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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가족 대화

현대적 가족 생활.
글 by John Ovans. 사진 by Gustav Almestål. Andreas by Frienholt.

요즘 부모님을 뵈러 가면 신경이 곤두선다. 두 분 다 점점 청력이 나빠지는 70대 노인이고, 왓츠앱의 열혈 사용자들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합쳐지면, 아주 크게 설정되어 있는 휴대전화 알림음이 집 안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평온한 순간을 깨뜨린다는 의미가 된다. 어머니는 아이폰을 목에 걸고 다니며 1920년대에 전보를 치듯이 전화기에 소리를 지르며 지시를 내린다. “반가워요. 마침표. 여긴 모두 잘 지내요. 마침표. 입맞춤 인사. 마침표.”

2020년 3월, 코로나19의 대유행 초기에 왓츠앱의 사용량이 40% 증가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러다이트로 살며, 한때는 휴대 전화기를 갖는 것조차 설득이 필요했던 이모마저도 봉쇄 기간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묵인하기로 했다. 이런 일은 분명히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우리는 현대적 가족 생활의 기둥과도 같은 장치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확립해두고 있었다. 바로 왓츠앱 그룹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이러한 가상의 기분 전환이, 이 어려운 시기에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아버지의 끝없는 퍼즐이나 사촌의 고양이 사진, 심지어 아기의 배변 이야기처럼 일상적인 잡담은 우리가 실제로 만났을 때의 역동성과 분위기를 그대로 닮아가면서 정서적으로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나는 어렸을 때 이모들이 모자, 여름 옷감 따위에 대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라디오에서 들리는 배경음처럼 편안하게 느꼈던 기억이 난다. 왓츠앱의 가족 그룹도 마찬가지다. 꼭 집중하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그러나 그 모든 동지애에도 불구하고, 가족 관계의 복잡성과 정치와 같은 주제에 관한 세대 차이를 헤쳐나가는 일은 저녁 식탁 자리와 다름없이 액정 화면에서도 부담스럽다. 한 친구는 자매끼리 심한 말다툼이 벌어지는 일을 이렇게 묘사했다. “왓츠앱에는 미묘한 뉘앙스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 그냥 대화일 수도 있고, 심지어 활발한 토론일 수도 있었는데, 곧바로 가상의 비방전이 되어 버렸어.”

우리가 어떤 경험을 했든지,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좀 생각해주자. 2021년 초에 트위터는 왓츠앱의 어느 가족 그룹에 관한 이야기로 불타올랐다. 그룹을 만든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 피터가 어떤 메시지에도 대답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2013년에 자신의 세탁기를 고쳐주었던 수리 기사 피터를 그룹에 추가했고, 그 피터는 6개월 동안 잠자코 그룹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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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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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2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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