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 장바구니에 상품이 없습니다.
cart chevron-down close-disc
:
Browse Categories
  • Arts & Culture

애나 위너

애나 위너는 실리콘밸리의 성공으로 가는 여정에 있었다. 그런데 방향을 바꾸었다. 알레시아 알레인이 기술-회의론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록한다.
사진 by Kourtney Kyung Smith.

애나 위너는 자신의 이야기가 영웅담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는 주인공이 구체적인 목표를 갖기를 원해요. 주인공이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다가 실패하고, 마침내는 성공하거나 포기하는 걸 보고 싶어 하죠. 저는 언제나 재미있어 보이는 걸 따라다녔달까요?”

하지만 위너는 20대 시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고객지원 업무를 한 경험을 담아 2020년 발표한 회고록 「언캐니 밸리」에서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엄밀히 말해 영웅은 아니지만,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술 생태계를 그저 “일상생활에 있는 발판” 쯤으로 여기는 소비자를 대신하는 영리한 대역이다. 다시 말해 기술 생태계는 언제 어디에나 있고, 유용하지만 우리는 딱히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는 못하는데, 주인공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위너는 책에서 출판 산업을 떠나 벤처캐피털의 자금 투자를 받는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회고한다. 그녀의 새로운 직장은 성장 지표에 집착하고, 이상주의를 추구하며 EDM을 노동요 삼아,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약물을 먹으며 일하는 곳이다. 출판계의 치욕적으로 낮은 급여에 익숙했던 그녀는 화려한 복지혜택과 탄탄한 보험 보장, 억대 연봉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전 같았으면 진저리를 쳤을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은근히 즐기게 된다. 그녀는 회사 이름이 박힌 옷을 입고 동료들과 함께 술집을 다니고 팀워크를 다지며 샌프란시스코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이상주의는 환멸과 경각심으로 변한다. 여성이자 비기술직 노동자로서, 그녀의 소프트 스킬(협업과 소통, 리더십, 자기 관리 등 업무의 직접적 능력이 아닌 역량)은 처음에는 ‘분석 스타트업’에서, 나중에는 ‘오픈소스 스타트업’인 <깃허브GitHub>에서 비난받고 착취당한다. (이 책에서 기업들은 보통 완곡한 이름으로 지칭된다. 예컨대 아마존은 ‘온라인 거대상점’, 페이스북은 ‘모두가 싫어하는 소셜 네트워크’이다.)

그녀는 플랫폼에서 확산되는 혐오 발언, 선전, 가짜뉴스(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급부상한 2016년에),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문화가 점점 심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위너는 기업이 개인 사용자의 데이터를 얼마나 쉽게 추적하고 접근할 수 있는지 알게 된 탓에 디지털 보안 감시에 대해 피해망상 수준의 두려움을 갖게 된다. 책에서 그녀는 데이터 수집 행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나처럼 다른 쪽에서 그 데이터를 들여다볼 사람들이 두렵다. 나는 누구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라고 쓴다. 많은 사람이 지지하지만 내막은 거의 알지 못하는 산업의 장막을 걷어내는 그녀의 책은 폭로하지 않으면서도 내부에 시선을 돌리며, 과장된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으면서도 놀라움을 안겨준다.

8월 말, 브루클린 부모님 댁의 서재에 있는 위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부모님을 방문한 것이었다. 나는 인터뷰를 위해서 보안에 신경 쓰며 다양한 앱을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는 모든 채팅 앱과 음성 앱에 가입되어 있어요.” 그녀가 이메일로 이렇게 답했던 것이다. 위너의 노트북이 고장나서 우리는 왓츠앱을 사용했다. 그녀가 책상에 쌓인 아버지의 ‘한물간 기술의 박물관’을 사진으로 찍어서 전송한다. 1970년대 후반 라디오 의 TRS-80 마이크로컴퓨터, 90년대 중반의 <애플> 퀵테이크 디지털카메라, <샤프> 미니디스크 녹음기가 보인다. 금융 자문인 위너의 아버지는 전직 경제부 기자로 1980년대와 90년대 초 『포천Fortune』과 『U.S. 뉴스』에서 기술 분야에 관한 보도를 했다. (“90년대 초에 아버지는 특히 DTP(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출판)에 관심을 가져서, 뮤추얼 펀드에 관한 뉴스레터를 매달 쓰기 시작했어요. 저랑 남동생이 식탁에 앉아서 소식지를 봉투에 놓고 우표를 붙이곤 했죠,”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위너는 브루클린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자랐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얼마간 머물렀다. 그녀가 어린 시절, 조용한 동네였던 브루클린은 대학 졸업 무렵에 힙스터들이 떠들썩하고 비싼 술집에서 아케이드 게임을 하는 인기 있는 동네가 되었다. 노벨상 수상자를 네 명이나 배출한 맨해튼의 수학과 과학 중점학교를 나온 그녀는 웨슬리언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학계에 자리를 잡을 것을 고려하다가 뉴욕의 출판 에이전시에서 보조 업무를 맡기로 한다.

