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콩코드의 미망인Widows of Concord’이라는 젊은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가입했지만, 그토록 따뜻하게 감싸주는 임시 가족 안에서도 자신의 직업을 밝히기가 꺼려졌다.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나는 MIT의 천체물리학자”라고 소개하면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랑하는 것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거북하게 느끼면 나도 거북해진다. 그러면 아무도 나랑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조금은 어이없는 말이었다. 직접 만났을 때도, 코로나19 탓에 어떨 수 없이 〈줌〉을 통해 대화했을 때도 시거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시하거나 곤란한 질문을 던져도 그녀는 아주 진지하고 성실하게 대답해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가장 멋진 외계행성은 무엇인가?”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처럼 수시로 바뀌지만 지금은 ‘미니 해왕성’이라는 종류에 마음이 간다고 했다. “당신은 신을 믿는가?” 그녀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아홉 살 즈음에 인도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는 개인 수호신이 있었다. 하지만 시거는 유일신을 믿는 히브리 학교 학생이었고 양쪽이 다 사실일 수는 없었다. “천문학자들끼리 모이면 망원경 외에 어떤 관심사를 나누나?” 당연히 로켓과 〈스페이스X〉 같은 상업용 우주선 회사에도 관심이 있다. “과학계의 상황이 과거보다 여성들에게 호의적인가?” “아니라고 본다.”
그녀는 또 자신의 경험과 상대방의 경험에서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심오한 주제에서 인간을 찾아내는 대단한 재주를 갖고 있다. 우리가 각자 캘리포니아 호손에 있는 〈스페이스X〉 로켓 시설을 방문한 이야기를 나눌 때(그녀는 존경받는 천체물리학자로서 방문했고, 나는 기자로서 취재를 핑계로 로켓을 보러 갔다) 그녀는 그곳의 커피숍과 아이스크림 가게가 꽤 괜찮은데 나더러 혹시 가봤냐고 물었다(나는 가보지 못했다). 천체물리학에서 유난히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녀는 나도 기사를 구상할 때 같은 문제를 겪는지 물었다.
나는 그녀와 동료들이 다른 행성에도 생물이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존재할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그 행성에 가서 그런 생물과 더불어 살 생각은 없는지 질문했다. 그녀는 친구나 가족, 기자들이 노상 묻는 질문이지만 평소에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대기가 너무 짙어서 항상 지구에서 안개가 가장 자욱한 날보다 더 뿌연 행성과, 중력이 너무 커서 그곳에 동물이 산다면 코끼리 같은 굵은 다리와 아주 짧은 몸통을 가져야만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행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것들이 업무상 하는 생각인지, 아니면 재미로 하는 생각인지 물었다.
“대부분은 재미로 하는 생각이다.” 그녀가 대답한다.
그녀는 여러모로 천문학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순수한 열정만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한 대상을 생생하게 만들었다. 밤하늘을 황홀하게 올려다보다가 시거는 평생의 여정을 시작했다. 다른 방식이기는 해도 그녀는 밤하늘을 보며 여전히 설렘을 느꼈다.
사라 시거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금성의 구름 속에서 생명의 흔적이나 생명 자체를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 그녀는 스타셰이드Starshade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우주 망원경과 별 사이를 날아다니며 별빛을 차단해 그 주위의 외계행성을 드러내는 직경 25미터의 거대한 해바라기 모양의 구조물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그녀는 선반에 놓인, 1퍼센트 비율로 제작한 모형을 보여주었다. 그 금속 모서리는 찔리면 피가 날 정도로 뾰족하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모래가 날리는 사막 대기에서 시험 가동을 했다. 그 프로젝트에 청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강연을 할 때 종종 모형을 가져가서 보여준다.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제작했다. 하지만 요즘은 공공 홍보 활동이 없기 때문에 집에서 장식용으로 쓰고 있다.”
스타셰이드 모형 옆에는 지구본이 있지만 평범한 지구본은 아니다. 파랑과 녹색의 작은 지구가 아니라 새까만 표면 위로 물병자리와 큰곰자리, 오리온자리 등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천문학에서 제2의 길을 찾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온 어느 학생의 선물이다. 상대적으로 비전문가였지만 시거는 그를 MIT의 ‘행성 발견’ 팀으로 이끌었다. 이제 그는 행성을 탐색하는 연구팀의 일원이 되었다.
“그가 정말 감사하다며 내게 이 근사한 선물을 보냈다.” 그녀는 내게 그 표면과 구체가 모든 방향으로 회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엄한 파노라마를 담은 이 아름다운 미니어처에 시거는 어린 소녀처럼 매료되었다. 그 모형에는 작은 명판까지 붙어 있었다. 그녀의 이름 밑에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훌륭한 발견”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선물은 기대하지 않았다. 교육과 봉사는 내 직업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그녀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이것을 여기 둔 이유는 우주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우주에 헌신하면 보답을 받는다는 사실을 늘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