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절

위대한 미국 노래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한 공로’로 2016년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 밥 딜런은 1960년대 반문화 운동의 유명한 음악적 아이콘의 지위를 누렸으며, 어느 날에는 속옷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컬래버레이션은 당시 대서특필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포크 로커가 엔젤들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도 고유성을 지킬 수 있다고?

훼절은 특정 아티스트에게만 주어지는 비난이다. 원 디렉션, 셰어, 스티븐 킹은 이런 비평에서 면제된다. 이 관념은 특정 아티스트가 청중 또는 더 넓은 대중 집단에게 모종의 빚을 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이 아티스트들에게 특정 형태의 상업적 성공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자작곡의 신앙 고백적 민속풍 발라드를 부르던 가수가 신시사이저가 풍부한 팝 사운드로 바꾼다거나, 아트하우스 시네마를 통해 평판을 쌓은 감독이 슈퍼히어로 영화로 가버린다든지 하는 경우, 이들이 보여주는 스타일의 변화를 훼절이라고 한다.

가장 심각한 비난은 정치적인 것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에 남아프리카에서 공연하는 밴드 퀸을 생각해보라. 1980년대에 선시티 리조트(아파르트헤이트 시기에 주로 백인들을 위한 리조트로 개발된 남아프리카의 리조트-옮긴이)에서 공연한 수많은 음악가 중에는 돌리 파튼, 엘튼 존, 라이자 미넬리 등이 있었는데, 이들은 유독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된 데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리더 프레디 머큐리의 유산이 한몫했다. 아프리카 동해안의 섬 잔지바르에서 파시 교(Parsi, 회교도의 박해로 8세기에 인도로 피신한 조로아스터 교도의 자손-옮긴이)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다른 가수들에 비해 흑인 남아공 사람들과 더 가까운 관계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머큐리가 대중에게 말하지 않았던 인종적 정체성의 조사 결과가 이중 잣대를 더 불공정하게 보이게 했다.

인스타그램의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유료 파트너십과 행동을 촉구하는 클릭 버튼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20세기의 훼절에 대한 느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활동가들이 스폰서십 계약을 맺어도 상업적 파트너 관계가 예전 같은 흠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대신에, 청중은 전례 없는 진정성을 요구한다. 대중적인 인물–요리사든 저술가든–의 정당성을 훼손하려고 하면 그저 한마디만 하면 된다. 그들의 작품이 ‘진짜가 아니다’라고. 아티스트는 개인 브랜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회사를 대표하여 성공을 거둔다. 요즘 그들은 정치적 모순이나 쉽게 돈 버는 것 등으로 정당성을 잃기보다는 자신들을 진정성 있는 형태로 그려내는 데 실패할 때 비난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