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리아나 핑크는 당신이 남들의 눈에 띄었다고 느끼게 하는 예술, 지금껏 설명이 필요했던 것을 설명하는 예술을 좋아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٥٠만 팔로워도 그녀의 만화를 그렇게 묘사한다. 울퉁불퉁한 검은 선 몇 줄로 표현되는 그녀의 만화는 웃기고 분통 터지고 사려 깊다. 그녀는 『뉴요커』에 연재하며 그래픽 노블 「인간의 조건」, 「Bintel Brief」와 작품집 「익스큐즈미」를 냈다. 이 인터뷰를 할 무렵, 그녀는 브루클린 파크슬로프의 자택에서 여성 신을 주인공으로 「창세기」를 새로이 해석한 책 「빛이 있으라」를 한창 작업 중이었다. Interview by Rima Sabina Aouf RSA: 당신의 그림은 삐뚤삐뚤한 선이 특징이다. 당신의 작품에서 엉성함은 어떤 역할을 하나? LF: 그냥 자연스럽게 그리면 어설프게 나온다. 내 딴에는 깔끔하게 그리려고 노력하는 거다. 어릴 때 만화가 솔 스타인버그를 숭배했다. 그는 살짝 떨림이 있는 편안한 선을 그렸다.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떨림이었다. 우리 엄마도 같은 방식으로 그린다. 엄마도 스타인버그처럼 건축 공부를 했는데 아무래도 옛날 건축가의 선은 다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약간의 직업적 성공, 그리고 내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그림을 수백만 번 고쳐 그릴 수는 없다는 점이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선에 자신감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 없는 엉성한 선은 별로다. 그리고 자신감은 어느 정도 자격을 갖췄을 때 생긴다. RSA: 인스타그램을 주된 창작 플랫폼으로 이용할 때 좋은 점은? LF: 소셜 미디어는 평가하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추는 대신 진짜 내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주었다. 덕분에 가짜가 아닌 진짜처럼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어느 시점, 아마 예순쯤 되어야 그게 가능했을 텐데, 스물여덟에 그 경지에 오른 것 같아서 좋다. RSA: 『뉴요커』에 연재되는 상담 칼럼 ‘친애하는 페퍼에게’가 마음에 든다. 어떻게 개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었나? LF: 상담 칼럼의 제목을 궁리하다가 ‘친애하는 슈가에게’를 참고하고 싶어졌다. 그러자 어릴 때 키운 개 페퍼가 떠올랐다. 내가 개와 잘 공감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모른다. 내게는 왠지 쉽지가 않다. 그래서 항상 관찰을 하는데, 그런 경험을 상담 칼럼으로 옮기고 싶었다. 이 개는 인간의 행동을 깊이 연구하여 훤히 꿰고 있다는 설정이다. RSA: 지난해는 모두에게 힘겨운 한 해였다. 당신은 어떤 기복을 겪었나? LF: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힘들었고 너무 예민하게 구는 데도 지쳤다. 전염병이 절정일 때 남자 친구와 나는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욕조에서 옷을 전부 빨았다. 빨래가 어찌나 많던지. 하지만 좋을 때는 정말 좋았다. 할 일을 별로 만들지 않고 지하철을 타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을 즐겼다. 아니, 만나지 않는 게 아니라 집에서 가까운 곳이나 한적한 곳에서 만난다고 해야겠다.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차츰 깨닫고 있다. 원래는 계획이 없었지만 나와 함께 격리 생활을 하려고 남자 친구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과 같이 사는 게 참 좋다. 금방 어른이 된 기분이랄까. 우리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라 술집이며 박물관이며 파티며 돌아다니기 바빴는데 이제는 개를 키우고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다. 한때는 이런 상황이 너무 두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나쁘지 않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나를 위한 또 다른 사랑의 방법 ‘컴퍼전’의 기술이 주는 교훈 Arts & Culture 달갑지 않은 위로 문간 캐서롤의 소박한 품위. Arts & Culture 부수 효과 예술 형식으로서의 인스타그램 필터. Arts & Culture 사무실 밖으로 자동응답의 교묘한 기술. Arts & Culture 유리 아커스 스톡 사진의 보이지 않은 예술에 관하여. Arts & Culture 디지털 호딩 가상 메모리의 지배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