25세의 나이에 낮은 임금과 불안정성으로 사기가 꺾인 위너는 출판과 기술 산업의 장래성을 맞바꾸었다. 그녀는 지금은 없어진 뉴욕의 전자책 스타트업에서 성공적이지 못한 3개월 시험 운행을 해보고, 서부로 향했다. 2013년 어떤 계획이나 역량, 휴대폰에 깔린 앱도 없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그녀는 5년이 흐른 뒤에 출판 계약과 회사 지분을 가지고 업계를 떠났다. 이 지분은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75억 달러에 <깃허브>를 인수하면서 20만 달러의 주식이 되었다.

야망은 그 어떤 것과도 상관이 없었다. “제가 대가로 큰돈을 요구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문제는] ‘어떻게 하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거예요. 그리고 한동안은 그런 이유에서 기술 분야에 머물렀고요. 그곳에 있는 것이 정말 행복했어요. …그리고 제가 [경력을 위해]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할 시간이 왔을 때, 저는 더 이상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위너는 이렇게 설명한다.

위너는 편집자의 권유로 2016년 봄 문예지 『n+1』에 스타트업 문화를 허구로 각색한 에세이를 실었다. 그녀는 함축적인 삽화를 통해 사기 저하와 일상적인 성별주의, 사무실의 위계질서, 당황스러운 면접 절차와 거창한 특전, 자만심, 야망,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낙관주의를 묘사한다.1

“저는 오랫동안 일이 재미없었어요. 직장은 그냥 컨베이어 벨트를 타기 위해 가는 곳 같았어요.” 그녀가 말한다.

“[제가 그 글을 썼을 때] 저는 여전히 스타트업 문화에 익숙하지 않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외부인 같았어요. 그쪽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다 제 탓이었죠.” 하지만 위너는 곧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공감해주었을 때 무척 뿌듯했어요. 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친구든 낯선 사람이든 그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그런 격려를 받지 않았다면, 책까지 내지는 못했을 거예요.”

당시 <깃허브>에서 일하고 있었던 그녀는 “기술 산업에서 앞으로 화려한 경력을 이어갈 것”으로 믿었다. 그녀는 책에 관한 구상은 나중에 업계를 떠날 때를 위해 미뤄두었지만, 그해 있었던 선거 덕분에 계획을 앞당기게 되었다. 그녀는 <깃허브>에 가득했던 음모론과 극우적 이념이 주류가 되는 현상을 두려움에 떨며 지켜봤다. “오랫동안 게시판 문화의 부속물이었던 속임수와 가짜뉴스, 밈이 시민 영역으로 이동했다. 트롤링(속임수를 이용해 도발하는 행위)은 새로운 정치 수단이 되었다. 나치의 상징이 뉴스에 있었고, 서비스 약관 팀의 메일함에는 나치의 수사법이 있었다.

온라인에서 삶을 보내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말을 판단할 장치를 아무도 갖추지 못했다.” 그녀는 책의 에필로그에 이렇게 썼다.

“그 프로젝트가 저에게 더 절박하게 느껴졌어요.” 인터뷰에서 그녀는 2016년 12월,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책 출간 뒤로 위너의 샌프란시스코 생활은 크게 바뀌었다.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일하면서 처음 세를 얻었던, 창문에 창살이 달린 25㎡의 스튜디오는 붙박이 책장과 그림, 피아노가 있는 넓고 우아한 집으로 바뀌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고풍스러운 전경”이 보이는 언덕 기슭에 자리 잡은 집이다. 그녀가 책에서 소개한 로봇공학자 남자 친구는 이제 약혼자가 되었고, 곧 결혼식도 올릴 예정이다. 그녀는 아직도 예전 직장 동료들과 친구로 지낸다. 이따금 동지애를 느끼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헌신하던 때가 그리워지겠지만, (그녀가 2018년 「언캐니 밸리」를 발간한 뒤 <깃허브>를 떠난 것은, 다니는 직장에 대한 글을 쓰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떠난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현재 그녀는 내부자로 몸담았던 경험과 외부인의 객관성을 활용해『뉴요커』에 서브스택 문제, 도널드 트럼프의 탈플랫폼화, 긱 경제의 정치, 테크 기업가들이 실제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기능적 사회 기반시설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지에 대한 주제 등을 다루는 글을 기고하고 있다.

