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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 챗봇’이나 ‘가상 치료 도우미’와 같은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허접한 인터페이스에 로봇 같은 질문, 그리고 사적인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무미건조한 네모 칸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행복을 유지하는 쉽고 값싼 방법, 사람과 치료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겁이 덜 나는 방법을 상상할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머릿속에 사생활 노출과 데이터 유출이 떠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앱이 생각날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신 건강 앱을 사용하는지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이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시장에 나와 있는 이러한 앱의 수는 약 2만 개에 이른다. 가입자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들 중 가장 인기 있는 앱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수천만 명에 달한다(예를 들어 ‘헤드스페이스’는 6,000만 명, 레플리카 챗봇은 약 700만 명의 사용자가 있다).1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든 오답은 없다. 일반적인 치료에 대한 감정과 마찬가지로 앱 기반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태도도 개인에 따라 다르다.

정신 건강 영역에서 챗봇과 상호 작용을 해본 경험이 없더라도, 고객 서비스 환경에서는 챗봇과 대화해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사용자를 활발한 대화에 참여시킨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거나 제안된 목록에서 문장을 선택하면, 챗봇이 적절한 응답을 한다. 이 기술을 고객불만과 예약 서비스에 도입한 회사들도 많다. 정신 건강 영역에서는 질문과 소통 방식(챗봇이 사용하는 ‘목소리’)이 다르지만, 전제는 같다. 이러한 앱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 때, 병원에 가지 않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신 건강 관련 단체인 멘탈 헬스 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 중 거의 60%가 치료를 받지 않았다.

보스턴의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 센터에서 디지털 정신의학과 임상 책임을 맡고 있는 사이오반 맥도널드는 치료와 함께 사용하는 앱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 방법이 환자를 더 빨리 낫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의사들이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현재 미국의 정신 건강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이것은 정말 대단한 것일 수 있다”라고 덧붙인다.

치료를 위한 건강 앱의 두드러진 장점 중 하나는 (그리고 이런 앱들이 대부분 강조하는 마케팅 포인트는) 대면 치료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45분에서 1시간 상담 비용의 전국 평균은 90달러(주로 60~120달러 사이지만, 250달러까지도 청구될 수 있다)이며, 이는 매주 상담을 받으면 한 달 동안 약 360달러가 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현재 제공되는 앱들은 대다수가 벤처캐피털의 투자 덕분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맥도널드는 또한 앱이 “정신 건강 치료를 받는 것이 낙인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덜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상담과 특정한 정신 건강 상태(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는 미국의 전문직들 사이에서 점점 오명을 벗고 있지만, 어느 곳에서나 그렇지는 않다.

지난 10월부터 인기 앱인 워봇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카고의 32세 셍잉 쉬는 앱을 다운받는 것이 대면 치료보다 덜 부담스러워 보였다고 말한다. “저는 중국에서 자랐어요. 그곳에서는 상담에 대해서 미국과는 다르게 생각해요. 제가 자라온 방식으로는, 누군가가 상담을 받는다면, 뭔가가 정말로 잘못된 걸로 생각하거든요.” 워봇은 인지행동치료(CBT) 모델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진술을 하면 이에 따라 대응한다. 또한 사용자들이 불안한 사고 양식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훈련법도 제공한다.

쉬는 워봇 경험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말한다. “앱을 사용하기 시작하니, 정말로 정신 건강에 변화가 일어났어요. 아직도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앱을 상담사라기보다는 교육적인 도구로 생각한다.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 더 쌍방향적으로 CBT를 배우는 도구로 여기는 것이다. 내가 이야기해본 10여 명의 앱 사용자 중에서 몇몇은 이와 비슷한 긍정적인 경험을 말해주었다. 투박한 인터페이스에 대한 불만과 여전히 매우 기본적인 수준인 기능의 한계에 대해 알려준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상당히 발전된 앱 중 하나인 워봇도 사용자가 직접 진술이나 질문을 입력할 수 없고, 메뉴에서 선택해야 한다.)

