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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에시에두

영국의 연극배우가 새로운 플랫폼에 서다.
글 by Precious Adesina. 사진 by Phil Dunlop. 스타일링 by James Sleaford.

  • Arts & Culture

영국의 연극배우가 새로운 플랫폼에 서다.
글 by Precious Adesina. 사진 by Phil Dunlop. 스타일링 by James Sleaford.

파파 에시에두의 재능이 영국의 연극계에만 알음알음 알려진 때가 있었다. 그는 이스트런던 태생이며, 2012년에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 입단했고, 이후 이곳과 내셔널시어터를 오가며 고만고만한 역할들을 맡아 했다. 그러다 2016년에, ‘값을 매길 수 없는 생명력’이라는 『가디언』지의 찬사를 들으며 햄릿을 연기했으며, UK 시어터어워즈에서 연극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1 모든 것이 바뀐 것은 2020년, 미카엘라 코엘의 계시적인 HBO–BC 드라마 아미 메이 디스트로이 유에서 크웨임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였다. 그는 성폭행의 후유증 속에서 사법 시스템과 트라우마, 자신의 성적 정체성 때문에 악전고투하는 게이 역할을 맡았으며, 영국 아카데미상인 바프타와 에미상의 연기상 후보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는 또한 2020년에 발표된 드라마 갱스 오브 런던에서도 암흑가 보스의 아들 알렉스를 연기한다. 올해는 조 바튼이 쓴 스릴러 스카이 TV의 익스틴션과 BBC의 더 캡처 시즌2에서 새로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더 캡처에서는 최고를 향해 가는 야망에 찬 젊은 정치인을 연기하게 된다. 그에게는 이런 것들이 마치 롤러코스터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이스트런던의 조그만 카페에서 아침을 먹으며, 서른한 살의 이 배우는 자신이 유명해지리라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착한다고 생각하면 두렵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그럴 참이었다.

PA: 연극 무대와 TV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나?

PE: 나로서는 양쪽을 다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엄청난 행운이다. 경험하는 것과 그 일로부터 얻는 것은 다른데, 나는 연극을 하고 있으면 스크린에서 뭔가를 하고 싶고, 스크린 쪽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연극을 하고 싶어진다. “저쪽 잔디가 항상 더 푸르다.” 같은 것이다. 다만 스크린 작업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데, 이 점이 아티스트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랩톱컴퓨터나 텔레비전을 인터넷에 연결하기만 하면 우리가 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스크린 위의 아트는 특정한 날, 특정 도시에 시간 맞추어 돈을 들여서 극장으로 갈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PA: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는 연극 무대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나?

PE: 국제적인 인지도는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인정받는다는 건 멋진 일이지만, 그걸 자신의 어젠다 제일 꼭대기에 두면 절대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연극 무대는 내게 아주 중요하다. 눈앞에서 생생한 관객을 마주한다는 건 두렵고도 보람 있는 일이다. 영화나 TV 프로그램 작업에서는 너무나 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편집하고 제작해서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물론 무대에서도 감독과 디자이너들이 그런 작업을 하지만, 배우와 지켜보는 관객이 진정성 있게 연결된다는 점에서는 좀 다르다. 그건 순수해서 꾸며낼 수가 없다. 잘되면 잘되는 거고, 잘 안 되면누가 뭐래도망치는 거다. 뮤지션이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는 것과도 같다.

Makeup: Carlos Ferraz. Hair: Christian Trust, Photo Assistant: Robin Bernstein

(1) 에시에두는 티켓 판매를 늘리기 위해 유명 배우들을 영입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던 때에 과감하게 연극 무대에서 햄릿을 연기하는 다소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같은 시기에 다른 무대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햄릿을 연기하고 있었고, 마이클 신과 데이비드 테넌트도 최근에 햄릿을 연기했다.