위너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실리콘밸리 산업이 구조적, 개인적인 차원에서 매력적인 산업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문학 작품이 될 요소를 갖추고 있어요. 그렇죠? 야심차고 경쟁심이 강한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실망과 실패도 있고 열정도 있어요. 때로는 사람들이 교류하고 일상을 사는 방식을 실제로 재구성하게 만들기도 하죠. 그리고 구조적 차원에서 저는 금융, 정치, 노동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기술과 실리콘밸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자료가 많아서 왕성한 생산력이 느껴져요. 연구 주제로서 매우 흥미롭기도 하고요.”

아직까지 그녀는 일반적인 소통 수단 이외의 앱에는 무관심하다. 스포티파이와 뉴욕에 기반을 둔 출판물 몇 가지, 하이킹 코스를 찾을 때 쓰는 디지털 플랫폼 정도가 전부다. 트위터 프로필은 휴면 상태고,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은 대부분 식료품 가게와 레스토랑에서 찍은 극사실주의적인 음식 사진의 저장소로 쓰인다. (“사생활 노출이 걱정되어서는 아니에요. 그냥 그런 플랫폼들에서 이야기를 하는 걸 멈췄을 뿐이에요.”) 그녀는 “기본 보안 조치”로서 노트북 카메라를 가려두고,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아이폰에서 카메라와 마이크에 대한 앱 접근을 거부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위치 추적 역시 언제나 꺼져 있다. “이건 정말 기본적인 것들에 불과해요. 제 보안 환경설정을 보고 ‘와, 새로운 아이디어다’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나 위너가 기술과 맺는 관계는 다른 측면에서 변화했다. 내부적인 리스크와 부패를 목격한 그녀는 신제품과 그 제품에 자금을 대는 회사에 더욱 비판적인 관점을 취한다. “기술 분야에서 일하기 전에는 없었던 사업적 지능이 어느 정도 생겼어요. 전에는 순진했고, 다른 업계 출신이었기 때문에 몰랐던 거죠.” 그녀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 덕분에 특정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그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인센티브를 주는지, 또는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을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감시라는 측면에서 그녀는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독려한다. 하지만 사업 모델이 사용자 데이터의 수집과 수익화에 의존하는 회사들에 대항하는 데는 개인의 행동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궁극적으로 앞서 언급한 기업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개인의 책임 문제라기보다는, 독과점 금지의 문제로 보여요.” 즉 정부 규제와 법률의 문제인 것이다.

그녀는 신생 벤처 기업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기술 기업들은 마케팅에 능수능란해요. 혁신이라고 말하며 파는 것이 사실은 규제 차익을 노리는 거래일 경우가 많아요.” 즉, 기존 산업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이다. “지난 10년간 가장 성공적이었던 기업, 아니면 높은 가치 평가를 받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기술 기업들은 리스크를 외부화하는 동시에 기존의 사회적, 경제적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민간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했어요. 세계 기술 기업들이 구축하려는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얼마나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가?”

위너는 지금 그 세계 안에 있는 것보다 외부에 있는 것에 만족한다.『뉴요커』에 기고하면서 꾸준히 지식을 활용하고 성취감도 느끼고 있다. 책이 출판되기도 전인 2018년에 유니버설 픽쳐스가 판권을 산 「언캐니밸리」의 영화화는 초기 단계에 있고, 위너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인터뷰를 할 때, 그녀는『n+1』에 실릴 벤처캐피털에 대한 실험적 에세이를 쓰면서, 다음 소설을 구상하는 중이었다.

“저는 그저 이 세상을 취재할 수 있다는 것이 신나요. 제 관심사에 맞는 일을 찾아낸 것은 행운이에요. 정말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이잖아요. 어떤 면에서는 내부에 있는 것보다는 외부에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떨어져서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1) 작가로서 위너의 출발점이 된 『n+1』 에세이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멸을 소설화한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다. 위너는 후에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그 에세이가 성공을 거두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문학계에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문예지 『n+1』을 읽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K42_Product_Cover_Thumb_2
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구입하기

(1) 작가로서 위너의 출발점이 된 『n+1』 에세이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멸을 소설화한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다. 위너는 후에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그 에세이가 성공을 거두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문학계에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문예지 『n+1』을 읽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K42_Product_Cover_Thumb_2
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구입하기

kinfolk.kr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춘 웹사이트 구조화,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 및 맞춤형 광고 노출을 위해 쿠키를 사용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자사쿠키 정책을 참고하십시오. kinfolk.kr을 계속 사용하시려면 "동의하기"를 눌러 진행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