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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만큼 기억을 일깨우는 것은 없다. 꽃향기는 우리를 어린 시절 여름날의 추억으로 가득 채운다. 누군가에게는 저 먼 곳에서 보낸 휴가 때를 회상하게 한다. 이런 노스탤지어는 프랑스 천연 향수 브랜드 〈오르메〉를 설립한 어머니 마리 리즈 조낙과 아들 바티스트 부이그가 꿈꾸는 향기의 주성분이다. “사람들에게 원하는 감각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가장 깊이 새겨진 감각의 힘을 빌려야 해요.” 부이그가 설명했다. “우리는 우리가 알던 장소와 사람들에게서 늘 영감을 얻습니다.”

〈오르메〉 컬렉션의 일곱 가지 향기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가족 앨범을 뒤적여야 한다. 부이그와 조낙은 대부분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았다. 비록 세대는 다르지만 프랑스 시골에 있는 같은 학교를 다녔고 프랑스 남쪽의 같은 여름 별장에서 휴가를 보냈다. “가족과 함께 향수 만드는 일을 할 때는 같은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는게 당연해요. 냄새와 관련된 같은 기억을 갖고 있으니까요.” 부이그가 말했다. 그는 〈오르메〉 파리 지사의 서랍에서 샘플 용지를 꺼내 ‘파피에 카르본’을 뿌렸다. 부이그와 조낙의 어린 시절 교실을 연상시키는 톡 쏘는 나무 향에 먹지, 나무 널빤지로 마감된 도서관, 운동장에서 먹던 감초의 맛이 가미된 향수다. 잠시 후에 그는 용지를 어머니에게 건넸고 두 사람은 앉아서 눈은 감은 채 향을 음미했다.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는 성격이라 같이 일하기가 편해요.” 조낙은 꼭 그녀의 아들처럼 말씨가 사근사근하고 조곤조곤하다. “경쟁 같은 것도 없고요.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우리 둘의 최대 관심사예요.” 2018년 11월에 〈오르메〉를 정식으로 런칭한 이후로 두 사람의 사이는 더 끈끈해졌다. “사실 이렇게까지 붙어있어 본 건 처음이에요.” 부이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지난 25년간 조낙은 글로벌 브랜드의 향수 상담사로 일하느라 오랫동안 집을 비우곤 했다. 그럴 때 부이그는 조낙의 부모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냈다. 어머니는 터질 듯 빵빵하게 채운 가방을 갖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우리 집에는 향수병 천지였어요.” 조낙은 이렇게 회상했다. “가족, 이웃, 미용사에게 끈질기게 새로운 향수를 들이밀고는 의견을 물었거든요.”

오르메는 느릅나무 숲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천연 재료만을 사용하겠다는 제작자의 고집이 담긴 이름이다.

갖가지 향기와 더불어 살던 어린 부이그는 시간이 나면 할머니의 정원에서 딴 꽃으로 장미 에센스를 만들었다. 베어낸 나무로 조각품을 만드는 할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그 나무 내음이 부이그에게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이었다. “저는 항상 한 가족이 몇 대에 걸쳐 창조성을 공유하는 가정을 꿈꿨어요.” 부이그가 설명했다. “그런 노하우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멋진 일을 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결국 유럽과 아시아에서 패션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일을 하던 부이그는 한동안 구상한 아이디어를 2016년 봄에 어머니에게 설명했다. 둘이서 힘을 합쳐 합성 물질이 없는 100퍼센트 천연 향수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자는 제안이었다.

부이그의 제안이 조낙은 영 미덥지 않았다. 수십 년간 전문가로 살아온 경험에 따르면 현대의 유명 향수는 전부 합성 분자로 제조된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부드러운 향기를 전해주기” 때문이었다. 순수한 천연 재료에서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공정이 상당히 까다로워질 터였다. 영향력 있는 향수 전문가들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에는 천연재료에 깊은 열정이 있고 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조향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조낙이 설명했다. “그들은 어떤 천연재료로 합성향을 대체할지 알아내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탑, 미들, 베이스 노트 사이에 빈틈이 있는 듯이 조화롭지 못한 조합이 나올 위험이 있거든요.”

