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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를 형성하는 인지 처리 오류.
글 by George Upton. 사진 by Aaron Tilley. 세트 디자인 by Sandy Suffield.

우리 모두를 형성하는 인지 처리 오류.
글 by George Upton. 사진 by Aaron Tilley. 세트 디자인 by Sandy Suffield.

I: 앵커링

‘첫인상을 심어주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은, 적어도 결정을 앞뒀을 때는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이 알아낸 바로는, 사람들은 자신이 받아들인 첫 번째 정보에 더 중점을 두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보다 덜 중요하게 여긴다. 먼저 받아들인 정보, 즉 ‘앵커’는 사람들의 판단에 아주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대단히 경험 많고 지식이 풍부한 사람도 이 효과에 휩쓸리지 않기가 어렵다.

2006년 독일의 한 연구에서, 한 무리의 판사들에게 가상의 사건을 재판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먼저 검사의 구형을 듣고 판단하도록 했다. 판사들은 검사가 아무렇게나 형량을 요청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높은 앵커를 부여받은 판사가 상대적으로 낮은 앵커를 부여받은 판사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긴 형량을 판결했다. 앵커링이 왜 이렇게나 만연한지, 확실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이론은 우리가 주변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과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야심 찬 목표를 설정이를테면 직장에서의 성과 목표 또는 물건을 교환할 때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 해 두면 그 목표에 다다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다. 다음번 임금 협상 때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II: 기본적 귀인 오류

메시지에 답이 안 오는 것만큼 불안을 유발하는 것도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문자나 이메일에 답장이 오지 않으면 많은 경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버리곤 한다. 사실은 휴대폰을 잃어버렸거나 계속 회의에 붙들려 있을 수도 있는 것을, 친구가 자신을 일부러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또는 우리의) 성격 또는 성향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을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한다. 물론 이것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일은 흔치 않다. 자신이 답장을 보내지 않는 데는 늘 그럴듯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 귀인 오류는 사회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 가십 잡지는 별다른 문제도 없어 보이는 유명인의 행동을 꼬치꼬치 들여다보면서 그 사람들이 어떻더라는 판단을 유도한다. 파파라치의 사진 속 누구누구가 슬프고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 방금 내린 차 문이 잠긴 바람에 도로 들어가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효과가 난민 또는 범죄에 휘말린 사람들에 대한 공감 부족으로 나타나 정부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다고 하면 그렇게 된 게 그 사람 탓이라고 하고, 우리 자신의 불운은 기회의 부족, 질병, 불공정한 정책 같은 외부 요인의 결과라고 믿는다.

이런 경향성을 바꾸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누군가를 판단할 때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고, 최소한 무죄추정의 여지를 줄 수는 있다.

III: 마리코 아오키

서점에 갔다가 갑자기 창자를 비워야겠다는 강력한 욕구를 느껴본 적이 있는지? 놀랍게도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이것은 1985년에 29세의 일본 여성 마리코 아오키가 애서가를 위한 정기간행물인 『북 매거진』에 기고하면서 유명해진 현상이다. 그녀의 편지에는 자기가 이런 증상을 앓아온 것은 몇 년 전부터였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후 이 잡지는 자기가 겪은 ‘책 배변 경향성’을 투고해오는 온갖 독자들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결국 두 달 후에 나온 다음 호에서, 이 잡지는 아오키의 이름과 영원히 결부되어버린 이 현상에 대한 특별 기획 기사를 싣기에 이르렀다.

『북 매거진』뿐 아니라 뒤이어 나온 수많은 간행물에서도 일제히 이 현상을 다루는 기염을 토했는데도, 실제로 마리코 아오키 현상에 대한 역학 연구는 이루어진 적이 없다. 조사 결과 일본인의 5~10%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책에 사용된 인쇄용 잉크에 하제 효과가 있다는 설에서부터 집에 있을 때는 주로 화장실에서 책을 읽다 보니 그렇다는 설까지, 이런저런 가설만 있을 뿐이다.

