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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휩쓸림

영화 속 악천후의 짧은 역사.
글 by Caitlin Quinlan.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날씨는 대체로 사소한 고려 사항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날씨를 극적으로 사용하는 전통이 있다. 먼저 재난 영화들이 있다. 「투모로우」, 토네이도와 함께 상어가 떨어지며 로스앤젤레스를 공포로 몰아넣는 「샤크네이도」를 포함한 저예산 B급 공포 코미디,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더 임파서블」과 같이 감정을 고조시키는 드라마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영화들은 완전히 믿을 수 없으면서도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의 경계에서 우리에게 충격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가 종말론적 운명에 대비하기 위해 은연중에 이러한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날씨는 종종 말 그대로 우리를 이동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1 L. 프랭크 바움의 판타지 소설을 각색한 1939년 작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게일은 강아지 토토와 함께 토네이도에 휩쓸려 오즈라는 나라에 떨어진다. 도로시와 토토가 있던 집이 통째로 날아가 오즈에 추락하며 동쪽의 마녀가 죽게 되고 여기서부터 그들의 놀라운 여정이 시작된다. 세계를 바꿔버린 토네이도는 심지어 암갈색 톤의 화면을 총천연색으로 바꿔버린다.2

이번에는 이와 유사한 마녀 이야기인 「이스트윅의 악녀들」(존 업다이크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을 살펴보자. 영화에서 셰어, 수전 서랜던과 미셸 파이퍼는 지루한 학교 행사를 끝내기 위해 거친 뇌우를 일으키면서 그들에게 숨겨진 힘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뇌우와 함께 잭 니콜슨의 모습을 한 악마가 내려온다. 세 여성은 모두 그에게 치명적으로 빠져들고 그의 호화 저택으로 들어가면서 마을은 발칵 뒤집힌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스트윅의 금욕주의적 측면을 노출할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소중한 유대관계를 위협하는 줄거리가 전개된다.

「사랑의 블랙홀」에서 기상 캐스터 필 코너스는 폭설로 펑추토니 마을이 마비된 후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히게 되며, 「인어공주」의 에리얼은 바다의 폭풍에 배가 난파되어 물에 빠진 남자에게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버린다. 악천후가 바꿔놓은 세상에는 환상적 요소가 있으며, 그러한 환상성은 일상적이고 덜 충격적인 날씨 형태들을 사용하여 얼마나 익숙한 날씨인가에 따라 조절된다. 악천후 자체가 이질적이거나 초자연적인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그것은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빌 머레이가 연기한 코너스는 그의 세상이 완전히 뒤집히기 직전에 “제가 겨울 예보를 해보죠.”라고 말한다. “춥고 회색빛일 것이며 여러분의 남은 인생 내내 이 겨울이 계속될 겁니다.”3

영화에서 기상이변이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폭풍우든 눈보라든 토네이도든 이러한 날씨들은 화면에서도 시각적으로 박진감을 주며 뻔했던 드라마가 다양한 서사를 보여주게 된다. 악천후는 매우 옛날부터 사용되어왔다. 성경에서의 홍수와 강우 혹은 그리스 비극의 폭풍 속 난파를 생각해보라.4 그러한 옛 이야기들을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글로벌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우리가 현대적인 시각에서 이러한 영화들을 평가해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기후가 오늘날만큼 널리 논의되지 않았던 시기에도 날씨는 심각성과 위협을 표현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스트윅의 악녀들」에서 폭풍이 일어날 때 목재 부두 위에 있던 쓰러질 듯한 셰어의 집이 바닷물에 잠기고 파도 속으로 형태를 감출까 봐 걱정할 수밖에 없다.

“악천후가 바꿔놓은 세상에는 환상적 요소가 있으며,

그러한 환상성은 얼마나 익숙한 날씨인가에 따라 조절된다.”

