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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에바 빅터

빅터의 셔츠 〈PH5〉, 터틀넥과 바지 스타일리스트 개인소장품, 슈즈 〈댄스코×크록스〉.

네이선 마가 에바 빅터를 만나다: 자신의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업계를 바꾸는 캐릭터 코미디언.

사진 by Emma Trim. 스타일링 by Dominick Barcelona.

트위터에서 코미디언 에바 빅터는 화제의 중심에 있다. 배우로서 그녀는 〈쇼타임〉의 고품격 드라마 「빌리언스」 등에 출연자로 이름을 올렸다. 작가로서 그녀가 쓴 풍자극들은 『리덕트리스』와 『뉴요커』에 연재되었다. 하지만 빅터는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트위터에 업로드하는 짧은 코미디 촌극에서 적성을 찾았다. 동영상들은 줄거리가 있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처럼 저화질에 저예산 또는 무예산이다. 어느 영상에서 그녀는 분명히 자신이 죽이지 않은 남편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에게 무성의하게 협조하는 매력적인 과부를 연기한다. 다른 영상에서는 코에 피어싱을 한 건들건들한 음반 가게 점원이 된다. 그녀는 늘 ‘다른’ 모습이다.

이런 영상 속에서 빅터는 다른 사람들의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그들이 된다. 그녀의 유머는 2막으로 나뉜다. 먼저, 그녀는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주로 할리우드 배우나 대도시의 밀레니얼)을 섬뜩할 만큼 정확하고 냉혹할 만큼 세밀하게 재현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표현하는 인물이 말로 드러내지 않은 갈등을 고의로 노출한다. 이를 테면, 그녀가 연기한 음반 가게 점원은 졸업 파티 2주 후에 고교 쿼터백에게 차인다. 우리가 기대했던 해피 엔딩을 뒤집는 것이다.

줌에 로그인한 빅터는 커다란 4도어 냉장고 앞에서 케일 샌드위치가 담긴 접시를 든 채 바닥에 책상다리로 앉아 있었다. 스물여섯의 그녀는 얼마 전 뉴욕의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벽은 휑하고 가구도 거의 없었다. 그녀의 다음 공연을 위한 빈 캔버스인 셈이었다.

NM: 팬데믹 시기에 코미디언으로 일하는 것이 어떤가?

EV: 괴상한 직업이지만, 의외로 탈출구 역할을 해준다. 코미디뿐 아니라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창조한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파티에 가기도 하고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팬데믹 때문에 나는 못 하는 것들을 다 할 수 있다.

NM: 최근에 당신은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카메라 작업에서 서류 작업으로 갈아탄 계기는 무엇인가?

EV: 지금 하는 일이 스마트폰에 의존하다 보니 스마트폰이 지긋지긋해졌다. 글을 쓰면 한두 시간이라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학에서 극작을 부전공했고, 진짜 형편없는 희곡도 몇 편 썼다. 그래도 조용히 글을 쓰는 게 좋다. 그 은밀한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 짜릿하다. 무언가가 적힌 종이를 손에 쥘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내가 쓴 거야! 종이에 적혀 있으니 진짜가 틀림없어.”

NM: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EV: 오래전부터 기대했던 도예 수업을 곧 시작한다. 그동안 조깅도 했다. 오리처럼 뒤뚱거리지만 말이다. 뇌를 정지시켜서 생각을 이겨먹으려는 목적이다. 생각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우울증이 심하게 왔는데 정말 무섭고 죽고 싶었다. 지금은 월경처럼 꼬박꼬박 돌아온다. “이런, 또 왔네. 저러다 가겠지. 그러다 또 올 거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같이 살자.”

NM: 당신을 웃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EV: 나사 풀린 사람들을 정말 좋아한다. 이름도 말해야 하나? 미셸 부토 넷플릭스 특별 방송은 진짜 웃겼다. 「펜15」도 마찬가지다. 「악마의 씨」 같은 영화도 흥미진진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이 등장하면 깊이 공감할 수 있어서 좋다. 이를 테면 영국 드라마 「널 파멸시키겠어I May Destroy You」라든지. 끝까지 보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볼 가치는 충분했다. 내 감정을 자극했고, 트라우마 경험을 정확히 묘사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사실 내 자신이 트라우마를 겪던 시절에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묘사하는 듯한 드라마는 처음이어서,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꼭 의도한 것처럼 나를 한 방 먹였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내 이름값을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가책, 걱정에 짓눌리고 있다.”

NM: 창조적인 표현 수단들이 현실 세계에서 권력 구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당신의 코미디는 이런 권력 구조를 다룬다. ‘이성애자의 자부심’을 표현하기를 원하는 이유를 남자 친구에게 설명하는 극성맞은 여자 친구 캐릭터도 이런 문제를 드러냈다. 그런 풍자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EV: 1년 반쯤 전에 알리사 밀라노가 “여성들이여, 모두 섹스 파업을 합시다!”라고 선동하니까 다들 “아니, 우리는 안 할래요. 그런다고 우리한테 무슨 득이 된다고요. 우리는 섹스를 좋아해요.” 이랬지 않나. 사람들이 정신이 나갔는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도 못할 터무니없는 방법을 쓴다. 이성애자의 자부심 시위를 조직한다니?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완전 웃기다. 끝내주게 재밌지만 어리석은 짓이야. 그래봤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걸. 당신들의 목적 달성을 내가 더 어렵게 만들어주지.”

NM: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코미디계의 치열한 경쟁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EV : 웃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말 감사하다! “와, 나 진짜 웃긴 것 같아.” 싶을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그렇게 느낀다는 건 아니다. 재미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기회를 얻는 것은 멋지고 소중한 경험이다. 하지만 우리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에는 하나같이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할 거야. 이 일은 내가 꿈꾸던 일이니까 나한테 신나고 재미있어야 해.” 이러는 사람들이 나온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런 태도는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NM: 소셜 미디어에서 당신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당신을 본다. 진짜 에바 빅터는 어떤 사람인가?

EV: 오, 맙소사,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나도 모르니까. 너무 오래 생각하다가 머리가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참 이상한 게, 글을 써서 돈을 받으면서도 내가 작가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 정도면 작가라고 하기에 충분한데 말이다. 그리고 커밍아웃 하면서, ‘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야 해.’라고 생각했지만, 나답게 몇 년 더 살고 나서는 ‘아,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나의 주장에 얽매이지 말자.’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내 성적 취향만큼은 ‘퀴어’라는 범주에 속한다고 못을 박아도 괜찮겠다. 엄마, 그 단어의 의미는 사전에서 찾아보세요.

나더러 ‘나는 작가다’, ‘나는 코미디언이다’, ‘나는 배우다’라고 확실히 밝히라는 사람은 별로다. 내게 그런 타이틀이 없어서 기쁘다. 내 이름값을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가책, 걱정에 짓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분 참 별로다. 두려움과 부담감은 전부 내 안에서 비롯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얼마 전에 아파트를 구한 사람이다. 샌드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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