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룸

반야(러시아식 사우나), 함맘(터키식 목욕탕), 대중목욕탕, 스파, 센토(일본식 공중목욕탕), 찜질방, 한증막/스웻롯지(sweat lodge: 과거 인디언들이 땀을 빼는 의식을 하던 돔 형태의 텐트-옮긴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언젠가는 지친 여행자의 발길이 닿게 되는 곳이 있다. 물, 스팀, 그리고 벌거벗은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조합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오락, 위생, 영적 깨우침, 혹은 사회적(그리고 때로는 육체적) 교류를 위해 이 각각의 장소는 다양한 기준에 따라 다른 곳과 뚜렷이 구별되는 공간, 규칙, 그리고 의식을 갖추고 있다. 어떤 목욕 문화는 복된 지형의 우연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바위로 둘러싸인 아이슬란드의 온천 풀이나 고상한 일본의 온천을 떠올려보라! 유럽의 호화로운 스파처럼 사치를 조장하는 곳도 있고, 핀란드의 사우나나 러시아의 반야처럼 평등주의 정신을 조성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향락주의와 금욕주의, 쾌락과 미덕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가는 다양한 문화적 공통점들도 존재한다. 외진 러시아 마을과 개인 주택 중에는 아직도 전통적인 반야를 갖춘 곳도 있지만 반야는 17세기 유럽을 선망하는 도시 엘리트 계급에 의해 차츰차츰 좀 더 세련되게 변모해갔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는 당연히 유명한 선례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의 목욕 문화의 전통은 고대 로마에 뿌리를 둡니다. 고대 로마의 문화가 비잔티움을 통해 오늘날의 러시아 지역으로 전파됐죠.” 「반야가 없다면 우리는 소멸한다Without the Banya, We Would Perish」의 저자이자 브라운 대학교에서 역사와 슬라브학을 가르치는 에단 폴록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가 러시아에서 볼 수 있는 도시의 공중 반야 중에는 시골의 한증막(스웻 롯지sweat lodge)과 도시의 대중탕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특징을 가진 곳들이 종종 있다.

러시아의 반야에서 목욕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자작나무 잎과 가지로 엮은 다발로 서로의 몸을 두드려준다. 그렇게 공기 중의 열기를 몸으로 전달한 다음, 뜨거운 돌에 찬 물을 뿌려 스팀이 올라오게 한다. 반야 내부의 온도는 화씨 200도(섭씨 93도)까지 치솟고, 이렇게 해서 땀을 낸 사람들은 냉탕에 몸을 담근다. 성별을 늘 구별하는 것은 아니며 목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몸이다.

중세 직후 근대 서유럽 초창기에는 대중목욕탕을 문화의 퇴보이자 음란한 곳으로 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대중탕을 남녀와 계급이 뒤섞이고 교류하는 죄악―교회의 주도로 유럽 대륙에서 뿌리 뽑았던―과 전염병의 소굴로 보았다. 도덕적 공황이 뒤따른 것은 물론이다. 1980년대에 뉴욕의 동성애자 사회에서 에이즈가 빠른 속도로 전염되기 시작하자 뉴욕의 게이 목욕탕이 폐쇄됐다. 뉴욕시 성병 통제 사무소의 예후디 M. 펠먼 박사가 전염병의 원인이 ‘대중탕의 파이프에서 나온 벌레들’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내 수도시설과 개인 욕실의 발전이 대중탕의 위생 기능을 대체하며 그들의 존위를 위협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 걸쳐 대중탕과 목욕 문화는 당당히 건재함을 입증했다. 핀란드에는 국민 두 사람당 한 명 꼴로 사우나가 분포돼 있고, 최근에는 고대의 굴뚝 없는 스모크(연기) 사우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의 반야는 러시아 혁명, 계획 경제,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그리고 자본주의로의 회귀라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모두 다 버텨내고 살아남았다. 대중탕에는 분명 무언가 전 세계적인 보편적인 매력이 존재하는 것 같다. 땀, 장벽의 해체, 그리고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의식의 배합이 주는 강렬함 때문일까? 폴록 교수에 따르면 대중탕의 힘과 매력은 다양성과 융통성에 있다고 한다. “대중탕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그때 그곳의 시대정신에 걸 맞는 전통에 맞춰 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차르와 소작농, 학생과 퇴직자, 예술가와 사업가, 혁명가와 반동분자들이 사업을 위해서든 여가를 위해서든 자주 드나들었던 대중탕은 조용한 명상과 떠들썩한 유흥에 똑같이 알맞은 장소였다. “만약 대중탕이 그저 몸을 씻기 위한 공간이었다면,” 폴록 교수의 결론은 이렇다. “진작 사라졌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