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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사라 시거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
글 by Robert Ito. 사진 by Valerie Chiang.

MIT의 천체물리학자, 행성학자인 사라 시거는 수십 년간 태양계 너머의 세계를 탐색했다. 외계행성이라 불리는 이 천체들은 1995년 스위스 천문학자들이 그 가운데 하나인 거대한 페가수스자리 51 b를 발견할 때까지 과학계에서도 수수께끼였다. 외계행성은 천문학에서 매우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다. 아니, 단연코 가장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다른 행성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블랙홀과 초신성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지만 천문학자, 시인, 공상과학 팬의 오랜 꿈은 우주에 우리 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증거를 찾는 것이었다.

시거가 외계행성을 처음 연구할 무렵에는 그 존재조차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 매우 밝은 별이라 촛불이 잔뜩 놓인 방에 스포트라이트를 켠 듯한 효과를 낸다. 행성계를 촬영하면 유일하게 찍히는 것은 별에서 나오는 빛이다. 그 스위스 과학자들은 실제로 페가수스자리 51 b를 보지 못했고, 그것이 태양 역할을 하는 별에 미친 중력 효과를 관찰했을 뿐이다.¹ 당시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외계행성을 연구하는 것은 외계인을 찾는 것만큼이나 무모했다. 존재한다 쳐도 너무 먼 곳에 있는 행성들이라 기본적인 연구조차 시도할 엄두를 안 나지 않았을까?

한때의 틈새 분야는 오늘날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분야에 진입하는 학자 중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외계행성을 연구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대중은 외계행성을 사랑한다. 공상과학을 현실로 만들어주니까.”

그 인기의 대부분은 시거 덕분이다. 그녀는 외계행성의 대기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로 천문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고 이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는 과학자가 되었다. 그녀는 또 TED 강연, 전도유망한 여성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뉴욕타임스 매거진』 등에 실린 기고문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2013년에는 “과학계가 처음에는 회의적으로 취급했던 분야를 급속히 발전시킨” 공로로 일명
‘영재상’이라고도 하는 매카서 펠로십을 수상했다.

최근의 어느 날 오후, 시거는 매사추세츠 콩코드에 있는 자택에서 지극히 매혹적이지만 여러 면에서 이해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는 대상을 어쩌다 연구하게 되었는지 내게 들려주었다. 페가수스자리 51 b를 생각해보자. 발견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과학자들은 그것을 본 적이 없다. 이후로 확인된 수천 개의 다른 외계행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곳에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지구에서 약 50광년 떨어져 있으므로 기존 우주선을 타고 가려면 백만 년 가까이 걸린다. 이런 장애물들을 감안할 때 가까운 미래에 그 행성들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더 알아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² 시거 같은 천문학자로서는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올해의 연구 프로젝트가 수년, 아니 수십 년이 지나도록 결실을 맺을 가망이 없다면 어떻게 연구에 대한 열정을 유지해야 할까?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목표가 흐지부지해질 때가 있다.” 시거가 말한다. “이 분야에 막 진출한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시절, 나이가 지금의 나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학자들이 운이 따라주지 않아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은퇴하는 모습을 보았다.”

시간의 한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품은 채, 시거는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내 인생의 목표가 약간 바뀌었다.”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여전히 또 다른 지구를 찾고, 머나먼 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추적하고 싶지만 그런 인생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금성과 관련한 새로운 연구로 기회를 찾을 생각이다.” 금성의 표면(평균 온도: 462℃)은 생명체가 살기에는 너무 뜨겁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와 C.S. 루이스 같은 판타지 작가들은 이 행성과 그곳의 신기한 주민들에 대해 이론을 펼쳤지만 말이다. 하지만 화성의 구름은 그렇지 않다. 금성 주위의 기체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 대기 중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수증기에 유기 가스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³

오랜 세월 우주의 가장 먼 곳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던 시거는 이제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우리은하에서 추적을 시작했다. “지금은 금성에 직접 탐사선을 보내는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시거는 열 살 때 처음으로 밤하늘에 매료되었다. 온타리오에서 가족과 캠핑을 하던 중 잠을 이루지 못한 시거는 텐트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그녀는 달도 없는 맑은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을 보고 감탄했다. 몇 년 후 토론토 대학 천문학과를 방문한 시거는 별을 보면서 먹고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여섯 살이었던 나는 그런 삶이 더없이 근사해 보였다. 그날이 바로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이후 시거는 첫 망원경을 갖게 되었고, 사랑에 빠졌고(야외 활동을 즐기는 프리랜서 편집자였던 첫 남편 마이크),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별과 밤하늘을 향한 흥미가 실제 천체물리학 연구에 따라오는 “추상적이고 따분한 과정”과 타협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2학년 때 시거는 그만둘지 말지 고민했다. 페가수스자리 51 b의 발견은 그 모든 상황을 반전시켰고, 빅뱅과 그 여파(가치 있는 연구였지만 시거는 그 분야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를 연구하던 시거가 외계행성으로 분야를 바꾸는 데 영향을 주었다.

시거는 2020년에 출판된 감동적이고 눈물겨운 회고록 「우주에서 가장 작은 빛The Smallest Lights in the Universe」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천문학에 얽힌 사연을 풀어놓는다.⁴ 이 책에서 시거는 두 아들의 아버지 마이크가 고통스러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후 그녀가 삶을 이어가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를 보여준다.

나를 천체물리학자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거북하게 느낄 있다

그러면 나도 거북해진다.”

 

( 1 )

외계행성이 완전한 원을 그리며 항성을 공전하지 않으면 항성은 주기적으로 위치를 조금씩 옮기게 된다. 따라서 외계행성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은 불안정한 별을 찾는 것이다.

