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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린지 피플스 와그너

당신의 스타일을 바꿔라. 당신이 몸담은 업계를 바꿔라. 다음 세대의 인생관을 바꿔라. 카일라 마셸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틴 보그』 편집장을 만난다.
Words by Kyla Marshell. Photography by Zoltan Tombor. Styling by Jermaine Daley. Hair by Tamara Laureus. Makeup by Fatimot Isadare.

젊은이는 젊음을 허비한다고들 하지만 패션에 대한 감각과 업계 경력, 억척스러운 열정을 겸비한 스물아홉의 『틴 보그』 편집장 린지 피플스 와그너는 오늘날의 젊은이가 지닌 능력을 유감없이 증명하고 있다. 위스콘신 출신으로, 2018년에 『컨데 나스트』의 최연소 편집장이 된 그녀는 립글로스와 풍선껌을 다루던 이 잡지를 기후변화, 흑인인권운동 등 깊이 있는 정치적 주제의 중심으로 눈부시게 탈바꿈시켰다. 인턴에서 보조 편집자를 거쳐 이제는 관리자가 된 피플스 와그너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된 사람 특유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틴 보그』 표지가 담긴 여러 개의 액자와 매끄러운 대리석, 금빛 조명으로 장식된 와그너의 사무실은 그녀가 그간 갈고닦은 스타일과 소신을 표현하는 듯하다. 그녀가 선홍색 원피스 위에 걸친 광택이 도는 ‘괴상한’ 녹색 〈프라다〉 코트처럼 말이다. 개인 사무실 유리문 바로 밖에서 일하는 편집진도 한때 이 신성한 공간을 점유했던 ‘백인 금발 여성’의 미적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그 역시 전부 자신의 ‘마스터플랜’에 속한다고 말한다.

KM: 당신이 패션계에서 경력을 쌓고 싶다고 생각한 시점은 언제이며, 그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나?

LPW: 『틴 보그』에서 처음으로 잡지사 인턴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의상을 나르고 치우는 일을 했다. 결코 내가 생각했던 만큼, TV에 비치는 만큼 화려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꿈꾸던 변화를 전부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정말로 사랑했다. 그런 첫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출판물에 도전해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시험하고 싶었다.

KM: 잡지사와 업계 전반에 만연한 백인 중심주의에 좌절하지는 않았나? 이 업계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

LPW: 마침내 편집 보조 자리를 얻고 나서 보니 패션계에서 흑인 여성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돈 문제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당시에 나는 최저임금밖에 벌지 못했다.

“사람들은 나를 틀 안에 가두려 했다. 하지만 틀 따위는 없다.”

뉴욕에서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 분명했다. 특히나 최고로 세련되게 치장하고 디자이너 상표를 차려입는 것이 당연시되는 패션계에 일한다면 말이다. 입에 풀칠을 하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니 다른 일 두 가지를 더 해야 했다. 낮에는 이곳에서 스타일리스트들을 돕고 촬영을 진행한 다음 밤에는 프리랜서로 글을 쓰거나 〈DKNY〉에서 마네킨의 옷을 갈아입혔다. 주말에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다. 물론 당시에는 다른 룸메이트 둘과 함께 살았다. 남들은 하지 않는 다른 일에 시달리느라 원하는 만큼 업무 성과를 내기가 힘들었다. 내게는 보여줄 것이 많았지만 부유한 집안 출신도 아니고 이 업계에 인맥도 없는 탓에 남들보다 열 배나 더 일하게 된 것 같아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까지 들었다. 패션계에 우리 같은 사람이 더 많이 진입하기를 바라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데다 보수도 충분히 주지 않는다. 그것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어려운 숙제다.¹

KM: 당신의 잡지에서 바뀌어서는 안 될 핵심 정체성은 무엇이며, 살짝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

LPW: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우리 잡지를 통해 그들이 세상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기를 바란다. 새 브랜드를 다루든 대통령 후보를 다루든 우리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런 유용한 정보의 출처가 되고 싶다. 내가 그간 이 업계에서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확인한 비전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더 컷』과 『뉴욕 매거진』을 거치면서 나는 우리가 진심으로 독자들과 문화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도구를 선물하고 싶다. 이를 테면 누군가에게 자기 누드 사진을 보내려 한다면 보내기 전에 이러이러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조언을 할 때는 현명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

KM: 당신이 현재의 『틴 보그』 독자층과 같은 나이였을 때는 그런 도움을 받을 만한 자료가 있었나?

LPW: 당시에는 아무도 지금처럼 젊은 사람들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모든 출판물이 수박 겉핥기식이었다. 나는 우리가 패션 등의 주제를 재미있게 다루기를 원하지만 나의 모든 선택에는 목적과 이유가 있다. 이 사진을 왜 골랐는지, 이 드레스 디자이너를 왜 선택했는지, 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전부 고려한다.

KM: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좀 더 중시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LPW: 세상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사람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과 대화가 단절되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KM: 당신도 젊은이에 속하지 않나?

