담긴 여학생 클럽의 동영상과 같은―이 발생할 때마다 안팎에서 그리크 클럽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곤 한다. 이런 유형의 립 서비스는 그리크 문화만의 얘기가 아니고 결국은 국가의 리더가 되는 미국 여러 단체를 대표한다는 것이 모이지의 견해다. “미국 특유의 모습이에요.”라고 모이지는 말한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되겠노라고 약속하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겁니다. 이런 행위와 미국이라는 나라가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행위는 사실 아주 비슷해요. 그들이 그런 걸 배운 곳이 바로 대학입니다.”

* 그리크 레터 Greek Letter 조직, 혹은 그리크 라이프 Greek life는 미국 대학생들 간의 친목도모와 인맥형성을 위한 조직으로 남학생 클럽인 프래터너티 fraternity와 여행생 클럽인 소로러티 sorority를 통칭하는 말. 그런데 영어에서‘잇츠 올 그리크 (It’s all Greek)는 ‘하나도 이해 못 하겠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우리말로는 ‘이건 나한텐 외계어 수준인데?’ 정도의 의미. 따라서 이 제목은 미국 대학생 조직이라는 의미와 이 문화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필자의 중의적 표현이다.-옮긴이

* 그리크 레터 Greek Letter 조직, 혹은 그리크 라이프 Greek life는 미국 대학생들 간의 친목도모와 인맥형성을 위한 조직으로 남학생 클럽인 프래터너티 fraternity와 여행생 클럽인 소로러티 sorority를 통칭하는 말. 그런데 영어에서‘잇츠 올 그리크 (It’s all Greek)는 ‘하나도 이해 못 하겠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우리말로는 ‘이건 나한텐 외계어 수준인데?’ 정도의 의미. 따라서 이 제목은 미국 대학생 조직이라는 의미와 이 문화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필자의 중의적 표현이다.-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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