한편, 앞에서 살펴본 영화들에 비해 더욱 섬세하게 날씨를 다루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서사적 장치를 제공하거나 분위기를 조성하는 영화들도 있다. 스파이크 리의 1989년작 드라마 「똑바로 살아라」는 길고 뜨거운 여름 속 브루클린의 한 동네에서 일어난 인종 갈등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조명하는데, 무더위가 강렬해지면서 적대감도 더욱 커져간다.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 또한 적대감을 상승시키거나 파괴를 알리는 도구로 더위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했고, 그의 희곡을 각색한 영화들도 같은 방식을 따랐다. 엘리아 카잔이 감독을 맡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땀에 젖은 말론 브란도가 비비안 리에게 자신의 몸을 과시하며 둘 간의 위험한 욕망을 부추긴다. 이때 리가 연기한 블랑쉬는 뜨거운 날씨에 휘둘리며 습한 공기 속에서 정신이 무너진다.5 이것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과 흥미롭게 비교해볼 수 있는데, 스티븐 킹이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잭 토랜스는 콜로라도 로키산맥에서 폭설로 고립되면서 광기에 굴복한다. 두 영화는 서로 정반대에 있으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자아내는 날씨를 이용해 대담한 인물들의 무릎을 꿇게 한다. 크면서도 어떻게 보면 작아 보이는 이러한 날씨의 표현은 당시 간과했을 수도 있는 인간과 날씨 간의 복잡한 관계를 드러낸다.

「세계의 틀: 생태비평과 영화에서의 탐험(Framing the World: Explorations in Ecocriticism and Film)」의 저자 폴라 윌로켓 마리콘디는 영화 속의 악천후가 일반적으로 관객들에게 기후 문제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그녀는 영화 관객들이 환경문제가 좀처럼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환상으로서 제시될 때 “화면에서 펼쳐진 드라마의 원인과 그 영향”으로부터 안전함을 느낀다고 지적한다. 줌 화상회의에서의 논의를 통해 그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관객들에게 인식과 참여, 그리고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대한 영화의 효용성에 대한 많은 탐구가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인식은 사람들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행동을 취하도록 동기를 충분히 부여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했을 때 이에 대한 엇갈리는 시각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대중의 의식 일부에 자리 잡기 전인 수십 년 전 영화들을 오늘날 본다면 우리는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악천후를 다르게 해석할지도 모른다. “관객으로서 나는 현재 상태로부터 영향을 받아요.”라고 윌로켓 마리콘디가 말한다. “예측할 수 없고 격렬한 기상이변을 인식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지금, 그 영화가 만들어졌을 당시 의도한 바와 무관하게 우리가 영화 속의 악천후를 다르게 바라보게 될까요?”

영화에서 한때 극적 효과와 재미를 주기 위한 스토리텔링 장치였던 날씨는 이제 기후 위기에 대해 더욱 현실적인 방식으로 관심을 환기하는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BAFTA)의 지원을 받는 지속가능성 기관인 앨버트(Albert)는 능동적인 환경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방송인들과 영화 제작자들에게 지원과 훈련을 제공한다. 특히 앨버트의 이니셔티브 플래닛 플레이스먼트(Planet Placement)는 영화와 텔레비전 제작자들이 환경에 초점을 둔 줄거리와 인물의 성격, 또는 기후 문제에 대한 은근한 공감을 내러티브에 포함시키도록 독려하고 있다. 앨버트는 사람들에게 방향성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작품 내의 예시와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HBO의 「석세션」에서 사촌 그렉의 할아버지 이완이 그린피스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하자 현실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늘어났다. 등장인물들이 ‘기후변화’라는 말을 섹스를 멈추자는 신호로 사용한 드라마 「더 모닝 쇼」와 런던의 ‘그레이트 스모그(1952년 겨울 런던에서 발생한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던 사건-옮긴이)’를 다룬 「더 크라운」을 포함하여 앨버트는 다양한 사례 연구도 제공하고 있다.6

앨버트의 디렉터 태리스 테일러는 “플래닛 플레이스먼트는 기후 문제를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대신… 모든 종류의 콘텐츠로 엮어 관객이 있는 곳으로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정한 이름이에요.”라고 설명한다.

“광고업계는 사람들이 다르게 행동하도록 변화시키고 유도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붓죠.”라고 그녀가 말한다. “우리도 그러한 방식을 따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앨버트의 활동은 기후 숙명론보다는 해결책의 제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도록 공포심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변화를 실천하도록 긴장을 완화한다는 접근법이다.

영화 속의 홍수나 폭염이 환경문제에 대한 태도를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러나 플래닛 플레이스먼트의 결과로서 나타날 유형적 행동 변화에 관한 앨버트의 향후 연구 계획은 우리에게 소중한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스크린에서 날씨는 허구적인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연구를 통해 우리의 시청 습관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될지 누가 알겠는가?