다만 이 현상이 화제가 된 것은 암시에 의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이 이야기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을 예상하고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아오키가 이 현상을 언급한 최초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더 쉽게 설명이 될 것이다. 이 현상에 대한 첫 기록은 1957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도 아오키 사례에서는 젊은 여성이 자신의 배변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는 점이 비교적 충격적이어서 그처럼 화제를 일으키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 독자 여러분께 괜히 그 현상을 옮겨준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IV: 스포트라이트 효과

평일 아침, 알람 소리를 못 듣고 내처 자다가 깨서 깜짝 놀라 침대를 박차고 나온다. 대충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현관으로 내달으면서 이미 너무 늦었다는 사실과, 셔츠 앞부분에 얼룩이 묻어 있고, 양말도 짝짝이라는 사실을 동시에 깨닫게 된다. 어찌어찌 사무실에 도착하니 모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생각만큼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문제로 바빠서 아예 관심이 없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것을 스포트라이트 효과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바라보고 생각하는 정도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자기중심적인 편견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데 너무 익숙해서 다른 사람들이 사물을 어떻게 보는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이 스포트라이트 효과가 투명성 착각-이 역시 자기중심적 편견의 결과로 생기는 것으로서,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가 실제보다 더 뚜렷하게 드러나 보인다고 믿는 것이다-과 합쳐져 사회적 불안을 지닌 사람들을 더 쇠약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관심을 두는 정도는 여러분이 그들에게 관심을 두는 정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대수로운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V: 수영 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에세이스트이자 2008년의 금융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전직 트레이더다. 그는 확률과 불확실성에 관한 탁월한 사상가 중 한 명이지만, 자신에 관한 한 이 통찰력도 약간은 덜 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블랙 스완을 쓰던 시기에, 그는 건강해지겠다고 다짐하면서 몇 가지 스포츠를 상정하고, 그걸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체격을 비교하듯이 떠올려본 적이 있었다. 달리기 선수는 너무 말랐고, 사이클 선수는 하체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수영이야말로 그가 원하는 적당한 근육에 유연한 몸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그는 수영 선수의 몸을 가지게 되는 것은 뛰어난 수영 선수가 아니라 그런 체형을 타고나는 유전적 소인에 의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광고 속 모델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새로 나온 스킨 크림이 아니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학생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수영 선수의 넓은 어깨와 식스팩은 수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결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몸이 이미 특정 방향으로 발달하는 경향이 있어서라는 것이다. 이렇게 선택의 요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을 ‘수영 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환상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성취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열망해야 한다는 압박감우리 자신으로부터 혹은 다른 이들로부터을 느낄 때마다 주의하라는 환기의 역할을 한다. 모쪼록, 수영하러 다니시고, 끝내 마이클 펠프스 같은 몸이 안 되었다고 실망하지는 마시라는 것이다.

VI: 프로이트의 말실수

2010년 12월, 영국의 라디오 진행자 제임스 노티가 정치인 제레미 헌트를 소개하면서 ‘Hunt’의 H를 C로 바꿔버리는 말실수를 했다. 그야말로 유명한 말실수로 기록된 사건이다. 당시 노티가 침착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이런 실수가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지니고 있는 두려움을 반영한 것이라서 더 기억에 남은 것이 아닌가 한다. 무심코 선생님에게 “엄마”라고 부른다거나, 연인에게 헤어진 전 연인의 이름을 부른다든가 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신경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런 혀의 실수가 우리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는 것들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언어적 오류 또는 파라프락시스(parapraxias, 동작 오류-옮긴이)에는 돌연 표면으로 거품처럼 솟아오르는 억압된 무의식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자신의 이름까지 붙인 이 현상에 대한 해석은 그의 많은 다른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현대 심리치료사들에 의해 폐기되었다. 대신 프로이트의 말실수는 언어에 얽힌 훨씬 더 평범한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노티의 사례에서도, 그의 성에 있는 ‘H’와 문화부 장관이라는 직책의 ‘Culture’에 있는 C가 어쩌다 보니 뒤섞인 것에 불과하다. 노티 외에도 많은 베테랑 방송인들이 비슷한 실수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프로이트식으로 보면 정치인에 대한 무의식적 혐오, 기관 전체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냥 아주 재미있고, 대단히 불운하며, 무고한 실수였을 따름이다.

K43_Cover
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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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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