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어느 날부턴가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일이 말도 안 되게 어려워진다. 서로 다른 일정, 이동 거리, 그리고 일(혹은 일에 지친 몸의 회복을 위해 늘어져 있는 시간) 때문에 친구와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 점차 줄어든다. 어느 정도까지는 성장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알토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의 연구진은, 25세가 넘으면 사람들은 더 친밀한 관계에 집중하기 위해 적당히 친한 친구들은 정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에게 여전히 중요한 사람들을 만날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의 우정에는 남다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언어, 우정 팔찌, 혹은 암호 같은 어린 시절의 의식들이 유치해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의식이 바로 공동의 유대를 돈독하게 형성하는 요소이다. 성인이 된 후의 우정에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상대가 당신을 친한 친구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어쩌다 한 번씩 얼굴만 보는 가벼운 사이로 생각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엔, 우정 목걸이를 맞추지 않고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집까지 같이 버스를 타고 온다거나 함께 밤새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특별할 건 없지만 그래도 참 중요했던 어린 시절 우정의 일상은 어떨까? 어린 시절의 우정을 매우 특별하게 느끼게 해준 이런 반복적인 의식은 현재에도 당신의 우정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작가 비비안 고르니크는 본인의 회고록, 「이상한 여자와 도시The Odd Woman and The City」에서 자신이 제일 친한 친구와 함께 20년에 걸쳐 이어온 단순한 합의 사항을 공개했다. 함께 하는 산책, 저녁식사, 그리고 영화 감상이다. ‘우리의 이 의식은 우리가 나눈 그 어떤 대화보다도 만족스러운 것이고, 단 한 주 빠지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다.’라고 그녀는 적었다.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계속 무언가를 계획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그것이 전화 통화이든, 함께 술 한 잔 하는 것이든, 동네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는 것이든 간에, 예를 들어 수요일 저녁 6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약속된 시간임을 기억한다면 귀찮고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애틀랜틱>의 가족관련 기사 편집자 줄리 벡은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다. ‘우정 파일’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며 그녀는 지속적인 우정의 열쇠는 함께 공유하는 의식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어떤 의식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그저 그들이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줄리 벡은 이메일을 통해 이렇게 전했다. 그녀는 달리기 클럽을 함께 하는 친구들, 매년 휴가를 함께 계획하는 친구들, ‘파워포인트 파티’를 개최하는 중학생 친구들, 그리고 <피플> 지를 함께 읽는 시간을 설레임 속에 기다리는 뉴욕의 한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친구와의 약속이나 만남을 미루기는 너무 쉽죠. 그래서 일상적인 습관 안에 만남을 집어넣으면 얼굴 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벡은 파워포인트 파티―각자의 관심사를 서로에게 발표하는 자리―라는 아이디어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나머지 본인도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들과 같은 모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 당신도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보시라. 친구들과 우정을 유지하기 위한 색다르고 기발한 방법이 얼마나 많은지! 아마 놀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영원한 우정 오랜 우정을 위한 새로운 의식 Arts & Culture 의식과 작별하기 의식과 작별하기 Arts & Culture Go 온라인 디지털 의식을 위한 에티켓 Arts & Culture 의도를 품을 것 의식과 루틴 / 일상습관을 구별하는 법 Arts & Culture 다름을 존중할 것 이용이 아닌 이해 Arts & Culture 에세이: 열린 관계 테라피가 대중적 오락이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