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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원리를 따르다

Ludwig Múzeum Budapest / fotó: jozsef.rosta@gmail.com

사고실험의 유용성


Words by Stephanie d’Arc Taylor. Photograph by Dóra Maurer: Reversible and Interchangeable Phases of Motion No. 6, 1972. Courtesy of József Rosta / Ludwig Museum.

철학자 스테파노 갈레니는 할머니 세대의 지성인과 다르다. 물론, 그도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이로써 인문학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들은 철학자들의 전통적인 산출물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들이 더 잘 사고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해 갈레니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는 수프를 소재로 한 비디오 게임이다.

일명 수프 게임, ‘Something Something Soup Something’이라는 이 게임은 2078년을 배경으로 플레이어가 지구의 식민지가 된 외계인 노동자들의 생산량을 감독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외계인이기 때문에, 그들은 주어진 과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포크가 제공된 모자에 담긴 배터리와 크루통을 넣은 거품 액체”부터 “스푼이 제공된 코코넛에 버섯을 넣은 걸쭉한 액체”까지 외계인이 생산하는 각각의 품목들을 수프인지 아닌지 분류해야 한다. 게임이 끝나면 플레이어 각자의 수프 기준이 제시된다. 이를테면 “수프는 어떤 도구로도 먹을 수 있다.”거나 “수프는 철저히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같은 식이다.

갈레니의 게임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게임들은 고전 철학자들의 사고실험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된 버전이다. 이러한 게임의 목표는 사상가들이 이론상의 난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펼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의 상황은 실제 유사한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지적 훈련을 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생각해 보게 한다.” 갈레니는 말한다.

사고실험은 종종 교육상 보조수단으로 사용되어왔다. 예를 들어, 슈뢰딩거의 고양이 퍼즐은 한 불행한 고양이의 죽음을 상상하며 보통 사람들이 양자역학을 소화하게 할 의도로 고안되었다.1 다른 사고실험은 윤리성에 대한 의문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트롤리 딜레마는 다섯 사람이 선로에 묶여 있는데 고장난 트롤리가 달려오고 있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릴지 묻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사람들이 트롤리에 받히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방향 전환 레버를 당겨 다섯 사람 대신 근처에 있던 불운한 한 영혼의 희생으로 끝낼 것인가?

양자역학은 뛰어난 소수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일 수 있지만, 기술의 진보가 우리를 점점 더 진흙탕에 몰아넣고 있는 이 시대에서 윤리성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일상에 중요한 가치라고 갈레니는 말한다. 실제로 MIT의 모럴 머신은 자율주행차 알고리즘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할 목적으로, 트롤리 딜레마와 유사한 생사여부 결정을 묻는다. 이 게임에서 할머니나 아기를 치겠다는 당신의 선택이 결국 미래의 자율주행차가 내릴 “결정”이 된다.2

플라톤의 동굴 우화가 실제로 동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수프 게임도 실제로는 수프에 대한 게임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위기는 사회적 책임과 시민의식 형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갈레니는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수프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함으로써 다른 신념에 대해 더욱 비판적으로 생각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게임은 사람들이 한 번도 깊게 생각하지 않던 관념을 의식하게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목표이다.”

NOTES

1.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방사능이 무작위로 방출되는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가 있다고 상상한 실험이다. 상자를 열지 않으면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으므로, 그 고양이는 (어떤 의미로는) 죽었으면서도 살아있는 상태가 된다. 이 원리는 양자물리학계 한 학파의 기발함을 보여준다. 과학 이론은 실험을 통해 증명되기 전까지는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2. MIT 모럴 머신 연구원들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참가자가 대의를 위해 승객들을 희생시키고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기를 원하는 자율주행 차량을 승인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은 그러한 차를 사지 않을 것이며, 자신을 보호해줄 차량을 선호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는 더 윤리적인 차를 사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NOTES

1.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방사능이 무작위로 방출되는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가 있다고 상상한 실험이다. 상자를 열지 않으면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으므로, 그 고양이는 (어떤 의미로는) 죽었으면서도 살아있는 상태가 된다. 이 원리는 양자물리학계 한 학파의 기발함을 보여준다. 과학 이론은 실험을 통해 증명되기 전까지는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2. MIT 모럴 머신 연구원들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참가자가 대의를 위해 승객들을 희생시키고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기를 원하는 자율주행 차량을 승인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은 그러한 차를 사지 않을 것이며, 자신을 보호해줄 차량을 선호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는 더 윤리적인 차를 사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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