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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리뷰

작곡가 조 블레이드가 신시사이저의 거장 웬디 카를로스의 선구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때로는 불편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 by Zoë Blade. 사진 by Leonard M. DeLessio/Corbis via Getty Images.

처음에 나는 웬디 카를로스를 아티스트라기보다 전설로 알고 있었다. 전 세계에 신시사이저를 정식으로 소개한 앨범 『스위치트온 바흐Switched-on Bach』가 던진 충격을 직접 목격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나는 나중에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와 「샤이닝The Shining」에서 그녀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¹ 두 사람의 협업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다. 둘 다 온갖 세부 사항에 공을 들이는 완벽주의자였다.

카를로스는 1939년 로드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부터 건반을 그려놓고 연습하던 그녀는 결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전자음악 작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에는 최초로 개발될 상업용 신시사이저에 대한 중요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밥 무그Bob Moog가 자신의 장치를 개선하고 개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 신기한 새 악기가 단순히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이 아니라 미래라는 확신을 주었다.

언제나 선구자였던 카를로스는 재택근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홈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설비를 마련할 돈도 없었고 전자장치를 능숙히 다룰 기술도 없었다. 1960-70년대에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있던 그녀의 아파트는 테이프, 다이얼, 전선 등의 장비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집다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배치한 화분 덕분에 아늑해 보였다. 80년대에 그녀는 로워브로드웨이로 이사하면서 노후한 아날로그 장비를 대부분 최신 디지털 장비로 교체했다. 지금은 카를로스가 처음에 쓰던 장비의 한계가 오히려 그 매력을 부각시킨다. 전자음악가인 나는 그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그녀의 스타일보다 작업 방식이었다. 그녀는 모든 소리를 처음부터 한 번에 한 음씩 엮으며 음악을 만들었다. 혼란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는 이런 접근 방식이 오아시스 같다고 느꼈다.

카를로스의 음악은 여전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녀는 귀에 익은 고전음악을 예스러운 동시에 미래적인, 잊히지 않는 초현실적 형태로 승화시킨다. 신시사이저가 보편화된 지금도 그녀의 기술은 독보적이다. 세상은 그녀의 기술을 따라잡았을지 몰라도 아직 그녀의 기교에 필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 1 )

「시계태엽 오렌지: 웬디 카를로스의 영화음악」을 추천한다. 「도둑까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등 영화에 등장하는 카를로스의 고전음악 연주곡들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귀에도 익숙할 것이다. 그럼에도 카를로스의 음악적 재능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것은 그녀의 자작곡들이다. 내 생각에는 앨범의 첫 곡인 「시간의 단계Time-step」가 단연 최고다. 보코더(신시사이저가 음성을 내보내게 해주는 장치)를 점잖게 소개할 목적이었지만, 놀랄 만큼 웅장하고 강렬하고 오싹하다. 이 앨범은 신시사이저를 제대로 연주하면 얼마나 독특한 섬뜩함을 자아내는지 보여준다. 큐브릭은 빛과 그림자를 만들기 위해, 카를로스는 파형과 여파를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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