영국에 거주하는 29세의 연구원이자 저술가인 아멜리아 호건은 영국 국민 건강보험NHS에서 제공하는 CBT 과정의 하나로 ‘리치아웃 워리타임ReachOutWorryTime’이라는 앱을 사용해야 했다. 이 앱은 사용자가 가상의 종이에 자신의 걱정을 적은 다음 가상의 영역에 종이를 밀어 “워리 타임(걱정스러운 시간)”까지 저장해두게 한다. 그녀는 그런 방식이 답답할 정도로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걸 직접 종이에 써서 해볼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하지만 즉시 자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는 이것이 최전방의 방어선이라는 사실은 정말 미친 거죠.” 사실, 대다수의 앱은 CBT 방식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치료 방식은 여느 앱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결과를 보여 준다. 정신 건강관리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전제가 판매 공략 중 하나이지만, 이러한 앱 대부분은 제한된 범위의 증상, 즉 불안, 우울증 및 아동 자폐증에 대한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앱에서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 중에서는 이 기술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를 들어 쉬는 특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상담사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보다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한다. 이 점은 내가 이야기해본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 같았다. 일부는 쉬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러한 사적인 정보를 앱으로 전달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너무 표정이 없잖아요. 사적 감정과 생각을 얼굴 없는 온라인의 빈 공간에 적는다는 발상에 매우 불쾌했어요. 이런 내용이 결국 확인될 것이고, 의견이 달리겠죠. 엉망이 된 소셜 미디어처럼요.” 런던에서 법률 및 정책 담당자로 일하는 그리프 페리스는 NHS가 사용하는 또 다른 앱인 실버클라우드를 사용한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컴퓨터와 개인 정보를 소통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이는 상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의사소통은 피상적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사상 최초의 챗봇이 증명했다. 1960년대 중반, MIT의 컴퓨터 과학자인 조셉 와이젠바움은 ‘일라이자ELIZA’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객이 한 진술과 같은 내용을 질문이나 공감하는 말로 재구성하여 응답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으로 로저스 식 상담을 패러디한 고객 중심 상담이었다. 로저스 챗봇은 ‘환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하여 적절한 응답을 선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안하기가 쉽다. 이를테면 ‘나는 아버지를 증오한다’와 같은 말은 ‘왜 아버지를 증오합니까?’라는 일반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는 고객이 실제로 어떤 감정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물론 지금도 이해하지 못 한다). 하지만 와이젠바움은 사람들이 챗봇과 소통할 때도 여전히 환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컴퓨터 파워와 인간 이성Computer Power and Human Reason」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일라이자와 대화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깊이 컴퓨터와 감정을 나누고 컴퓨터를 사람처럼 대하는지를 보고 놀랐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또 다른 실험들이 있었다. ‘슈링크SHRINK’는 스탠퍼드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 분석가인 케네스 콜비가 치료용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이었다. 조현병이 있는 사람처럼 소통하도록 프로그램된 챗봇 패리PARRY도 있었다. 1965년에는 워너 V. 슬랙이 최초로 환자가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나 상담(또는 적어도 상담과 유사한) 앱은 최근까지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정신 건강 앱이 보급된 것은 휴대전화의 보편성, 다른 영역에서 챗봇 기술의 발전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아마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통적인 상담이 어려워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UC 버클리 대학의 해나 지빈은 신간 「원거리 치료: 원격 치료의 역사The Distance Cure: A History of Teletherapy」에서 초기 자살 핫라인에서부터 줌 상담에 이르기까지 기술로 매개되는 다양한 상담 형태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녀는 최근의 챗봇들과 함께 일라이자를 일종의 자기 진정의 예로 본다. 그녀는 이를 ‘자동-친밀감’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이러한 앱들이 상담 과정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보지만, 앱이 제공하는 내용이 보이는 것만큼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 서비스를 일기 쓰기 또는 심지어 유아기 때 엄지손가락을 빠는 것과 같은 자기 진정 습관에 비유한다.

그러나 지빈이 지적했듯이, 새로운 것은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이다. “이러한 앱과 도구에는 사생활 문제가 가득하다. 이것은 임상 환경에서 기밀 유지의 원칙을 뒤엎어버린다.” 정신 건강 앱 전반에 걸친 데이터 수집 관행을 조사한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다른 회사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컨슈머리포트』의 최근 조사는 여러 곳에서 페이스북과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앱의 판매 공략 중 하나는 상담을 미심쩍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빈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조차 주저하는 사람에게, 정보 유출은 얼마나 처참한 일일지 걱정스럽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항상 핵심입니다.”

나와 이야기한 사람 중에서 사생활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기업이 우리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것은 단지 이론적인 걱정처럼 보일 수도 있다.2

앱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어쨌든 내가 이야기해본 많은 사람이 앱을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개인 정보 보호와 상업화에 대한 이러한 질문들은 살펴볼 가치가 있다. 「원거리 치료」에서 지빈은 실리콘밸리의 자금 지원을 받곤 하는 이러한 앱의 부상을 정신 건강에 대한 ‘기업적 전환’으로 정의한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추산에 따르면 디지털 정신 건강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접근성 향상과 저비용 대중화에 대한 약속은 이런 사실과 불편하게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앱은 대개 표면적으로는 무료이다. 하지만 그 무료 이용의 대가는 무엇일까?

(1) 2020년 4월, FDA는 정신질환을 위한 디지털 치료 장치에 관한 통상적인 규칙 적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소수의 플랫폼만이 승인되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원격 진료가 시급해지자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앱을 처방할 수 있게 되었다.

(2) 데이터 침해는 AI 기반 상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10월에는 핀란드 최대 민간 심리치료 제공업체가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커들은 4만 명의 환자 기록에 접속했다. 범인들은 계속해서 여러 명의 환자들을 갈취하고, 온라인에 개인 기록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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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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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 4월, FDA는 정신질환을 위한 디지털 치료 장치에 관한 통상적인 규칙 적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소수의 플랫폼만이 승인되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원격 진료가 시급해지자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앱을 처방할 수 있게 되었다.

(2) 데이터 침해는 AI 기반 상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10월에는 핀란드 최대 민간 심리치료 제공업체가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커들은 4만 명의 환자 기록에 접속했다. 범인들은 계속해서 여러 명의 환자들을 갈취하고, 온라인에 개인 기록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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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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