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야외 온천의 차가운 공기를 쐬면 드러난 살이 경직된다. 여름날 목덜미에 닿은 얼음처럼 놀라움을 안긴다. 하지만 어서 몸을 담그라고 물이 손짓하면 무언가 어린아이 같은 감정이 몸을 사로잡아, 어느덧 부력에 몸을 맡기고 고요한 상태로 물에 잠겨들게 된다. 온천에 발끝을 담그는 순간, 무방비 상태로 벗고 있어도 괜찮다고 안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벗은 몸을 바깥에 드러내놓는 짧고 어색한 순간도 곧 잊는다. 따끈한 물이 나를 감싸 안는다. 피부 구석구석까지, 물보다 더 속속들이 밀착해오는 건 없다.
몸은 깨어 있는 동안의 긴장감과 잠든 사이의 평온함 사이를 오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몸이 의식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잠깐이나마 의식을 내려두고 휴식기가 찾아오면, 사람은 주변을 돌아보고, 듣고, 느끼고, 행복을 만끽하고, 즐거워질 수 있다. 겉보기에는 무게가 없는 듯한 물속에서, 의식은 본연의 기능을 모두 잊고 단순한 존재감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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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s’ Assistant Garry Belinsky
Styling Trinette Reed
Production Saul Germaine
Model Andrea Margaret
Special thanks to Wilbur Hot Spr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