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처음 에르베 기베르에 대해 경고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아마도 친한 친구였을 거다. 야망, 사랑, 열망, 섹스, 질병, 그리고 퇴락에 관해 솔직하게 분석한 이 프랑스 소설가이자 사진작가의 작품을 내가 읽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는 사람. 그의 사진 에세이 선집, 「유령 이미지」(1981)와 유작이 된 자전적 소설,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1990)를 읽다보면 어느새 그 작품에 멱살이 잡혀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기베르는 미테랑 대통령 시절 프랑스에서 동성애자로 살았던 자신의 경험을 매력적으로, 거의 영화와 같은 작품성으로 묘사한다. 그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을 떠올리게 할 만한 농밀한 상징성과 풍부한 서사를 통해 등장인물들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성공했다. 히치콕 감독처럼 기베르는 기만, 폭로, 죽음, 부활을 연인, 가족, 친구들, 그의 멘토 미셸 푸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 능수능란하게 엮어 넣었다. 모든 것을 사실에 근거해서 쓸 필요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더욱 설득력 있는 초상을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베르는 그렇게 그가 속한 사회의 사람들을 재료로 성인聖人들에 관한 세속의 책을 펴냈다. (그가 이런 은유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현대성의 표면 아래 깔린 종교적인 힘은 미셸 푸코와 마찬가지로 그의 관심을 끌지 못 했으니까.) 기베르의 책은 한 번 잡으면 내려놓기 힘들다. 그리고 그의 책으로 다시 돌아갈 때마다 매번 완전히 새로 읽는 느낌이 든다. 그의 책을 읽노라면 나는 <현기증>의 지미 스튜어트처럼 꿈과 현실 사이에, 열망과 공포 사이에 떠 있는 기분이 된다. <유령 이미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다이안 아버스의 사진에 대한 그의 묘사는 이런 효과를 잘 요약해준다. “나는 이 사진에서 광기인지 행복인지 결코 결정지을 수 없는 감정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를 매료시킨 것이, 바로 공포와 자유의 중간쯤에 있는 듯한 그 불편함이었다. 나도 그런 이미지를 즐길 운명이었던 걸까? 그리고 그때 나는 진정으로 그것을 즐긴 것이었을까?”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해나 트라오레 미술계의 다음 큰 흐름은 갤러리스트다. Arts & Culture 상자에서 갓 꺼낸 언박싱의 특이한 매력. Arts & Culture 내가 가장 아끼는 것 90페이지에서 소개한 루신다 챔버스가 어머니의 반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Arts & Culture 기계 속의 유령들 온라인 세상에서 죽는 방법 Arts & Culture 의식과 작별하기 의식과 작별하기 Arts & Culture 필사의 횡단 NGO 시워치의 올리비아 슈필리가 우리가 잘 모르는 지중해의 현실을 자세히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