부이그와 조낙이 하는 일에는 인내와 헌신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혼합 과정에서는 테스트와 테스트 사이에 다섯 주를 기다려야 하므로 개발하는데 여러 주가 걸릴 수 있다. 합성 성분을 사용하면 그 작업은 5분이면 끝난다. 조낙이 그라스의 향수 판매점, 조향사들과 연락하는 사이 부이그는 프랑스 전역의 꽃 재배농들을 찾아다니고, 앵프리므리 뒤 마레 Imprimerie du Marais라는 라벨 제작을 의뢰하고, 조각으로 장식할 향수병 제조 기술자를 물색했다. 향수병은 30퍼센트 재활용 유리와 재생 가능한 숲에서 구한 비치우드로 만들었다. 결국 부이그와 조낙이 모든 제조 공정에 쏟은 정성은 보상을 받았다. “우리 향수에서는 꽃을 가꾸는 사람들을 느낄 수 있어요.” 부이그가 말했다. “그래서 시적인 감흥을 일으키죠. 우리 향수는 기억과 감정에 깊이 파고들어 감정을 자극합니다. 살구 아이스바를 먹을 때와 나무에서 갓 따온 진짜 살구를 깨무는 경험은 절대 같을 수 없잖아요.”

〈오르메〉의 향기를 체험한 사람들의 감정은 그들이 살아온 이력의 깊숙한 뿌리에서 나온다. 비록 새벽안개가 낀 토스카나의 풍경에 영감을 받았지만 감귤과 생강 향 오드콜로뉴 러 부륌 Les Brumes은 조낙에게 부이그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기차에서 사용되던 레몬향 비누를 연상시킨다. “우리가 정확히 어떤 냄새를 맡았는지 의견이 엇갈릴 때도 있지만 서로 공유하는 이야기는 늘 비슷하답니다.” 조낙이 빙그레 웃었다. 신선한 꽃내음이 담긴 28디그리 같은 향수는 작열하던 햇볕이 사그라들기 시작하고 대기에는 오렌지꽃, 자스민, 따뜻한 피부에 남은 선크림의 향이 감도는 남 프랑스의 여름 저녁으로 안내한다.

〈오르메〉 향수 가운데 두 가지는 가족 구성원과 직접 인연이 있기 때문에 부이그와 조낙이 특히 애착을 느낀다. 라벤더와 베르가못의 탑노트를 지닌 고전적인 오드콜로뉴 르 파상 LePassant은 그 비슷한 향수를 즐겨 썼던 부이그의 아버지를 기리며 만들었다. “제작하는 데 가장 오래 걸린 향수예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적당히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가 설명했다. 두 번째는 〈오르메〉가 제작한 클래식 여성용 향수로, 조낙의 어머니 이본의 이름을 땄다. 그녀의 정원에 피는 장미와 붉은 열매가 열리는 덤불의 향을 담은 제품이다. “내 어머니와 딸이 함께 쓰는, 시대를 초월하는 향이 되기를 바랐어요.” 조낙이 설명했다. “어머니가 처음 그 향을 맡아보시고는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할머니가 친구들에게 나눠준다고 자꾸 그 향수를 요구하신다며 부이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동네에 사시는 모든 할머니들이 이제 이본을 뿌리고 다니신다며 무척 자랑스러워하세요.” 가족이라는 가치에 뿌리를 둔 가정에서는 무엇보다 반가운 반응일터였다.

“사람들에게 원하는 감각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가장 깊이 새겨진 감각의 힘을 빌려야 해요.”

“사람들에게 원하는 감각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가장 깊이 새겨진 감각의 힘을 빌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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