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은퇴가 매력적으로 이미지를 쇄신했다. 지난 10년 사이 비키 로빈과 조 도밍게스의 「돈이냐 인생이냐」, JL 콜린스의 「부자 교육」 같은 책들과 무수한 블로그들의 영향으로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 운동(줄여서 FIRE)이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많은 돈을 모으고 지출은 최대한 줄여 30, 40대에 직장을 그만두려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남은 인생을 불로소득으로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돈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다. 이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을 그만두기 전에 예상 연간 지출의 25배를 저축하고 매년 포트폴리오에서 4퍼센트만 인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검절약 습관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소득의 최대 75퍼센트를 저축하고 생활비를 최소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서른 전에 은퇴한 미스터 머니 머스태시Mr. Money Mustache 블로그 운영자 피트 애드니는 “가능하면 자전거를 타라”, “너무 비싼 휴대폰은 포기해라”, “편리함을 조롱하는 법을 배워라” 등의 처방을 제시한다.1 하지만 어떻게 봐도 이 운동은 엘리트주의적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회 집단에서 실직과 쾌락 추구에 낙인을 찍는다는 사실은 접어두더라도, 이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려면 수입이 꽤 많아야 한다. 또 이 계획은 본질적으로 개인주의적이다. 고소득 직장과 투자에 의존하므로 사회구조를 뒤집지 않으면서 대안적인 생활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내가 목격한 바로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하나의 철학처럼 선전하지만, 기본적으로 ‘부자가 되어라’라는 철학에 지나지 않는다.” 「일하지 않을 권리」를 쓴 사회학자 데이비드 프레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의 연구는 좀 더 집합주의에 가까운 탈노동 사회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운이나 특권은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월급과 직업으로 정의되는 억압에서 벗어나고픈 욕구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충족하지 못하지만 유별난 욕망은 아니다. 프레인은 정치적인 이유로 일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동기를 발견했다. “그들은 게으름을 피우려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일, 곧 좋은 일이나 자신의 역량을 넓힐 수 있는 일에 몰두하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는 직장에서 일해야 사회에 공헌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예술 창작에서 정치 활동까지 직장 밖에서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지난 1년 사이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많은 직업이 얼마나 위태로운지에 관심이 모이면서 짧은 주당 근로시간과 기본소득 같은 개념이 주목받게 되었다. 그 안에는 FIRE 운동의 추종자들이 스스로 추구하는 목표인 안전, 자율성, 선택과 성취를 우리 모두가 얻을 수 있는 사회를 기다리는 염원이 담겨 있다. ( 1 ) 젊은 나이에 은퇴한 다음 책, 강의, 연설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는 데 열중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편리하게도 이런 활동은 대부분 부가 수입을 창출하므로 일부 FIRE 은퇴자가 실제로 금전적으로 얼마나 독립적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식은 죽 먹기 간단한 답의 매력. Arts & Culture 영원한 우정 오랜 우정을 위한 새로운 의식 Arts & Culture 피어 리뷰 작곡가 조 블레이드가 신시사이저의 거장 웬디 카를로스의 선구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때로는 불편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Arts & Culture 등업 비디오 게임이 현실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Arts & Culture 컬트 룸 혼란과 키네틱 아트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알렉산더 콜더의 작업실 내부. Arts & Culture 리아나 핑크 예리한 시각, 삐뚤삐뚤한 그림체의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