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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리아나 핑크

예리한 시각, 삐뚤삐뚤한 그림체의 만화가
글 by Rima Sabina Aouf. 사진 by Andre D. Wagner.

만화가 리아나 핑크는 당신이 남들의 눈에 띄었다고 느끼게 하는 예술, 지금껏 설명이 필요했던 것을 설명하는 예술을 좋아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٥٠만 팔로워도 그녀의 만화를 그렇게 묘사한다. 울퉁불퉁한 검은 선 몇 줄로 표현되는 그녀의 만화는 웃기고 분통 터지고 사려 깊다. 그녀는 『뉴요커』에 연재하며 그래픽 노블 「인간의 조건」, 「Bintel Brief」와 작품집 「익스큐즈미」를 냈다. 이 인터뷰를 할 무렵, 그녀는 브루클린 파크슬로프의 자택에서 여성 신을 주인공으로 「창세기」를 새로이 해석한 책 「빛이 있으라」를 한창 작업 중이었다. Interview by Rima Sabina Aouf

RSA: 당신의 그림은 삐뚤삐뚤한 선이 특징이다. 당신의 작품에서 엉성함은 어떤 역할을 하나?

LF: 그냥 자연스럽게 그리면 어설프게 나온다. 내 딴에는 깔끔하게 그리려고 노력하는 거다. 어릴 때 만화가 솔 스타인버그를 숭배했다. 그는 살짝 떨림이 있는 편안한 선을 그렸다.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떨림이었다. 우리 엄마도 같은 방식으로 그린다. 엄마도 스타인버그처럼 건축 공부를 했는데 아무래도 옛날 건축가의 선은 다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약간의 직업적 성공, 그리고 내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그림을 수백만 번 고쳐 그릴 수는 없다는 점이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선에 자신감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 없는 엉성한 선은 별로다. 그리고 자신감은 어느 정도 자격을 갖췄을 때 생긴다.

RSA: 인스타그램을 주된 창작 플랫폼으로 이용할 때 좋은 점은?

LF: 소셜 미디어는 평가하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추는 대신 진짜 내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주었다. 덕분에 가짜가 아닌 진짜처럼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어느 시점, 아마 예순쯤 되어야 그게 가능했을 텐데, 스물여덟에 그 경지에 오른 것 같아서 좋다.

RSA: 『뉴요커』에 연재되는 상담 칼럼 ‘친애하는 페퍼에게’가 마음에 든다. 어떻게 개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었나?

LF: 상담 칼럼의 제목을 궁리하다가 ‘친애하는 슈가에게’를 참고하고 싶어졌다. 그러자 어릴 때 키운 개 페퍼가 떠올랐다. 내가 개와 잘 공감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모른다. 내게는 왠지 쉽지가 않다. 그래서 항상 관찰을 하는데, 그런 경험을 상담 칼럼으로 옮기고 싶었다. 이 개는 인간의 행동을 깊이 연구하여 훤히 꿰고 있다는 설정이다.

RSA: 지난해는 모두에게 힘겨운 한 해였다. 당신은 어떤 기복을 겪었나?

LF: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힘들었고 너무 예민하게 구는 데도 지쳤다. 전염병이 절정일 때 남자 친구와 나는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욕조에서 옷을 전부 빨았다. 빨래가 어찌나 많던지. 하지만 좋을 때는 정말 좋았다. 할 일을 별로 만들지 않고 지하철을 타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을 즐겼다. 아니, 만나지 않는 게 아니라 집에서 가까운 곳이나 한적한 곳에서 만난다고 해야겠다.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차츰 깨닫고 있다. 원래는 계획이 없었지만 나와 함께 격리 생활을 하려고 남자 친구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과 같이 사는 게 참 좋다. 금방 어른이 된 기분이랄까. 우리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라 술집이며 박물관이며 파티며 돌아다니기 바빴는데 이제는 개를 키우고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다. 한때는 이런 상황이 너무 두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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