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T: 눈을 감은채로 할 수는 있나?
RC: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30년 이상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끈 오스트리아 지 휘자)을 제외하고 눈을 감은 채 지휘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나라면 균형감을 잃고 떨어질 것 같다!
SDT: 록밴드에는 왜 지휘자가 필요 없을까?
RC: 록밴드에는 박자를 맞춰주는 리듬 섹션이 있다. 재즈 밴드에도, 팝음악에도 있다. 곡의 베이스에 단순한 리듬이 깔려있다. 하지만 대부분 클래식 음악은 그렇지 않고 리듬이 불안정하다.
SDT: 대부분 지휘자는 강렬한 외모적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에사-페카살로넨의 매부리코랄지 주빈 메타의 부리부리한 눈이랄지. 표정이 풍부한 얼굴이 도움이 되나?
RC: 표정이 중요한 게 아니다.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마법 같은 뭔가가 있다. 텔레파시 같은 작용이 일어난 달까.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보여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건 배워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화를 나누 는 동안 누군가를 쳐다보는 것과 실제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의 차이점이다. 오케스트라는 말을 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훌륭한 지휘자와 괜찮은 지휘자를 가르는 차이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지도, 박식하지도 않지만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 가슴과 영혼에 있는 것을 몸짓을 통해 오케스트라와 소통할 수 있다.
SDT: 지휘자가 공연 중에 무대에서 내려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RC: 음… 무슨 이유로?
SDT: 갑자기 아프다던가 하는 이유로?
RC: 글쎄, 그러면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멈춰야 할 거다. 하지만 그 순간에 무대에 오를 대타 지휘자가 있다. 공연이 중단되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여러 경우가 있는데, 레파토리에 따라서는 콘서트마스터(지휘자 왼쪽의 퍼스트 바이올린)가 앞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끌기도 한다.
SDT: 지휘에 관련된 표준화된 어휘가 있나? 아니면 자신만의 표현법이 있나?
RC: 대부분은 표준화되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오케스트라와 일을 시작하면 자신만의 특정 어휘를 알려주어야 한다. 첫 번째 리허설은 내가 오케스트라에 대해 배우고 오케스트라도 나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 첫 번째 리허설을 관객에게 공개하지 않는 이유다.
SDT: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는 서로에 대해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공생관계 같다. 그러면 관객들은 어느 부분에 어울릴까?
RC: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배운 한 가지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관객이 무대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일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클래식 음악가로서 우리는 관객들을 끌어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와 관객의 관계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해내면 관객들이 알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