( 2 )

만약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있다면, 과학자들이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 부르는 곳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항성에서의 거리도 비슷한 구역을 가리킨다.

“대중은 외계행성을 사랑한다.

공상과학을 현실로 만들어주니까.”

( 3 )

지난해에 카디프 대학교의 제인 그리브스가 이끄는 천문학자 팀이 그 대기에서 유독 기체 포스핀을 발견했다. 그들은 그것을 유기체가 생성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 4 )

또 이 책에서 시거는 자신이 자폐증임을 비교적 늦게 깨달았다고 밝힌다. “뭔가에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내 인생의 숱한 의문들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콩코드의 미망인Widows of Concord’이라는 젊은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가입했지만, 그토록 따뜻하게 감싸주는 임시 가족 안에서도 자신의 직업을 밝히기가 꺼려졌다.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나는 MIT의 천체물리학자”라고 소개하면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랑하는 것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거북하게 느끼면 나도 거북해진다. 그러면 아무도 나랑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조금은 어이없는 말이었다. 직접 만났을 때도, 코로나19 탓에 어떨 수 없이 〈줌〉을 통해 대화했을 때도 시거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시하거나 곤란한 질문을 던져도 그녀는 아주 진지하고 성실하게 대답해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가장 멋진 외계행성은 무엇인가?”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처럼 수시로 바뀌지만 지금은 ‘미니 해왕성’이라는 종류에 마음이 간다고 했다. “당신은 신을 믿는가?” 그녀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아홉 살 즈음에 인도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는 개인 수호신이 있었다. 하지만 시거는 유일신을 믿는 히브리 학교 학생이었고 양쪽이 다 사실일 수는 없었다. “천문학자들끼리 모이면 망원경 외에 어떤 관심사를 나누나?” 당연히 로켓과 〈스페이스X〉 같은 상업용 우주선 회사에도 관심이 있다. “과학계의 상황이 과거보다 여성들에게 호의적인가?” “아니라고 본다.”

그녀는 또 자신의 경험과 상대방의 경험에서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심오한 주제에서 인간을 찾아내는 대단한 재주를 갖고 있다. 우리가 각자 캘리포니아 호손에 있는 〈스페이스X〉 로켓 시설을 방문한 이야기를 나눌 때(그녀는 존경받는 천체물리학자로서 방문했고, 나는 기자로서 취재를 핑계로 로켓을 보러 갔다) 그녀는 그곳의 커피숍과 아이스크림 가게가 꽤 괜찮은데 나더러 혹시 가봤냐고 물었다(나는 가보지 못했다). 천체물리학에서 유난히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녀는 나도 기사를 구상할 때 같은 문제를 겪는지 물었다.

나는 그녀와 동료들이 다른 행성에도 생물이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존재할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그 행성에 가서 그런 생물과 더불어 살 생각은 없는지 질문했다. 그녀는 친구나 가족, 기자들이 노상 묻는 질문이지만 평소에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대기가 너무 짙어서 항상 지구에서 안개가 가장 자욱한 날보다 더 뿌연 행성과, 중력이 너무 커서 그곳에 동물이 산다면 코끼리 같은 굵은 다리와 아주 짧은 몸통을 가져야만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행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것들이 업무상 하는 생각인지, 아니면 재미로 하는 생각인지 물었다.

“대부분은 재미로 하는 생각이다.” 그녀가 대답한다.

그녀는 여러모로 천문학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순수한 열정만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한 대상을 생생하게 만들었다. 밤하늘을 황홀하게 올려다보다가 시거는 평생의 여정을 시작했다. 다른 방식이기는 해도 그녀는 밤하늘을 보며 여전히 설렘을 느꼈다.

사라 시거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금성의 구름 속에서 생명의 흔적이나 생명 자체를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 그녀는 스타셰이드Starshade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우주 망원경과 별 사이를 날아다니며 별빛을 차단해 그 주위의 외계행성을 드러내는 직경 25미터의 거대한 해바라기 모양의 구조물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그녀는 선반에 놓인, 1퍼센트 비율로 제작한 모형을 보여주었다. 그 금속 모서리는 찔리면 피가 날 정도로 뾰족하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모래가 날리는 사막 대기에서 시험 가동을 했다. 그 프로젝트에 청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강연을 할 때 종종 모형을 가져가서 보여준다.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제작했다. 하지만 요즘은 공공 홍보 활동이 없기 때문에 집에서 장식용으로 쓰고 있다.”

스타셰이드 모형 옆에는 지구본이 있지만 평범한 지구본은 아니다. 파랑과 녹색의 작은 지구가 아니라 새까만 표면 위로 물병자리와 큰곰자리, 오리온자리 등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천문학에서 제2의 길을 찾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온 어느 학생의 선물이다. 상대적으로 비전문가였지만 시거는 그를 MIT의 ‘행성 발견’ 팀으로 이끌었다. 이제 그는 행성을 탐색하는 연구팀의 일원이 되었다.

“그가 정말 감사하다며 내게 이 근사한 선물을 보냈다.” 그녀는 내게 그 표면과 구체가 모든 방향으로 회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엄한 파노라마를 담은 이 아름다운 미니어처에 시거는 어린 소녀처럼 매료되었다. 그 모형에는 작은 명판까지 붙어 있었다. 그녀의 이름 밑에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훌륭한 발견”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선물은 기대하지 않았다. 교육과 봉사는 내 직업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그녀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이것을 여기 둔 이유는 우주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우주에 헌신하면 보답을 받는다는 사실을 늘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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