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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제품 포장

우유팩은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
글 by Micah Nathan. 사진 by Weekend Creative.

지난 ٢٠١٤년 『가디언』은 “음식이 스스로를 ١인칭으로 일컫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제 『킨포크』가 다시 묻는다. 재잘거리는 말투, 스스럼없는 광고 카피(당신의 칸막이 좌석에 앉아 당신의 테이블 매트에 자기 이름을 쓰는 식당 종업원의 활자 버전)는 일견 기업의 엄숙주의를 거부하고 기업이 고객을 아끼던 전설의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인상을 준다. 과거에 의인화는 시인들의 영역이었다. 이제는 상추가 냉장고의 채소 보관실에 들어가고 싶다고 당신에게 귀띔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코카콜라는 “세상을 상쾌하게 하고 변화를 주기 위해” 찾아왔다고 우긴다. 어이없는 주장이지만 적어도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야망만큼은 솔직히 드러낸 셈이다. 〈치폴레〉의 종이봉투에 적힌 문구 (“비열하게 굴지 마. 모두를 사랑해봐.”) 또는 〈오틀리〉의 바리스타 에디션 귀리 음료 사용법(“데우고 거품 내면 바로 마실 수 있죠. 나를 믿어요.”)과는 확연히 다르다.

‘나’란 누구일까? 회사일까? 아니면 카피라이터? 아니면 음료? 명령조로 “나를 믿어요”라니 진심일까? 포스트모던인가? 귀리우유를 일단 믿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치폴레〉는 ‘비열함’을 어떻게 정의할까? ‘모두를 사랑’하려는 노력이 부리토와 정확히 무슨 관계가 있을까? 감자튀김과 과카몰리를 주문하면 진부한 이야기가 딸려와야 하는 이유는 뭘까?

발랄한 어조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숨긴 채 일종의 세속적 유신론으로 고객의 도덕규범에 침투하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고객들은 (주로 광고주들 덕분에) 광고의 모략을 뻔히 꿰뚫게 되었으니 기업이 이런 수법을 계속 쓸 이유가 딱히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맞아요, 우리는 당신한테 물건을 팔고 싶어요. 그래요, 당신은 우리가 당신에게 뭔가를 팔아먹으려고 이런다는 걸 알죠. 네, 당신이 안다는 걸 우리도 압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밀당’은 그만두고 얘기 좀 나누는 건 어떨까요?

물론 이런 전개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수다는 여전히 구매를 권유하는 수단이다. 더욱이 그것은 별 의미 없는 대화로 위장한 집요한 유혹이다. 적어도 기업의 엄숙주의는 고객이 그들과의 관계를 거래 이상으로 본다고 간주하지는 않을 만큼은 고객을 존중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전략은 재포장된 거짓말이다. 정장, 경직된 광고인, 무미건조하고 기술적인 용어로 쓰인 사용법과 성분들은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로봇이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 우리와 함께해요.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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