PA: 원래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고 들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전환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

PE: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의학 공부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사실 그 길을 택했어도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의사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고, 나의 기질과도 잘 맞다. 워낙 사람들을 좋아하는 데다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나 그 나이에 자기가 뭐가 되고 싶은지를 얼마나 잘 알겠는가? 그 무렵, 나는 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해 보이고, 사람들이 박수 쳐주는 게 좋았다. 당시에 내가 연기를 해볼 수 있게 뒷받침을 받은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그 선택이 옳았다고 여기고 있다.

PA: 친구 앞에서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오디션을 본 소감은 어땠나?

PE: 미케일라는 내게 중요한 사람이다.2 우리는 드라마 스쿨에서 같은 반에 있었고, 성장 배경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대화해본 적이 없었고, 우리 관계는 경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일 이야기를 한 곳이 내가 크웨임 역할로 오디션을 보는 방에서였다. 코엘은 감독이었기 때문에 감독답게 처신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PA:연출과 배역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퀴어 배우가 맡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때에 게이 캐릭터를 연기한 기분은 어땠나?

PE: 오디션을 보기 전에도 그랬고, 그 배역을 맡기 전에도 생각을 많이 했다. 미케일라와도 그 문제로 많이 의논했다. 그녀는 그 배역에 대해 다양한 방향에서 많은 사람들을 오디션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봐봐. 크웨임은 자신의 성정체성과의 관계에서 커다란 의문을 지니고 있고, 난 네가 이 캐릭터를 공정하게 대할 수 있다고 믿어.”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 남자를 존중하자고 생각했다. 그의 경험을 얕잡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버리거나, 선정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입체적인 인물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PA: 연기한 배역 중에 ‘이 사람이 정말 좋아.’라고 생각한 배역이 있는지?

PE: 나는 내가 연기한 인물을 모두 사랑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들을 판단하지는 않아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빌런인 사람은 없고, 나쁜 녀석이 되기 위해 집을 떠나는 사람도 없다. 그들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가족을 부양할 거야.’ 또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될 거야.’

PA: 부모님이 모두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부모의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나?3

PE: 슬픔은 황량하고 계속되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변한다. 부모님이 계시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것도 다른 의미를 띠기 시작한다. 그분들이 육체적인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통해, 그리고 그분들이 가르친 교훈을 통해 내 안에 계신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릴 때는 당연히 힘들지만 그건 단지 어려운 결정이어서 그렇다. 부모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모든 사람은 고군분투한다. 분투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2) 에시에두와 코엘은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드라마 스쿨에서 친분을 쌓았다. 『벌처(Vulture)』지에 따르면, 코엘은 자신이 당시 ‘마을에서 유일한 흑인 소녀’였다고 쓴 적이 있다. 그녀는 길드홀 스쿨이 5년 만에 받아들인 첫 흑인 여성이었다. 졸업 쇼케이스로, 두 사람은 이스트런던 농구장을 무대로 한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다.

(3) 에시에두는 런던 월섬스토에서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그가 열네 살 때 가나에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가 스무 살 때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따금 가나로 돌아가 그 나라가 햄릿을 해석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고 감사를 전하곤 한다. 시어터 보이스 팟캐스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나로 가서 문화와 죽음, 유령, 마법과 음악에 관한 수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K43_Cover
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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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시에두와 코엘은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드라마 스쿨에서 친분을 쌓았다. 『벌처(Vulture)』지에 따르면, 코엘은 자신이 당시 ‘마을에서 유일한 흑인 소녀’였다고 쓴 적이 있다. 그녀는 길드홀 스쿨이 5년 만에 받아들인 첫 흑인 여성이었다. 졸업 쇼케이스로, 두 사람은 이스트런던 농구장을 무대로 한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다.

(3) 에시에두는 런던 월섬스토에서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그가 열네 살 때 가나에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가 스무 살 때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따금 가나로 돌아가 그 나라가 햄릿을 해석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고 감사를 전하곤 한다. 시어터 보이스 팟캐스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나로 가서 문화와 죽음, 유령, 마법과 음악에 관한 수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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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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