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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보고서: 더 디지털스

세계 최초 디지털 슈퍼모델 에이전시의 운영자를 만나보자.
글 by Allyssia Alleyne.

여성 패션모델을 소개하는 프로필에는 패턴이 있다. 일단 도입부에서는 그녀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모를 묘사한다. 다음으로는 뺨의 주근깨나 벌어진 치아 등 그녀의 인간미를 드러내는 몇 가지 독특한 개성을 언급한다. 그 다음에는 독자가 이미 보았을 가능성이 높은 그녀의 광고, 영화 또는 잡지 등을 열거한다. 최근에는 이런 일반적인 소개 글 뒤에 엄청난 비밀이 폭로되는 프로필이 늘고 있다. 모델이 실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은 지난 몇 년 사이 패션계에 서서히 침투한 컴퓨터 가상 모델이다.

인터넷에서 ‘세계 최초의 디지털 슈퍼모델’이라는 수식어를 단 슈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아마추어 디지털 아티스트로 변신한 영국의 패션 사진작가 캐머런-제임스 윌슨이 탄생시킨 슈두는 2017년부터 인기를 얻었다. 처음에는 나오미 캠벨, 타이라 뱅크스, 알리샤 키스를 포함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날씬한 체격, 우아한 목선, 매끈한 흑갈색 피부를 지닌 그녀의 모습을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그토록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1 2018년에 윌슨이 자신을 그녀의 창조자로 밝히면서 슈두는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얼마 후 윌슨은 〈발망〉의 첫 CGI 광고에 제작자로 참여했고, 슈두는 다른 두 모델과 함께 이 프랑스 패션 회사의 2018년 가을 컬렉션에 등장했다. 그 후 그녀는 〈페라가모〉, 〈삼성〉, 〈렉서스〉의 모델이 되었고 『보그 코리아』, 『WWD』, 『코스모폴리탄』의 화보도 촬영했다. 2019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녀는 홀로그램으로 레드카펫을 걸었다.

2018년 4월에 윌슨은 〈더 디지털스〉를 설립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비즈니스로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는 플러스사이즈 모델 브렌과 영롱한 파랑 피부를 지닌 외계인 갤럭시아 등 일곱 명의 전속 모델이 활동 중이다. 이 회사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수정할 수 있는 맞춤형 모델과 사전에 설정된 모델을 제공한다.

“그냥 아주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블랙 미러」에서 일어날 법한 일 같았다.” 윌슨이 잉글랜드 남부의 해안도시 웨이머스의 자택에서 설명했다. “나는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를 직접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같은 미래에 살고 싶다.”

그와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은 적지 않다. 슈두에 그치지 않고, 세계는 이마Imma 같은 존재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분홍 단발머리의 인플루언서로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한정판 컬렉션의 ‘디자이너’이자 모델로 활약했다. 〈캘빈클라인〉 광고에 출연하고 〈프라다〉와 협업한 미켈라 소사, 일명 릴 미켈라는 3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확보했다.2 작년에 『보그 타이완』과 『보그 이탈리아』는 표지에 맞춤형 CGI 모델들을 실었다. 덕분에 팬데믹 기간에 사진 촬영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를 직접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같은 미래에 살고 싶다.”

 

더 낮은 비용으로 브랜드가 원하는 모습과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이 진짜 모델들의 일자리를 뺏게 될 미래를 조심스레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백인인 윌슨은 초기에 두 배로 역풍을 맞아야 했다. 비평가들은 그가 패션 산업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이용해 현재 활동 중인 실제 흑인 모델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를 형편없이 몰아붙인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슈두가 “피부색이 짙은 모델을 기용하려는 대규모 움직임”을 대표하는 존재라고 항변했다.)

“나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을 뿐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예술 작품을 창조한다는 생각이었다.” 초기에 비난의 대상이 된 윌슨은 이렇게 응답했다. 이제는 돈을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윌슨은 슈두의 성공에 “가능한 한 많은 흑인 여성 크리에이티브를 참여시키려고” 노력한다. 〈더 디지털스〉는 슈두의 모델 포즈와 동작을 인간 ‘뮤즈’에게서 얻고, 슈두의 글은 흑인 작가 아마 바두에게 맡긴다.³

모델들의 생계가 외부 침입자의 위협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 『뉴욕타임스』에 미국 패션 잡지가 “수수하고 젊은 미인 모델에서 영화배우와 토크쇼 진행자 등 세련되게 꾸민 얼굴”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이후에도 비슷한 충격이 있었다. 2016년에 『보그』는 재능은 별로 없지만 팔로어 수가 많은 아마추어들에게 불공평한 가산점을 주는 소셜 미디어 때문에 모델이라는 직업이 ‘몰락’할 것인지에 대해 조명했다.

