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셉트>는 하브의 열정이 빚어낸 프로젝트로, 사업이라기보다 소명에 가깝다. 자신의 브랜드에 담긴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많은 사업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긴 하지만 하브의 포도원 운영 철학은 그의 인생 철학과 일치한다. 그는 돈벌이는 되지만 영혼 없이 하던 일을 버리고 프랑스에서 돌아와 아버지가 남긴 농장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레바논 내전 중에 돌아가셨다.
이 땅으로 돌아온 것은 그에게 치유의 과정이었다. 그 보답으로 그는 땅을 치유하는 농법을 실천한다. 여느 바이오다이나믹 주조인들처럼 그는 사람의 일정에 맞춰 나무가 서둘러 열매를 맺도록 화학물질을 사용하기보다 땅의 리듬에 맞춰 음력에 따라 농사를 짓는다. 그는 포도나무에 살충제를 뿌리지 않으며, 와인에 첨가물을 넣지 않고 내추럴 와인을 만든다.
레바논은 최근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2019년 10월의 반란으로 생긴 잠깐의 희망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속화한 경제 붕괴에 굴복했다. 화폐 가치는 급락했고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조차 힘들어졌다. 2020년 8월 베이루트 항구에서는 2,000톤이 넘는(1,814미터톤) 방치된 질산암모늄에 불이 붙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폭발이 일어났다. 많은 레바논 사람들이 그렇듯 하브도 이런 연이은 충격에 휘청댔지만 복구와 재정비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도 그는 행성과 음력 주기에 따라 파종과 수확을 반복하며 의연히 와이너리를 지켰다. 땅과 더불어 그의 주조장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밀물과 썰물을 관장하는 강력한 힘은 그의 계단식 농장에서 자라는 섬세한 껍질 속 포도 한 알 한 알에도 같은 자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나라에 닥친,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힘겨운 현실도 이 땅의 심오한 역사 앞에서는 잠깐의 혼란에 불과할 것이다. 레바논은 페니키아, 로마, 오스만 등 제국의 흥망성쇠에서부터 도시 전체를 쓸어버리고 해안선까지 바꾼 지진에 이르기까지 온갖 격변을 거쳐온 나라다. 레바논을 방문하면 자연이 순환한다는 교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역경은 결국 역사를 비옥하게 하는 거름이 된다. 이 모든 조건이 하브가 와인 한 병 한 병마다 담기기를 바라는 풍성한 테루아를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