(1) 이것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법이다.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한국의 부유한 여성 사업가가 돌풍에 휩쓸려 북한과 인접한 비무장지대(DMZ)에 불시착하고 북한군 장교를 만난다(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2) 총천연색(테크니컬러) 기법은 오늘날의 영화와는 다른 색 작업을 거쳤다. 「오즈의 마법사」의 색감은 상당히 화려한 반면 색상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보인다. 필름 스트립에 각각 다른 색상의 필터를 끼우고 동일한 장면을 촬영한 후 최종 릴에 색상을 인쇄했기 때문이다.

(3) 「사랑의 블랙홀」에서 날씨는 ‘펑추토니 필(Punxutawney Phil)’ 덕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을의 유명한 마멋(다람쥣과 설치동물-옮긴이)인 필이 언제 겨울이 끝날지를 알려준다는 믿음이 전해 내려오기 때문이다. 집에서 나온 필이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 겨울이 6주 동안 더 지속되고 그렇지 않으면 이른 봄이 찾아온다고 한다. 필은 1886년부터 겨울의 끝을 점쳐왔다.

(4) 성경에서 하나님은 종종 기상현상을 통해 세상을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령 하나님은 폭풍을 일으켜 요나와 다른 사람이 탄 배를 난파시키고 욥의 가족을 죽게 하며, 아모리 군대에 우박을 쏟아붓고, 간절한 기도가 있을 때까지 몇 년 동안 가뭄이 들게 한다.

(5) 많은 예술 작품들이 ‘감정적 허위(pathetic fallacy)’-자연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문학적 장치-의 요소를 사용한다. 등장인물이 슬플 때 갑자기 폭우가 내리고 사랑의 감정이 고조될 때 무지개가 뜨는 장면이 흔히 등장하는 감정적 허위의 사례다.

(6) 플래닛 플레이스먼트가 제공하는 작가 가이드는 기후 변화가 대본의 지배적인 요소가 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등장인물이 새 옷을 사는 대신 친구 옷을 빌려 입는 것으로 충분하다.… 기후 변화를 배경의 중심에 넣거나 기후 변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환경을 언급하는 것이다.”

(1) 이것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법이다.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한국의 부유한 여성 사업가가 돌풍에 휩쓸려 북한과 인접한 비무장지대(DMZ)에 불시착하고 북한군 장교를 만난다(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2) 총천연색(테크니컬러) 기법은 오늘날의 영화와는 다른 색 작업을 거쳤다. 「오즈의 마법사」의 색감은 상당히 화려한 반면 색상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보인다. 필름 스트립에 각각 다른 색상의 필터를 끼우고 동일한 장면을 촬영한 후 최종 릴에 색상을 인쇄했기 때문이다.

(3) 「사랑의 블랙홀」에서 날씨는 ‘펑추토니 필(Punxutawney Phil)’ 덕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을의 유명한 마멋(다람쥣과 설치동물-옮긴이)인 필이 언제 겨울이 끝날지를 알려준다는 믿음이 전해 내려오기 때문이다. 집에서 나온 필이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 겨울이 6주 동안 더 지속되고 그렇지 않으면 이른 봄이 찾아온다고 한다. 필은 1886년부터 겨울의 끝을 점쳐왔다.

(4) 성경에서 하나님은 종종 기상현상을 통해 세상을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령 하나님은 폭풍을 일으켜 요나와 다른 사람이 탄 배를 난파시키고 욥의 가족을 죽게 하며, 아모리 군대에 우박을 쏟아붓고, 간절한 기도가 있을 때까지 몇 년 동안 가뭄이 들게 한다.

(5) 많은 예술 작품들이 ‘감정적 허위(pathetic fallacy)’-자연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문학적 장치-의 요소를 사용한다. 등장인물이 슬플 때 갑자기 폭우가 내리고 사랑의 감정이 고조될 때 무지개가 뜨는 장면이 흔히 등장하는 감정적 허위의 사례다.

(6) 플래닛 플레이스먼트가 제공하는 작가 가이드는 기후 변화가 대본의 지배적인 요소가 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등장인물이 새 옷을 사는 대신 친구 옷을 빌려 입는 것으로 충분하다.… 기후 변화를 배경의 중심에 넣거나 기후 변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환경을 언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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