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를 최초로 쓴 사람들은 수백 년이 지난 후 선글라스가 거친 햇빛의 존재와 크게 상관없이 화려함을 위해 착용하는 액세서리가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북아메리카 극지방의 흰색 환경에서 멈추지 않는 눈부심을 차단하기 위해 이누이트족은 나무 또는 뼛조각에 가느다란 구멍을 내서 스노우 고글을 만들었다. 로마 황제 네로는 관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에메랄드를 안경처럼 사용하여 검투사 경기를 보았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15세기 중국에서는 연수정을 납작하게 가공해 렌즈를 만들었다. 18세기 베니스의 눈부신 운하 사이를 다니는 곤돌라 사공들은 렌즈에 에메랄드색을 입힌 골도니 안경을 꼈으며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는 빛 민감성과 시력 손상을 교정하기 위해 파란색과 녹색 유리를 사용한 ‘눈 보호기’가 대중화되었다. 1920년대가 되자 할리우드 스타들은 촬영장에서 강렬한 조명으로부터 눈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선글라스는 그들이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다닐 수 있도록 도와줬다. 창문 없는 차를 운전하는 여성들이 쓰던 1930년대의 드라이빙 고글은 반항과 독립성을 상징했고 패션 목적으로도 발전해나갔다. 그렇게 선글라스는 화려함과의 조우를 계속 이어갔다. <바슈롬>은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제2차 세계대전 조종사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전적인 레이벤 파일럿 선글라스를 만들었고 이것은 1940년대에 걸쳐 모험적인 기상을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초기의 제품들은 선글라스가 눈을 보호하면서 외모의 변신을 도와주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실용적인 목적의 이 물건이 꼭 가져야 할 패션 아이템으로 변모했다. 1956년 <바슈롬>의 시그니처가 된 레이밴 웨이페어러를 선보였고 뮤지션들이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이것을 착용함으로써 웨이페어러의 신비로움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재키 오에 의해 대중화된 1960년대의 오버사이즈 렌즈, 존 레논을 상징하는 1970년대의 둥근 테, 글램 로커들이 쓰던 1980년대의 네온 프레임, 「프렌즈」 시절의 제니퍼 애니스톤 하면 쉽게 떠오르는 미니 선글라스 등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일들이 계속 등장했다. 오늘날에는 과거의 유행들을 반복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고 착용자의 개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선글라스는 가리기 위한 것에서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그 역할이 180도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사는 킨포크 44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킨포크 44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Fashion Arts & Culture Issue 38 (Kor) 토미히로 코노 다른 세상의 가발 제작자와 나눈 대화 Design Fashion 프리야 알루왈리아 다른 디자이너들의 오프컷으로 멋진 남성복을 만들어낸 런던 출신의 프리야 알루왈리아를 만나다. Design Fashion 니콜라이 한손 코트의 멋쟁이가 되는 법. Fashion 야생의 꿈 카모플라쥬의 매력 Fashion 태양 아래서 멀고 먼 알리쿠디 섬에서 보내는 무위의 시간. Fashion 환영의 세계 거울로 보면 낯선 가능성과 비례로 이루어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