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 단어의 의미는 변화하게 마련이고, 그 방향은 변화를 불러온 문화에 대한 비밀을 드러낸다. 양가성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나는 개의치 않는다.”는, 자신에게 별 의견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본디 이 단어는 모순된 감정과 태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양가성은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가 ١٩١٠년에 만든 의외로 젊은 단어다. 곧바로 프로이트가 이 단어를 받아들였다. 그는 특히 같은 인물에 대해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품는 양가성을 인간의 본질적인 경험이라고 보았다. 프로이트의 요지를 이해하기 위해 꼭 그의 논문을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형제자매만 있으면 충분하다. 어린이를 주로 연구한 위대한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한층 감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녀에 따르면 유아기에는 아직 부모를 우리와 별개의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를 안아주는 ‘좋은’ 어머니와 우리를 내려놓는 ‘나쁜’ 어머니만 있을 뿐이다. 성장 과정에서 이 두 어머니가 같은 인물의 다른 면모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양가성에 대한 우리의 길고 실망스러운 여정이 시작된다.¹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양가성을 두려워한다. 당연하지 않을까? 흠모하는 대상에게 냉정히 거부당할 수도 있는 감정과 욕망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의 모순을 자각하면 삶은 풍성해질지언정 마음은 힘들어진다. 인생에서 겪는 가장 탁월한 기쁨들은 그런 고충을 없애주겠다고 약속하는 것 같다. 사랑에 푹 빠지면 우리는 연인의 허물을 보지 못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영원히 잃었다고 생각한 것을 되찾아주었다며 상대를 숭배한다. 하지만 우리의 양가감정은 어느 순간부터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저마다의 생각이 있듯이 우리의 연인에게도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부는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그 희망은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치가 생겨난 이후로 항상 옳고 그름이 단순 명확했던 그리운 과거로 복귀하겠다고 약속하는 정치인들이 존재했다. 우리는 그 말이 옳았음이 증명되어서가 아니라, 우리 역시 말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그런 시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들의 약속을 덥석 믿어버린다.٢ 온라인에서는 대체로 양가성이 금지되어 있다. 우리 안의 양가성을 부정하고 타인 안의 양가성을 공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우리가 어느 편인지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심각한 불의가 판치는 곳에서 양가성을 느끼며 시간을 낭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안도감은 양가감정의 피난처다. 친구들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 우리에 대한 그들의 사랑, 우리의 양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가 하는 말을 받아들인다. 그 보상으로 그들은 우리에게서 검열을 거치지 않은 친밀감과 웃음을 얻는다. 언젠가 내가 찾아간 정신분석 전문가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의 양가성을 부정하면 자아의 횡포를 불러오게 되고 타인의 양가성에 편협하면 전체주의에 이르게 됩니다.”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껏 이런 길에 빠졌다.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과 생각을 구별하면 그런 길을 피할 수 있다. 우리는 선량한 이들에 대한 분노와 악랄한 사람들에 대한 호감을 인정하고 마주해야 한다. 꿈의 줄거리가 그렇듯 이런 감정은 그 첫인상과 같은 법이 없다. 불의에 대한 무관심은 옳지 못하다. 우리는 살면서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심오한 문제에 대해서도 양가성을 갖는 것이 인간이다. 그 차이를 깨닫는다면 세상은 한결 아름다워질 것이다. NOTES 1. 양가성은 성차별을 판단하는 유용한 기준이 되었다.1990년대 후반에 피터 글릭과 수전 피스크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존재를 확인하여 성차별 여부를 섬세하게 밝히는 ‘양가적 성차별주의 척도’를 개발했다. 2. 정치적 양가성은 무관심을 뜻하지 않는다고 이해해야 옳다. 양가적 유권자는 두 가지 모순된 개념이 양립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이를 테면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강한 신념과 국가가 특정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는 기대는 동시에 가질 수 있다. NOTES 1. 양가성은 성차별을 판단하는 유용한 기준이 되었다.1990년대 후반에 피터 글릭과 수전 피스크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존재를 확인하여 성차별 여부를 섬세하게 밝히는 ‘양가적 성차별주의 척도’를 개발했다. 2. 정치적 양가성은 무관심을 뜻하지 않는다고 이해해야 옳다. 양가적 유권자는 두 가지 모순된 개념이 양립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이를 테면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강한 신념과 국가가 특정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는 기대는 동시에 가질 수 있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단어: 해명 모든 설명을 종결시키는 설명 Arts & Culture 패자에 관하여 실패에 관한 신선한 시각. Arts & Culture 잠 좀 그만 자 수면 정복을 위한 노력. Arts & Culture 엘리자베스 더글러스 인터넷 윤리를 옹호하는 위키하우 CEO. Arts & Culture 단어: 우마렐 건설 현장을 감시하는 남자들 Arts & Culture 로봇이 아닙니다 당신이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