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

인간은 우주에 약 3만 4천 개의 물체를 남겼다. 짐작 가능한 물체(인공위성)도 있지만 뜻밖의 물체(폐기된 케이블 타이, 일론 머스크 개인의 〈테슬라 로드스터〉)도 있다. 우주 고고학자 앨리스 고먼 박사는 이 ‘우주 쓰레기’와 그것이 인류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알려주는 진실에 매료되었다. 고먼은 모국인 호주에서 원주민 고고학 연구로 이 분야에 발을 들였다. 2002년 어느 날 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우주에는 고고학적 기록과 유산의 가치를 지닌 쓰레기가 잔뜩 떠돌고 있음을. 요즘 고먼은 ‘우주 쓰레기 박사’로 통한다. 최근의 저서 「우주 쓰레기 박사 대 우주: 고고학과 미래Dr Space Junk vs The Universe: Archeology and the Future」에서 그녀는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를 새롭게 바라볼 시각을 제시한다.

SALA ELISE PATTERSON: 고고학은 우주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가?

ALICE GORMAN: 우주가 갖는 의미는 백만 년 된 유적지와 다름없다. 나는 인간이 물체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나는 행동과 변화의 대규모 패턴을 관찰한다. 나는 우주, 기술, 다양한 환경, 이를 테면 지구 궤도의 미세 중력에 관심이 많다. 그것은 인간이 움직이는 방식, 인간이 사물 및 기술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인간이 하는 행동을 이해하는 동시에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면 인간이 지구에서 활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안목을 얻을 수 있다.

SEP: 당신은 인류가 우주에서 새 출발을 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실현될 거라 보는가?

AG: 지구상에 만연하는 불평등과 갈등이 우주에서는 사라질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사람들은 우주로 나간다고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다. 이를 테면 국제우주정거장을 보면서 나는 여성의 몸에 대한 배려 없이 지어졌다고 느꼈다. 당신이 사는 건축물의 형태와 그에 따른 사회적 관계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나는 사람들이 서구 자본주의의 핵가족 모델을 탈피하여 사고하는 징후는 전혀 본 적이 없다. 결국 고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우주에 나간다고 나아질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SEP: 인간은 우주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가?

AG: 내가 보기에 무생물계는 인간이 이용하고 지배할 자원에 불과하다는 15세기적 사고방식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구의 자원이 오로지 인간에게 쓰이기 위해 존재한다는 개념을 둘러싼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다. 최근까지는 우주를 인간의 효용과 관계없이 존재할 권리가 있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환경으로 여기는 경우가 없었다.

SEP: 우주와 환경보호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AG: 우주 쓰레기가 우주 환경에 미치는 영향보다 우주를 이용하는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걱정이 지배적이다. 대신 나는 고고학적 관점에서 이렇게 묻는다. 우주 환경은 어떻게 변했나? 인간이 우주에 갖다놓은 온갖 물건과 자연물, 우주 먼지는 어떻게 섞여 있는가? 그 먼지의 샘플을 채취해 그중에 인공적인 물질이 어느 정도인지, 그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구의 어떤 성분이 우주 먼지로 유출되는지 조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환경 변화를 추적해야만 답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물질이 완전히 다른 형태의 환경인 우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는 과정은 내게 매우 흥미롭고 신선한 관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