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 성인이 되어 이런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기까지 어떤 경험을 했나?
GM: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들리겠지만 모델을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항상 다른 일을 병행했다. 나는 모델 활동을 많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했다. 모델로 성장하는 것은 내가 느끼기에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예술을 창조하는 과정이었지만, 다른 어떤 문들을 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경우를 ‘전환’이라 부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다. 영성적인 사람에 가깝고, 전환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업보와 내세를 믿는다. 하지만 현생에서 내 정체성을 위태롭게 하거나 사회에서 붙이는 꼬리표에 맞추지 않고 내가 원하는 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고 탐닉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를 모델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공인 소믈리에이자 비영리기관의 창립자이며 딸, 언니, 아내, 인간이다. 모델 활동은 계속할 것 같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하고 싶지만 다른 문을 열기 위해 이미 열린 문을 닫아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KM: “그냥 얼굴이 예뻐서” 모델 이외 분야에서의 열정을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다. 당신을 보는 사람들의 태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항상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개척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GM: 고맙게도 15년간의 모델 생활은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자기만의 평가를 내리지만 그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남의 생각을 통제하거나 관리하려 할수록 비참해진다. 모델 일을 하다 보면 모든 반응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들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에는 무시, 즉 고의적인 무시와 무례한 대우가 뒤따른다. 하지만 열여섯에 집을 떠나 모델 일을 시작하고, 토론토에서 일을 하며 학교에 다니고, 스물, 스물한 살에 세계에 진출한 것이 그런 업계에 발을 들일 의지와 용기를 갖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나는 어떤 일을 하든 사람들이 항상 나의 지식과 능력에 의문을 품는다고 느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엄청난 좌절을 겪었다. 하지만 지식으로 무장할수록 그런 생각은 쉽게 고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태양에너지 사업으로 동아프리카와 미국의 공동체에 진입할 준비가 갖춰질수록 내게 비영리단체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덜 의식하게 되었다. 친구와 가족, 주위 사람들에게 최고의 와인을 더 많이 제공할 수 있고 그들도 내 와인을 사랑해준다면, 나도 내가 선택하고 배우는 와인과 내가 만나는 와인 생산자들에 대해 만족한다면, 내가 소믈리에가 될 능력이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된다. 결국 자신의 지식과 부모님이 가르쳐준 근면이라는 미덕으로 무장하면 큰 용기가 생긴다.
KM: 당신의 다양한 시도와 관심사의 핵심은 무엇인가?
GM: 공정한 경쟁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나는 전쟁터에서 만난 이민자 부모의 딸이다. 그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직접 일을 해서 얻어야 했기에 나는 타협이 무엇인지, 희생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그런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 우리는 인생을 배우고 이해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짐을 조금 덜어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식품, 소득, 전기 같은 평범한 수단으로도 가능하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의 핵심이다. 우리와 똑같이 생겼지만 평생 10만 달러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런 목표를 이루면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강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