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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허브 가게.

허브 전문가 에반겔리아 쿠우초불류는 그리스의 식용 풀에 와인과 치즈만큼 정성을 다한다.
글 by Sarah Souli. 사진 by Chris Kontos.

에반겔리아 쿠우초불류는 아테네 네오스 코즈모스 지역의 햇살 가득한 길모퉁이에 2013년부터 〈다프니스 앤 클로이Daphnis and Chloe〉의 사무실, 실험실, 시음실을 마련했다. 〈다프니스 앤 클로이〉는 그리스의 황홀한 향기를 담기 시작한 허브 회사이다. 원래 그리스 중부 출신인 쿠우초불류는 전국의 유기농 농민들과 손잡고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으로 토종 허브를 소량씩 재배한다. 대도시 외곽에 사는 여느 그리스인처럼 쿠우초불류는 야생 백리향, 오레가노, 산에서 나온 차 등 갓 딴 허브를 먹고 마시며 자랐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여행을 다니면서 그리스의 도회지와 유럽의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된 말린 허브로 요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가게는 사랑과 인내의 결과물이다. 다양한 자연 조건을 지닌 그리스의 산지와 수많은 섬에는 수백 가지의 허브가 자란다. 〈다프니스 앤 클로이〉는 지역별 인기 상품(크레타섬의 디터니, 알모피아의 고춧가루, 에게해의 오레가노)을 꼼꼼하게 선별한다. 봄의 끝자락에 찾아온 어느 고요한 아침에 쿠우초불류는 그리스의 여름 냄새, 허브의 효능, 지속가능한 수렵 채집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들려주었다.

SARAH SOULI: 먼저 허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당신이 가장 먼저 접한 허브는 무엇이었나?

EVANGELIA KOUTSOVOULOU: 단언하건대 오레가노다. 어릴 때 우리는 여름 내내 산속을 쏘다니거나 작은 마을 밖, 길가에 오레가노가 자라는 작은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레가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야생초다. 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어떤 할머니는 따다가 말린 오레가노를 동네 사람들에게 팔아 용돈벌이를 했다.

SS: 그리스에 600종이 넘는 고유 식물이 있다니 참 반갑다. 그리스 내에서도 허브 종류마다 요구하는 지리적 환경이 다를 것 같은데?

EK: 각 지역마다 분포하는 허브의 종류가 다르다. 하지만 향기로운 허브 중에는 생명력이 강해 어디서든 잘 자라는 종류가 많다. 이를 테면 산에서 사는 풀을 바닷가에 심을 수는 없지만 그리스에서 가져간 오레가노를 프랑스의 발코니에서 키울 수는 있다. 다만 환경에 직접 영향을 받는 향미 프로필은 바뀔 것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소비뇽 블랑을 마신다고 해보자. 포도의 품종은 같아도 같은 와인은 아니다. 허브도 꽤 비슷하다. 오레가노는 주변의 자연에서 많은 것을 얻어 풍미를 형성한다. 고유 식물이나 지역 품종은 오랜 세월에 걸쳐 어떤 특성을 갖게 되므로 맛을 똑같이 복제할 수는 없다. 토마토도 마찬가지다. 북유럽 토마토에는 아무 맛도 안 난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스에 처음 온 사람들은 여기 음식은 뭐든지 맛있다고들 하지만 요리 자체는 매우 단순하고 별로 세련되지 못하다. 좋은 재료의 덕을 볼 뿐이다.

SS: 그런 특성이 그리스 일대의 요리 스타일에 영향을 주나?

EK: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섬에서 자란 오레가노를 곁들인 양고기처럼 우리가 조달하는 식재료는 다양한 현지 요리에 사용된다. 하지만 그런 용도로만 제한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탈리아에 수년간 살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파스타는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우리 허브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파스타를 만들 때 우리는 이탈리아 요리라기보다 일상적인 요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허브도 그렇게 필수 식재료로 인식되었으면 한다.

SS: 내가 좋아하는 일본 환경운동가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제철에 나는 풀을 먹어야 온화한 정신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EK: 야생초와 관련한 문화는 꽤 범위가 넓다. 뜯어 온 풀을 파이에 넣거나 데쳐서 샐러드로 만들기도 한다. 부활절 즈음에는 풀이 아직 보드라워 식용으로 더없이 좋다. 외국인들은 풀 하면 시금치만 떠올리지만, 시골 할머니들은 인근에서 자라는 야생초를 열 가지 이상 알고 있다. 내 어머니는 들판에서 따 온 풀로 파이를 만든다. 봄마다 싱싱한 회향을 먹는 습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야생초는 우리 문화에서 중요한 일부를 차지한다. 펠로폰네소스나 크레타 사람들은 잎을 파이에 넣는다. 사고파는 식품이 아니라 직접 채취해서 먹는 재료이기 때문에 지역적 색채가 매우 강하다. 아테네 같은 대도시라면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구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 주말에 나는 양귀비와 야생 아스파라거스를 사서 오믈렛을 만들었다. 1년에 두 번 정도 구할 수 있는 식재료다.

SS: 적어도 서양에서는 허브 자체가 식품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 그런가?

EK: 수세기 동안 허브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약재로 쓰였다. 집집마다 갖가지 질병에 쓰이는 생약제와 에센셜 오일을 구비해놓았다. 하지만 사실 그리스에서 허브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음식 재료다. 크레타섬에는 솜털이 나 있는 아름답고 향긋한 식물인 디터니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지역 방언으로는 ‘에론다스erondas’라고 부르는데 사랑을 의미하는 ‘에로스eros’에서 유래했다. 캐기 어려운 험한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에 빠져야만 이 식물을 찾을 수 있다는 속설이 생긴 것 같다.

SS: 최고 품질의 치즈, 고기, 유기농 채소를 구하는 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지만 허브는 슈퍼마켓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 허브가 이런 취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K: 일정 부분 공급망 문제다. 슈퍼마켓에서는 허브를 소량씩 포장하여 판매한다. 질 좋은 커피를 생각해보자. 수명이 매우 짧다. 신선한 커피는 맛있지만 구입 후 2주가 지나면 맛이 변질된다! 사람들이 고급 허브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맛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는 우리 허브를 맛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꼭 전문가가 되어야 음식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맛은 신체적 반응이다.

SS: 그리스에는 허브 채취를 제한하는 법이 많고 이에 대한 반발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K: 그리스 일부 지역에서는 과도한 채취로 특정 식물이 멸종되다시피 했다. 과잉 수확과 조기 수확의 피해는 엄청나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도 그 결과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생물은 생태계 안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다. 그래서 나는 채취를 규제하는 것에 동의한다. 아까 얘기했던, 오레가노를 팔던 할머니는 딱 한 명이었다. 그분은 너무 많은 양을 채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시골 할머니들은 인근에서 자라는 야생초를 열 가지 이상 알고 있다.”

“시골 할머니들은 인근에서 자라는 야생초를 열 가지 이상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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