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로봇 무용
케이티 콴은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로봇을 다루어보았다. 로봇을 위해 안무를 하고 로봇과 함께 춤도 춘다. 그녀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춤의 의미는 무엇인가’처럼 그녀가 답을 찾아야 할 의문들은 아직 산적해 있다. 인간의 형상을 따르지 않는 로봇이 존재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SDT: 인간만이 진정한 의미의 춤을 출 수 있는 존재인가?
CC: 춤은 우주 어디에나 존재한다. 꼭 인체여야 할 필요는 없다. 나의 새 작품은 새와 벌을 비롯해 떼 지어 다니는 온갖 동물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무리를 짓는 것은 매우 간단한 알고리듬이다. 규칙은 이렇다. 첫째, 주변의 신체 감지, 둘째, 동일한 거리 유지, 셋째, 동일한 방향 유지. 화면 속 삼각형들이나 스무 대의 로봇에 이런 규칙을 적용하면 무리가 형성된다. 그것이 춤이다.
SDT: 인간 대신 로봇과 춤을 출 때의 매력은?
CC: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 하루 종일 인간을 위해 안무를 하고 싶다. 하지만 로봇과 춤을 출 때는 초월성을 느낀다. 시간이 붕괴되는 느낌이랄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흥미로운 과정이다. 평소에 늘 하는 로봇에 대한 분석적 연구와는 다르다.
IV.
로봇 춤
당신이 20세기에 마임 학원을 다녔다면 아마도 마네킹 댄스를 배웠을 것이다. 인간형 로봇의 움직임을 모방해 덜컥거리는 듯한 동작으로 구성한 춤이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1921년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세계가 자동기계에 매료되면서 이 춤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70년대에 로버트 실즈가 방송계의 거물 머브 그리핀과 조니 카슨 앞에서 춤을 출 무렵 그 춤의 이름은 ‘로봇 춤’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대중문화라면 덮어놓고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춤은 친숙하다. 꼭 로버트 실즈 때문은 아니다. 잭슨파이브는 1973년에서 대히트곡
「댄싱 머신Dancing Machine」에서 로봇 춤을 처음 선보였다. 막냇동생 마이클이 이어받은 로봇 춤은 그를 대표하는 동작이 되었다. 그의 문워크Moonwalk에도 팝핀과 라킨이라는 로봇 춤의 요소가 반영되었다.
춤으로 따지면 20세기에 마이클 잭슨만큼 상징적인 인물도 드물다. 미래 세대도 틀림없이 그의 춤 동작을 모방할 것이다. 그 말은 우리가 죽기 전에 실제로 로봇 춤을 추는 로봇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V.
로봇 회의론자
현재 듀크 대학교의 댄스 프로그램 감독인 안무가 마이클 클리엔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무용계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한 최초의 댄서에 속한다. 그는 인공지능과 춤이 미래를 함께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다.
SDT: 로봇을 춤추게 만드는 일에 사람들이 그토록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MK: 음, ‘안무’는 춤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이러이러한 동작을 하라고 일러주고 그들이 그에 따라 움직이면 그게 바로 안무다. 물론 이 개념은 로봇에게도 쉽게 적용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가 춤을 추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DT: 그럼 우리는 왜 춤을 출까?
MK: 우리는 춤을 이루는 관념을 무시할 때가 많다. 문화가 다르면 춤도 다르고, 춤추는 상태에 진입하는 이유도 다르다. 정치·사회적 이유, 통과의례, 영적인 이유, 또는 이 모든 이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사회에서 춤은 일종의 언어다.
SDT: 그러면 로봇은 춤을 추지 못한다는 뜻인가?
MK: 로봇은 춤을 추지 않는다. 춤에 대한 프로그래머의 생각을 보여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