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은 디지털 라이프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언어학의 측면에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이모티콘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보다 훨씬 강력하다.” 언어 전문가이자 디지털 통신 전문가 비비언 에반스 박사의 말이다. 2017년에 「이모지 코드Emoji Code」를 쓴 에반스는 가지eggplant와 ‘웃픈’ 이모티콘에서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OKECHUKWU NZELU: 이모티콘은 언어인가? VYVYAN EVANS: 아니다. 언어는 양방향으로 의미 있는 기능을 한다. 우선 ‘단어와 세계’를 짝짓는다. 즉,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는 구체적이거나(고양이 같은 물리적인 존재) 추상적인(이를 테면 페미니즘) 개념을 나타낸다. 둘째로 ‘단어와 단어’ 적합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문법이라는 틀에 들어맞는다. 이모티콘은 단어와 세계를 잇는 기능을 일부만 수행한다. 즉 구체적인 의미만 나타낼 수 있다. 이모티콘으로 고양이를 표현하기는 쉽지만 페미니즘을 형상화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리고 이모티콘은 단어 대 단어의 방향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문법 체계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모티콘은 언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부호라고 부른다. ON: 이모티콘 사용이 법정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언어학은 어떤 작용을 하나? VE: 2015년에 『가디언』의 연락을 받았다. 뉴욕의 17세 소년이 소셜 미디어에 경찰관과 그를 겨누는 세 개의 권총 이모티콘을 올린 사건이 큰 뉴스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뉴욕 경찰청은 이 일을 지방 검사에게 보고하고 체포영장을 발급 받았다. 17세 소년은 9.11 이후에 도입된 테러 금지 법령을 근거로 대배심원단 앞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기소는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이모티콘과 언어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배심원단은 피고에게 이모티콘의 상징적 기능을 통해 총이 경찰을 겨냥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이모티콘의 규정적 기능을 이용해 경찰을 향한 폭력을 선동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현명하게 판단했다. ON: 우리의 이모티콘 사용이 반영하는 다른 언어 원칙이 있다면? VE: 미국 래퍼이자 가수인 리조의 예를 들어보겠다. 도널드 트럼프가 처음 탄핵소추 되었을 때 리조의 탄핵 트윗이 널리 퍼졌다. 그녀는 ‘IM’, 복숭아 이모티콘, ‘MENT’를 붙여 썼다. 이것은 언어학자들이 레부스 원리Rebus principle이라고 일컫는, 세계 최초의 표기법과 같은 방식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기호로 표현하기 위해 추상적인 개념과 유사한 소리를 내는 구체적인 대상(‘복숭아’)을 빌려오는 것이다. 리조는 본인이 5500년 전부터 사용된 표기법을 썼다는 사실을 몰랐겠지만, 이 사례를 보면 인간이 얼마나 창의적인지를 알 수 있다. ON: 2015년에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웃픈 이모티콘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VE: 일부 작가들은 이모티콘을 단어로 보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모티콘을 사춘기 애들 장난으로 치부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디지털 공간에서 의사소통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다. Match.com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이 데이트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섹스도 더 많이 즐겁게 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리지만 이모티콘과 섹스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의사소통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어 온라인에서 공감을 나누기 쉬워진다. 이모티콘 같은 도구는 실제 데이트에서 사용하는 신체 언어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생각을 위한 멈춤 삽입어가 그러니까, 음, 좋은 이유. Arts & Culture 바로잡기: 자연발생설 생명의 기원에 관한 흥미로운 이론 Arts & Culture 너그러워지기 누구나 한때는 어렸다. Arts & Culture 에바 빅터 네이선 마가 에바 빅터를 만나다: 자신의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업계를 바꾸는 캐릭터 코미디언. Arts & Culture Films 일터에서: 샤히라 파미 이집트를 대표하던 건축가는 어떻게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되었을까? Arts & Culture 빨리 부자 되기 파이어 운동의 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