가상 모델이 대항마로 캐스팅된 것도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엘리트 모델〉이 일루전 2K(오래가지 못하고 지금은 거의 잊혔다)의 얼굴로 웨비 투키를 소개하면서 이 육감적인 금발 모델은 〈엘리트 모델〉에 소속된 실제 슈퍼모델들의 믿을 만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에이전시의 대변인이 언론에 밝혔듯이 “오래 일해도 불평하지 않고, 절대 살이 찌지 않으며, 남자친구, 변호사, 개인 매니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모델이었다. (일루전 2K 출시를 주도한 〈엘리트〉의 공동 설립자 존 카사블랑카스는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 린다 에반젤리스타 등 그에게 돈을 벌어다 준 인간 슈퍼모델들을 혐오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그들을 ‘버릇없는 말썽꾼들’이라 폄하했다.)

( 1 ) 슈두는 ‘남아프리카의 공주’ 바비 인형의 모델이 되었다. 바비의 신체 비율과 똑같은 실제 인간이 있다면 그녀는 네 발로 기어다닐 수밖에 없고 신체구조상 머리를 들 수도 없을 것이다.

( 2 ) 영국 온라인 장터 〈온바이〉의 분석에 따르면 릴 미켈라는 그녀를 만들어준 회사 〈브러드〉에 매년 약 1천만 달러를 벌어다 준다.

“우리는 CGI 모델의 잠재력 가운데

극히 일부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더 디지털스〉가 모델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과장이다. 윌슨 자신이 그렇게 믿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과연 그런 상황을 원할지 모르겠다. 3D 모델은 앞으로도 인기를 더해가고 사용자를 늘려가겠지만… 소비자는 틀림없이 실제 사람, 실제라고 알고 있는 사람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2018년부터 윌슨과 〈더 디지털스〉를 대변한 인플루언서 에이전트 제니퍼 파월은 CGI 모델을 인간 모델과의 관계에서만 바라보면 오히려 그 활용 범위를 제한하게 된다고 본다. “직접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만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CGI 모델의 잠재력 가운데 극히 일부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디지털 인플루언서로서의 역량도, 3D 디자인을 하는 브랜드의 업무 흐름과 디자인 과정,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홍보 등에 기여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윌슨에 따르면 〈더 디지털스〉 업무의 60퍼센트는 3D 이미징 소프트웨어로 패션 브랜드에서 시제품을 디자인할 때 내부적으로 사용할 가상 핏 모델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샘플 생산 과정에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가 진짜 모델들을 퇴출시킨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은 많은 회사에서 그저 따분한 내부용 시각화 같은 작업을 위해 CGI 모델을 원할 뿐이다. 의류 제작에 이용되는 3D 마네킹도 있지만 사실성의 측면에서 완성도가 별로 높지 않다.”

그가 보기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여행과 모임에 제한이 생기자 브랜드들은 기존 화보 촬영과 패션쇼의 대안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 “업계 내에서 3D의 도입이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더 디지털스〉는 봉쇄령으로 온라인 소비가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여름에, 극비로 진행 중인 협업을 통해 전자상거래에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경우 현장 촬영보다 훨씬 비싸고 느리다. 하지만 혁신적이다.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방식으로 작업하고 형상화할 수 있다.” 윌슨이 설명한다.

패션 블로거 브라이언보이와 신시어리 줄스 등 인간 고객을 보유한 파월은 패션 브랜드들이 광고에서 인간을 CGI로 전면 대체하는 것보다 “색다른 아티스트들과 색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본다.

사실 브랜드들은 이미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 모델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4 작년에는 닉 나이트가 제작한 〈버버리〉 광고 동영상에 켄달 제너의 CGI 버전이 출연했다.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이리나 샤크, 이만 하맘은 모두 가상 스타일링 게임 ‘드레스트Drest’에 자신의 디지털 아바타 사용을 허락했다.

“그냥 다른 종류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파월이 말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그것들이 진짜인가? 아니다. 하지만 그 스토리텔링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나? 나는 CGI 모델들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본다.”

 

( 3 ) 〈더 디지털스〉 웹 사이트에서 바두는 뮤즈로 소개된다. 그녀는 “사람들이 슈두의 이야기를 읽고 지금껏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친밀한 관계를 맺기 바란다.”고 썼다.

( 4 ) 인간도 디지털 디자인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2019년에는 어느 블록체인 보안 전문가가 아내를 위해 디지털 드레스 한 벌을 9천 5백 달러에 구입했다.

( 1 두는 ‘남아프리카의 공주’ 바비 인형의 모델이 되었다. 바비의 신체 비율과 똑같은 실제 인간이 있다면 그녀는 네 발로 기어다닐 수밖에 없고 신체구조상 머리를 들 수도 없을 것이다.

( 2 영국 온라인 장터 〈온바이〉의 분석에 따르면 릴 미켈라는 그녀를 만들어준 회사 〈브러드〉에 매년 약 1천만 달러를 벌어다 준다.

( 3 〈더 디지털스〉 웹 사이트에서 바두는 뮤즈로 소개된다. 그녀는 “사람들이 슈두의 이야기를 읽고 지금껏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친밀한 관계를 맺기 바란다.”고 썼다.

( 4 인간도 디지털 디자인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2019년에는 어느 블록체인 보안 전문가가 아내를 위해 디지털 드레스 한 벌을 9천 5백 달러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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