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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몸을 담그는 소소하면서도 행복한 경험은 감각에 활기를 불어넣고, 모공을 열고, 피부뿐 아니라 몸과 기분까지 진정시켜준다. 열기로 자욱하게 서린 김은 무거운 마음을 한숨과 함께 날려 보내라며 귓속말하고, 굳게 자리 잡았던 걱정거리는 따끈한 물속으로 녹아든다.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해 준다고들 하지만, 때로는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지고 한시바삐 치유해야 하는 상처도 있다. 땀, 눈물, 바다(소금 결정이 녹아 있는 물방울이 눈을 따끔거리게 하고 코로 흘러내려 입술을 지나 흘러내린다.) 같은 소금물은 피곤한 뼈마디와 아픔에 신음하는 정신을 정화해 준다.

온천에 들어가는 건 몸을 완전히 물에 맡기는 경험이다. 몸이 제멋대로 풀어진다. 물에 잠긴 피부는 불어 주름지고 공기에 노출된 살에는 소름이 돋는다. 몸을 숨길 거라고는 하나 없이, 몸은 몸 그 자체가 된다. 근육, 움직임, 물질과 의미를 담은 그릇이 되는 것이다. 물은 뾰족한 팔꿈치에서 상처 입은 무릎에 이르기까지 어떤 형태든 끌어안을 수 있다. 우열을 매기는 대신 공평하게 모든 것을 감싸 안는 곳이 바로 물속이다.

“물은 뾰족한 팔꿈치에서 상처 입은 무릎에 이르기까지 어떤 형태든 끌어안을 수 있다.”

뜨거운 야외 온천의 차가운 공기를 쐬면 드러난 살이 경직된다. 여름날 목덜미에 닿은 얼음처럼 놀라움을 안긴다. 하지만 어서 몸을 담그라고 물이 손짓하면 무언가 어린아이 같은 감정이 몸을 사로잡아, 어느덧 부력에 몸을 맡기고 고요한 상태로 물에 잠겨들게 된다. 온천에 발끝을 담그는 순간, 무방비 상태로 벗고 있어도 괜찮다고 안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벗은 몸을 바깥에 드러내놓는 짧고 어색한 순간도 곧 잊는다. 따끈한 물이 나를 감싸 안는다. 피부 구석구석까지, 물보다 더 속속들이 밀착해오는 건 없다.

몸은 깨어 있는 동안의 긴장감과 잠든 사이의 평온함 사이를 오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몸이 의식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잠깐이나마 의식을 내려두고 휴식기가 찾아오면, 사람은 주변을 돌아보고, 듣고, 느끼고, 행복을 만끽하고, 즐거워질 수 있다. 겉보기에는 무게가 없는 듯한 물속에서, 의식은 본연의 기능을 모두 잊고 단순한 존재감에 젖어든다.

Photographers’ Assistant Garry Belinsky
Styling Trinette Reed
Production Saul Germaine
Model Andrea Margaret
Special thanks to Wilbur Hot Sp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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