LPW: 아니다. (웃음)

NOTES

1. 2018년 8월에 피플스 와그너는 편집 보조부터 관리자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연예인, 모델에 이르는 100명 이상의 흑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더 컷』에 ‘패션계에서 흑인으로 일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2. 피플스 와그너는 사진작가 안드레 D. 와그너와 결혼했다. 그는 최근에 이 책 86페이지에 실린 할렘의 아이콘 라나 터너의 사진을 찍었다

KM: 그러면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

LPW: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스물아홉이 되었으니 젊은이 축에 들겠지만 별로 젊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미 이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그런지 29세 치고는 너무 늙어버린 기분이다. 솔직히 내 나이를 제대로 실감해본 적이 없고 예전부터 항상 실제보다 나이가 많다고 느꼈다.

KM: 최근에 겪은 변화 중에 당신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인가?

LPW: 더 이상 주말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남편의 아이디어였다.² 일 때문에 늘 어디로 나가서 누구를 만나고 행사에 참가하다 보니 항상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서 그저 혼자 있을 시간이 좀 필요하다 싶었다. 어느새 나는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약속을 잡지 않고 홀로 주말을 보내면 재충전된 상태로 일터에 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KM: 이 업계에서는 단 한 가지 미의 기준에 주목하며, 이미지를 매우 중시한다. 자신이나 타인들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이미지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요령이 있는가?

LPW: 내 일을 매우 진지하게 대하지만 나 자신을 너무 진지하게 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오래전에 결심했다. 만약 내가 흑인인 자아로 당당할 수 없다면 이런 일을 할 필요도 없고 차라리 식당 종업원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지만 온갖 얄팍한 이유들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이 업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대신 내가 원치 않은 이미지에 집착하는 이상한 풍토를 견뎌야 하더라도 내가 이 일을 하는 동안은 감내할 수 있다. “편집장이 땋은 머리를 하다니 참 용감하네요.” 나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많이 만나보았다. 남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에 얽매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내 자신이 아니라면 같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KM: 폭넓은 배경을 지닌 인재를 채용하는 것과 더불어 당신이 잡지사에서 이미 이뤘거나 앞으로 이루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

LPW: 업계 전반에 실제로 포용성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사람들 표현대로 ‘함께 춤을 추자’고 요청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나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배려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의사결정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그 자리를 영원히 내주어야 한다. 주로 백인들로 채워진 테이블의 구성원들은 실제로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선택한 대로 이행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은 내가 누구를 채용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잡지에서 젊은 할리우드 스타 가운데 누구를 다루는지가 실제로 포괄성에 널리 기여하리라 본다.
유능한 직원을 뽑는 동시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은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방식의 기사를 쓴다. ‘F로 시작하는 단어’라는 시리즈를 낸 적이 있다. F는 뚱뚱함(fat)을 의미한다. 다들 말로는 다양한 신체 사이즈를 촬영한다면서도 55 또는 66 사이즈에 모래시계 몸매를 지닌 모델들만 원한다. 그 정도는 사실 다양한 사이즈를 포괄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77 사이즈가 넘는 테스 홀리데이와 라샤우나이 스튜어드를 모델로 선택했다.

KM: 그런 기사에 개인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독자가 있었나?

LPW: 물론이다. 항상 그런 메시지를 받고 있다. “내가 좀 더 어릴 때 이런 기사가 나왔더라면” 하고 반응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사소하지만 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이 업계에서 유일한 흑인 편집장이다. 다른 사람들과 생김새가 다르다. 표준 사이즈도 아닌 데다 할 말은 거침없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무엇을 입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관심을 갖는다. 내가 특정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는 데도 다 의도가 있다. 인종 차별주의자에 동성애 혐오자의 옷은 입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돌체 앤 가바나〉를 입은 모습은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안다.
젊은 여성들과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멋진 일이다. 단순한 옷일 뿐이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그 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사소한 선택들이 젊은이들에게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뿌듯함을 안겨줄 거라 생각한다.

KM: 편집장이 된 것이 당신의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나?

LPW: 지금까지 거친 모든 직장에서 나의 스타일은 변화를 겪었다. ‘내가 진짜로 입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해방감을 느꼈다. 처음에 여기서 보조 편집자로 일할 때 다들 구슬 팔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내 취향은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적응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그것을 하고 다녔다. 나한테는 안 어울린다고 말할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 〈스타일닷컴〉으로 옮겼더니 모두 줄기차게 검정만 입고 다녀서 나도 검정으로 빼입었다. 너무 진지해 보여서 내 성격과는 도저히 맞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더 컷』과 『뉴욕 매거진』에 다닐 때 보니 모두에게 사랑받는 디자이너가 여럿 있었다. 그래서 내게 어울리지 않는데도 그런 브랜드를 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인생에서 그런 단계를 지나고 나니 사람들 비위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줄었다. 어릴 때는 남의 호감을 사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최근에는 그런 시도를 아예 하지 않는다. (웃음) 나는 이 녹색 〈프라다〉 코트가 괴상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여기는 것 같지만 어쨌든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하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KM: 앞으로 당신이 어떤 영향력을 갖기를 바라는가?

LPW: 나는 마흔에도 깨어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진부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이 업계가 좀 더 나은 곳이 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항상 독특한 위치에 있었다. 패션을 공부했지만 글도 썼고, 편집장이 되어도 사람들은 나를 틀 안에 가두려 했다. 하지만 틀 따위는 없다. 나는 이 분야가 한층 더 포용성을 갖고 발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관리직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문화를 꽃피웠으면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과 대화가 단절되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과 대화가 단절되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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