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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마시는 와인:
그레이스 마하리

카일라 마셸이 완벽에 가까운 미각과 업계의 판도를 바꿀 비전을 지닌 소믈리에를 만난다.
사진 by Valerie Chiang.

일이 좀 다른 식으로 풀렸다면 그레이스 마하리는 WNBA 스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캐나다 에드먼턴 토박이였던 10대 소녀는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진지한 계획을 간직한 채,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널리 경험하기로 결심했다. 200회 이상 런웨이에 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델 마하리가 프로 운동선수가 될 뻔했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하지만 마하리는 자기 안의 다양한 가능성을 늘 인식하고 있었다. 몇 년 전, 그녀는 부모의 고국인 에리트레아를 비롯한 동아프리카의 지역사회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자원을 공급하는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세하이Project Tsehigh〉를 설립했다. 그 후에는 로스앤젤레스의 레스토랑 〈출리타〉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 2019년에는 여러 해에 걸쳐 준비한 끝에 공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뉴욕에 있는 자택에서 마하리는 와인의 맛을 음미하는 것 외에도 이 업계에서 추구하고 싶은 몇 가지 포부가 있다고 밝혔다.

KM: 소믈리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GM: 2010, 2011년부터 와인에 푹 빠지면서 왠지 겁이 났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는 세상에 나오면 왜 이렇게 주눅이 들까? 화려한 공간에 있으면 왜 이런 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남의 눈을 의식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많은 일을 벌여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택했다. 공부를 시작하고 학교에 다니고 자격을 취득하는 목표에 몰두했다. 이제 나는 우리와 닮은 사람들과, 유통 업체나 식당, 원하는 고객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KM: 목소리는 어떻게 키울 수 있나?

GM: 우리가 자랄 때 만들어 먹던 음식에 와인을 페어링하는 것처럼 간단한 방법도 있다. 에리트레아에는 매운 음식이 많고 인제라 빵을 먹기 때문에 벌꿀 술, 맥주와 비슷한 전통 발효주인 메스와 수와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 우리 전통 음식과 잘 맞는 천연, 유기농의 지속가능한 와인을 찾는 과정 정말 흥미로웠다. 이 일에는 사업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아르헨티나의 여성, 남아프리카의 흑인 여성, 캘리포니아와 북미 전역의 소수 집단 와인 제조자들을 띄우는 의미도 있다. 또 나는 지속가능하거나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와인을 널리 알리고 싶다. 이 시점에서 지구를 보존하거나 적어도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KM: 와인 업계에 진출하면서 당신이 깨달은 소외 집단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GM: 업계의 모든 분야에서 유색 인종은 불리한 입장에 있다. 우리는 땅을 소유하지 못해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기 어렵다. 다음은 유통이다. 우리가 와인을 생산해도 유통 업체는 우리 상품을 진열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매 업체는 판매를 원하지 않거나 가격을 후려치려고 한다. 그리고 서비스 객체가 되면 “당신 같은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알지. 바로 이거잖아.” 또는 “당신 형편에 맞는 건 이거야.” 이런 식의 대우를 받는다. 이런 편견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Location: Vinatería in Harlem, New York City

KM: 성인이 되어 이런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기까지 어떤 경험을 했나?

GM: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들리겠지만 모델을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항상 다른 일을 병행했다. 나는 모델 활동을 많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했다. 모델로 성장하는 것은 내가 느끼기에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예술을 창조하는 과정이었지만, 다른 어떤 문들을 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경우를 ‘전환’이라 부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다. 영성적인 사람에 가깝고, 전환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업보와 내세를 믿는다. 하지만 현생에서 내 정체성을 위태롭게 하거나 사회에서 붙이는 꼬리표에 맞추지 않고 내가 원하는 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고 탐닉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를 모델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공인 소믈리에이자 비영리기관의 창립자이며 딸, 언니, 아내, 인간이다. 모델 활동은 계속할 것 같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하고 싶지만 다른 문을 열기 위해 이미 열린 문을 닫아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KM: “그냥 얼굴이 예뻐서” 모델 이외 분야에서의 열정을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다. 당신을 보는 사람들의 태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항상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개척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GM: 고맙게도 15년간의 모델 생활은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자기만의 평가를 내리지만 그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남의 생각을 통제하거나 관리하려 할수록 비참해진다. 모델 일을 하다 보면 모든 반응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들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에는 무시, 즉 고의적인 무시와 무례한 대우가 뒤따른다. 하지만 열여섯에 집을 떠나 모델 일을 시작하고, 토론토에서 일을 하며 학교에 다니고, 스물, 스물한 살에 세계에 진출한 것이 그런 업계에 발을 들일 의지와 용기를 갖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나는 어떤 일을 하든 사람들이 항상 나의 지식과 능력에 의문을 품는다고 느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엄청난 좌절을 겪었다. 하지만 지식으로 무장할수록 그런 생각은 쉽게 고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태양에너지 사업으로 동아프리카와 미국의 공동체에 진입할 준비가 갖춰질수록 내게 비영리단체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덜 의식하게 되었다. 친구와 가족, 주위 사람들에게 최고의 와인을 더 많이 제공할 수 있고 그들도 내 와인을 사랑해준다면, 나도 내가 선택하고 배우는 와인과 내가 만나는 와인 생산자들에 대해 만족한다면, 내가 소믈리에가 될 능력이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된다. 결국 자신의 지식과 부모님이 가르쳐준 근면이라는 미덕으로 무장하면 큰 용기가 생긴다.

KM: 당신의 다양한 시도와 관심사의 핵심은 무엇인가?

GM: 공정한 경쟁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나는 전쟁터에서 만난 이민자 부모의 딸이다. 그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직접 일을 해서 얻어야 했기에 나는 타협이 무엇인지, 희생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그런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 우리는 인생을 배우고 이해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짐을 조금 덜어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식품, 소득, 전기 같은 평범한 수단으로도 가능하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의 핵심이다. 우리와 똑같이 생겼지만 평생 10만 달러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런 목표를 이루면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강조될 것이다.

 

“사실 나는 어떤 일을 하든 사람들이 항상 나의 지식과 능력에 의문을 품는다고 느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엄청난 좌절을 겪었다.”

“사실 나는 어떤 일을 하든 사람들이 항상 나의 지식과 능력에 의문을 품는다고 느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엄청난 좌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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