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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문제적 사물

카펫의 모호한 역사.
글 by Stephanie d’Arc Taylor. 사진 by Todd Hido.

인간의 발은 원래 아늑한 느낌을 좋아한다. 1940년대에 러시아의 고고학자 세르게이 루덴코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우리 중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적어도 25세기 동안 발가락을 포개서 감싸고 있었다. 시베리아에 묻힌 스키타이 왕자의 무덤을 발굴하던 중, 그는 얼음 덩어리에 파묻혀 수 세기 동안 기적적으로 보존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카펫을 발견했던 것이다.

1950년대가 되자 꼭 왕자의 발가락만 아늑하고 훈훈한 여유를 즐기란 법은 없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미국이 급부상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희생보다는 편안함과 소비를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설탕을 배급받을 필요가 없어지고, 버터 대신으로 마가린을 먹을 필요도 없어졌으며, 쓸 수 있는 여윳돈이 추가로 들어오게 되자 미국인들은 말 그대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편안하게 지내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직물 기술의 발달로 주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저렴한 카펫을 깔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가급적 더 많이 갖고 싶어 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그동안 선호되었던 촘촘하고 털이 짧은 터프트 카펫이 털이 긴 샤그 카펫으로 변화하면서 하베스트골드 또는 번트오렌지 같은 유행 색을 채용하게 되었다. 이런 추세는 지칠 줄 모르고 이어져, 마치 외래종의 덩굴식물처럼 화장실 바닥은 물론 변기 덮개까지 식민화하는 양상이 되었다. 그러나 인생이 그렇듯, 패션도 변하기 마련이어서, 1990년대가 되자 카펫 바닥은 키치(kitsch, 질 낮은 예술품-옮긴이)의 영역(적어도 변두리까지는)으로 밀려났다. 비영리단체인 ‘건강한 주택 전국 센터(National Center for Healthy Housing)’가 배포하는 공식 자료표는 집 안 꾸미기에 관한 추세가 잘 드러나 있어 참고로 할 만한데, 여기에서도 카펫을 까는 것은 강하게 밀려든 미니멀리즘의 기풍에 반하는 세기 중반의 트렌드로 되어 있다.

카펫은 박테리아의 천국이며, 그 때문에 스팀 청소를 해야 하지만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쓸어내는 것에 비하면 아주 성가신 작업이기 때문에, 사실상은 스팀 청소를 하는 일이 흔치 않다. 이로 인해 곰팡이, 반려동물의 비듬, 집먼지 진드기-이 진드기는 주요 먹이가 사람 피부의 각질이 떨어져 쌓인 것들이다-와 같은 해로운 것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바닥 전체를 카펫으로 덮는 것은 천식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식적으로 비추천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지식으로 무장하고 나면, 아무리 아늑한 게 좋다고 해도, 조상 때부터 거부할 수 없어서 바닥을 온통 뒤덮었던 카펫의 매력에 저항할 의지가 좀 생길 것이다. 그러나 물론 패션에서절대로라는 것은 절대로 없다. 아보카도그린의 유행이 돌아오면 뒤이어 카펫이 귀환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K43_Cover
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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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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