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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렘 마나이플랫

직관과 안경.
글 by Bella Gladman. 사진 by Jean-Philippe Lebée.

상업과 창의력이 극과 극이라는 해묵은 생각은 버리자. 자신의 이름을 딴 럭셔리 안경 브랜드 <알렘(AHLEM)>의 창립자 알렘 마나이플랫은 “차이 같은 건 없어요.”라고 말한다. 오히려 직원을 고용하거나, 디자인을 할 때, 사업상의 결정을 내릴 때, 관건은 자신의 직관을 믿는 것이라는 것이다. 마나이플랫은 자신감의 화신이다. “나는 성공할지 어떨지에 의문을 품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계획의 핵심에 내가 있는데 어떻게 실패할 수 있죠?” 2014년에 런칭한 이래로 알렘을 나날이 더 강하게 만들어온 것은 이 호기심과 자신감이었다. 인터뷰 당일, 마나이플랫은 아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나서 LA의 햇살 속에서 모닝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툭하면 대서양을 횡단하여 파리로 날아갔다 돌아오곤 하는 그녀의 평소 스케줄을 생각하면 국내에서 그녀를 보는 것이 낯설 정도였다. 그녀는 그런 여행을 최대한 활용한다. “비행 중에 디자인 시안을 그려볼 짬이 나거든요. 공연 중간의 휴식 시간처럼, 틈새 시간이 나는 거죠.”

벨라 글래드먼: 늘 패션 쪽에서 일하고 싶었던 건가?

알렘 마나이플랫: 사실은 어릴 때부터 지정학에 관심이 있었다. 종군기자가 되고 싶어서 역사와 사진을 공부했고, 파리에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 회사 사진부에 취직했다. 내가 맡은 일은 저널리스트들이 찍어 온 필름들을 디지털화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밤낮으로 원본 다큐멘터리만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직접 발로 뛰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나의 시간이 되기는 했지만 내가 취재한 것은 전쟁이 아니었다. 나는 프랑스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지난함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결국 나는 <아크네>로 이직했고, 이후 <프라다> 그룹을 거쳐 디자이너들을 돕는 회사를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1 년이 채 안 되었을 때, 나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두가 티셔츠, 바지 등의 브랜드를 시작하자고 했다. 아무튼 모두의 바람은 옷이었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것은 안경이었다.

BG: 왜 안경을 선택했나?

AMP: 눈이 나쁘지 않아서 안경을 쓸 일은 없었지만, 선글라스를 늘 들고 다녔다. 쓰고 있지 않을 때도 선글라스는 내 헤드폰 줄에 걸려 있거나 티셔츠에 꽂혀 있곤 했다. 나는 외동인데, 파리와 튀니지를 오가며 자랐다. 어머니가 너무 바쁜 사람이어서 방학이면 어김없이 나를 튀니지에 사는 이모 댁으로 보내셨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새 시계, 새 카메라, 새 선글라스를 사주셨는데, 어느새 그것들이 나의 필수품이 되었다.

BG: 디자인의 원칙이라고 하면?

AMP: 바우하우스라는 이름을 말해본 적도 없고, 그게 뭔지도 모를 때부터 바우하우스의 기풍을 좋아했다. 서너 살 무렵부터 사물의 디자인에 푹 빠졌었다. 구슬, 만년필 등의 물건, 비율, 선, 단순성, 기능성 같은 것들에 매혹됐다. 바우하우스를 처음 접하고, 그것의 형태적 원리가 기능성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컵, 건물, 셔츠, 침대 등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고 나자 그것이야말로 내가 그동안 느꼈던 정서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BG: <알렘>의 주느세콰(je ne sais quoi, 뭐라 말할 수 없이 좋은 것-옮긴이)는 무엇인가?

AMP: 내 디자인은 직관에서 시작한다. 각각의 틀에 조각품을 다루듯이 접근하여 아이디어가 구현될 때까지 계속해서 수정하고 다듬는다. <알렘>의 안경을 쓰면 외모가 돋보이는 것은, 그 즉시 자신감과 냉철함을 북돋워주기 때문이다. 품질은 단연 최고다. 최근에 뉴욕에 있는 우리 본사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친구가 지나가다가 들렀다. 그가 안경을 하나 써보더니 딱 한 마디 했다. “와, 미쳤구나.” 누구든 착용해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나는 장인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사랑, 돌봄, 기술적 전문성 같은 대단히 소중한 가치들을 안경에 담는다. 작은 디테일이 안경을 가보처럼 여기게 하고, 착용하는 이의 기분과 경험을 끌어 올려주기 때문이다.

BG: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해나갈 계획인가?

AMP: 나는 과거를 재현하는 것을 디자인의 영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디자인은 동시대적 순간을 위한 것이다. 늘 사람들에게, 나에게는 ‘영감’이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내가 무드보드(mood boards, 특정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텍스트, 이미지, 개체 등을 결합하여 보여주는 보드-옮긴이), 향수를 달래는 여행, 특정 아이콘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을 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변 어디에나 있는 민주적인 것들이다. 나에게는 영감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퍼뜨려져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언제나 움직이고 있다. 내가 선택하는 하나하나의 디자인은 오래가는 것에 방향이 맞추어져 있다. 단순하고 우아한 실루엣에 우수한 재질이 결합되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BG: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AMP: 나의 리더십 스타일은 직관적이다. 그냥 내가 운영하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알렘>을 운영한다. 그동안 기업 세계의 잘못된 관행을 보아왔다. 8시에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는 비효율성이 그중 하나다. 누구든 오후 9시에 내게 문자나 이메일을 보낼 필요가 없다. 그런 건 하등에 필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최고의 아이디어라면 그게 어디서 나왔든, 누가 말한 것이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나는 현장의 전문가들로부터도 시시때때로 배운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내가 내일부터 6개월 동안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도 나 없이 잘해나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그건 내가 신뢰하고, 상대도 나를 신뢰하는 그런 사람들을 고용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 기사는 <알렘>과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K43_Cover
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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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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