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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기나긴 시간이 주는
위압감

억겁의 시간을 생각하며.
글 by Alex Anderson. 사진 by Katya Mukhina.

5천 년 전, 스톤헨지를 건설한 사람들은 기나긴 시간의 순환을 숭배했다. 그들의 기념물은 춘분에서 추분에 이르는 태양의 절기와 18.6년 주기의 달의 궤도를 측정했다. 백 세대에 걸쳐 그들은 지면과 바위가 이루는 원을 거듭 수정하고 측정해 그들의 삶을 천상의 시간에 엮었다.

그곳에서 까마득하게 먼 열대의 태양 아래에서는 마야인들이 광대하게 펼쳐진 하루하루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들의 고대 달력에는 원시 생명의 기원부터 헤아릴 수 없는 새 시대의 시작에 이르기까지 5천 년에 걸친 주기가 담겨 있다.

엄격하게 통제된 우리의 시간은 별로 막막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꽉 짜인 시간 패턴 속에서 산다.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전 세계의 축하 행사로 시작되는 새해에 현대인들은 한 가지 중요한 의식을 치른다. 바로 헌 달력을 버리고 다른 달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새 달력은 월, 주, 일, 그리고 더 작은 단위로 세분화되어 우리의 숨 가쁜 삶을 속박한다. 쓸모 있는 인간이 되려면 우리는 이런 촘촘한 박자에 순응해야 한다. 박자를 맞추는 데 실패하면 깊은 불쾌감, 심지어는 정신장애가 찾아올 수 있다. 심리학자 카이 포겔라이와 크리스티안 쿠프케가 ‘시간 인식의 구조적 장애’라고 부르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조현병의 한 형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이런 혼란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않기는 어렵다.

시간에 대한 이런 인식은 어김없이 단기적 사고로 이어진다. 이런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니 힐리스, 스튜어트 브랜드, 브라이언 에노 등 문화의 선구자들이 모여 1996년에 롱나우 재단Long Now Foundation을 설립했다. 이 재단의 가장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텍사스 서부 사막에서 지금도 천천히 만들어지고 있는 ‘만년 시계’다.¹ 설계자 힐리스는 처음에 “1년에 한 번씩 똑딱거리는 시계를 제안했다. 세기 침은 100년에 한 칸씩 움직이고 뻐꾸기는 천년에 한 번씩 튀어나온다.” 매일의 기온 변화와 방문객이 공급하는 인간 에너지에서 포집한 얼마 안 되는 동력을 이용해 시계는 앞으로 우리 문명의 생애를 측정할 것이다. 제작자는 방문객들이 이 시계의 기나긴 시간 흐름에 동참하고 느린 리듬에 몸을 맡기기를 바란다.

46페이지에 소개된 스코틀랜드의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은 “감상자와 시간의 가장 먼 끄트머리 사이의 거리를 무너뜨리는” 작품을 창조한다. 빙하 녹는 소리가 담긴 녹음, 성간 공간을 담은 깜깜한 사진, 다른 행성들의 시간을 표시하는 여러 개의 시계는 모두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현대 생활의 불안한 리듬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삶을 긍정하는 태곳적의 광대한 시간 주기를 다시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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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단에는 롱 베츠Long Bets라는 프로젝트도 있다. 사람들이 미래에 일어날 만일의 사태에 돈을 걸고 상금을 획득하면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현재 진행 중인 베팅으로, ‘2030년에는 사람들이 무인 비행기를 타고 다닐 것이다’, ‘2050년에는 영국에서 도살장이 전면 금지될 것이다’, ‘2060년에는 지구에 사는 인구수가 현재보다 적을 것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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