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기

지중해 식단은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식단으로 칭송받는다. 이 지역에서 사랑받는 올리브 오일, 채소, 견과류, 해산물을 주재료로 만든 요리에 가끔씩 레드 와인을 곁들이는 건강과 장수의 식단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일견 느슨해 보이는 이 처방에도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다. 첫째, 증거가 의심스럽다. 지중해 식단을 향한 믿음은 대부분 2013년에 실시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 PREDIMED로 강화되었다. 참가자 가운데 약 20퍼센트가 무작위로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연구는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다.

더구나 지중해식 식단이 실제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의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지중해를낀 22개국에 속하는 튀니지, 이스라엘, 알바니아의 식습관은 서로 크게 다르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지중해식 식단과 가장 관계가 깊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이들 지역 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리브 오일 의존도가 지역마다 달라, 북부에서는 요리용 기름으로 라드를 더 선호한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신선한 로즈마리, 잘 익은 토마토, 통통한 무화과로 유명한 이 나라들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이제는 가공식품, 고기, 포화지방을 더 많이 섭취한다. 이미 2008년부터 『뉴욕 타임스』에는 ‘패스트푸드, 지중해 식단을 굴복시키다’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¹

특정 식단을 추구할 때의 문제는 식단들끼리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케토 다이어트는 저탄수화물 고지방을 권한다. 하콤Harcombe 다이어트는 칸디다균을 피하라고 지시한다. ‘클린Clean’ 다이어트는 설탕과 가공식품을 악으로 취급한다. 무엇보다 2020년에 『영국 의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모든 식단의 기대 효과는 1년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지중해식 식단이 조금이나마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유연성 때문이다. 이 식단은 빡빡한 처방이기보다 느슨한 지침이다. 하지만 외식으로 연어 한 토막과 그리스식 샐러드를 먹는다 해도 아테네 앞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을 먹을 때만큼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는 없다. 어떤 식단에서든 건강상의 이점에 초점을 맞출 때의 가장 큰 문제는 타파스, 안티파스티, 올리브 한 그릇, 돌마 한 접시가 주는 기쁨처럼 식사에서 얻을 수 있는 즉각적인 이점은 종종 무시된다는 점이다. 지중해인들의 긴 수명은 여럿이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와 음식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그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