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해가
떠오르고

북반구의 고위도 지역에서는 12월 21일 희망이 찾아온다. 그 다음 날이 되면 다행스럽게도 밤이 1초가 줄어들고, 일주일 후에는 매일 1분 30초씩 밤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다. 동지가 지나면 태양이 전하는 희미한 따스함이 조금씩 커지면서 봄까지 살아남으려는 고대 사람들의 힘겨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희망을 가져야 할지, 그러한 중대한 변화를 언제 축하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약 7,000년 전에 사람들은 여름에는 북쪽 끝에서 뜨고 겨울에는 가장 먼 서쪽에서 지는 태양의 경로를 표시하기 위해 나무와 돌로 원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목동들은 사하라사막 깊숙한 곳에 있는 마른 호수 바닥인 나브타 플라야에 원 모양을 표시했고, 이것은 그러한 구조물의 가장 초기 형태로 알려져 있다. 그중 가장 기념비적인 잉글랜드의 스톤헨지는 태양과 달의 복잡한 움직임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동지의 일몰을 가장 극적으로 나타낸 섬세한 천문 기구였다.¹ 사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에 다가가는 순례자들에게 스톤헨지는 거대하고 어두운 벽으로 보였다. 중심을 통과하는 세로 모양의 밝은 틈만이 그 벽을 가르고 있었다. 동지의 낮은 태양은 이 좁은 틈을 통과하여 오렌지 빛 막대를 길 중앙에 우뚝 서 있는 힐스톤(Heel Stone)에 드리웠다.

완만하게 경사진 땅에 지어진 스톤헨지는 중요한 일몰의 순간을 표시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 순간을 붙잡고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동지 해가 질 때 느린 속도로 걸으면서 힐스톤에서 중심 방향으로 접근하다 보면 이 구조물이 지는 해를 그대로 붙잡아두기 위해 지어진 것임을 알 수 있어요. 위로 향하는 우리의 시선은 태양의 가라앉는 움직임에 맞서 정확한 균형을 이루고 있죠.”라고 고고학자 라이오넬 심스가 설명한다. 해를 통과시키고 제어하며, 한 해의 가장 긴 밤의 시작을 늦출 수 있는 힘은 분명 황홀했을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은 건축을 통해 이러한 신과 같은 능력을 발휘해왔다. 하지에 멕시코 테오티우아칸의 사제들은 ‘태양의 피라미드’ 정상에서 지는 해를 감상했다. 사제들이 ‘사자(死者)의 길’ 너머의 수평선을 응시할 때면 마지막 남은 광선이 깃털과 금으로 장식된 그들의 의상에 반사되었다. 그들의 모습은 그늘진 아래의 군중들에게 신과 같이 다가왔다. 신들이 사는 메루산을 상징하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는 해자를 두른 정원의 네 귀퉁이를 통해 동지와 하지의 해가 떠오르거나 질 때, 크메르 제국의 전능한 황제가 사원의 정상에서 그의 광대한 영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뉴멕시코의 파하다 뷰트에서 고대 푸에블로인들은 하지 정오의 해가 붉은 사암 절벽면의 나선 문양 암각화 위에 뜨겁고 반짝이는 단검 모양의 빛을 드리우도록 구조물을 만들었다. 나선은 계절이 겨울을 향하고 다시 여름으로 돌아오면서 그리는 태양의 멈추지 않는 진행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고대 유적지들을 방문하는 이들은 여전히 같은 천체 현상을 관찰하고 그 속의 느리고 꾸준한 리듬을 발견하며 태양의 주기를 틀 안에 넣으려고 한 인간 신(神)들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