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집

2021년 3월, 가상의 3D 주택 견본이 50만 달러 넘는 가격에 판매되었다. 토론토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크리스타 킴이 비디오게임 제작에 많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로 디자인한 그 집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화성에서 온 듯한 유리 벽체 주택의 디지털 모형은 실제로 있는 건물과 같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몇 달 뒤에 『뉴요커』에 실린 기사에서 애나 위너는 디지털 세대의 본질적인 특성을 규정하는 유행이 무엇인지 분석했다.¹

“렌더포르노”라고 알려진 이 초현실적인 건축의 환상은 최근 개발된 3차원 모델링 소프트웨어의 부산물이다. 조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처럼 신고전주의적인 건축가들은 18세기부터 이미 환상의 세계를 창조해왔다. 하지만 그의 업적으로 찬양받는 「카프리치오」나 소비에트 반체제 건축가들의 체제 전복적인 ‘종이 건축’과는 달리, 렌더포르노는 놀라울 정도로 실물처럼 보이면서 어떤 철학적, 정치적 이상도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이 고상하고 자기 현시적인 미니멀리즘을 담은 은은한 광경들은 동경의 대상으로서, 현실에서 도피하게 해주는 환상으로 작용한다.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삼고, 집 안에는 고가구가 배치되곤 하는 렌더포르노는 기후위기나 경제적 어려움은 없는 풍요롭고 호화로운 세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취향이 작품의 특정한 미학에 미치는 영향에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의 한계가 작품의 미학을 정의하는 데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단순하고 곡선화된 표면, 질감이 느껴지는 표면이 만들기에도 더 쉽고 더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렌더포르노는 분명히 앞으로 현실 세계의 건축 미학을 형성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