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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시그널 부스트

지위 불안은 어떻게 문화를 충동하는가.
글 by Hettie O’Brien. 사진 by Ziqian Liu.

왜 사람들은 특정한 시각적 경향과 문화적 선호에 끌리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그것들을 버리고 다른 걸 택할까? 이에 대해 문화와 지위에 관한 책의 출간을 앞둔 저자 데이비드 막스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특정 행위와 미적 스타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사회집단에는 저마다 특별한 관례가 있다. 관례에 따르는 것은 구성원에게 시그널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다. 새내기 백만장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카드를 꺼내 보이며 다른 백만장자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증명해 보인다. 성공한 사업가는 동료들에게 대학 졸업장을 내보이며 자신이 성공할 만했다는 믿음을 주고받는다.

막스는 이러한 행동과 선택이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개 새로운 처신 또는 행위는 소규모 사회집단-엘리트 그룹이거나 아웃사이더 그룹이거나-에서 자신만들의 배타적인 관행으로 시작되었다가 결국 퍼져나간다.”고 썼다. 이 생각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게 힘입은 바 크다. 막스 베버 역시 “지위 그룹과 함께 생겨났든, 지위 그룹에 의해 지켜져나가는 것이든, 모든 ‘관례’, 모든 ‘생활방식이 양식화되는 것’은 지위 그룹에게 명확한 책임이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전통적인 지위의 시그널에 이상한 변화가 생긴 것은 인터넷의 영향이다. 인터넷은, 나아가 시각적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엘리트급 크레디트 카드와 학위증서 액자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분명하며 효과적이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 끝이 지평선이나 수평선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디자인된 수영장-옮긴이)이 널려 있고, 돈만 내면 자가용 비행기에서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이런 구식의 계급 지위나 문화적 연합의 상징으로는 이제 신뢰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온라인에서는 이전에는 구하기 힘들었던 물건이나 문화적 행동에 접근할 수 있는 장벽이 낮다.

그렇다 보니 좀처럼 손에 넣기 힘든 제품들이 신선한 매력을 지니게 되었다1. 막스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특정 파키스탄 브랜드의, 흰색과 녹색의 하이탑 운동화가 탈레반 군인의 표식으로 여겨졌다는 내용이었는데, 기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오, 나 그 운동화 사야겠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막스에 따르면 몇 주가 지나자 파키스탄의 인터넷 쇼핑몰들이 이 운동화의 전 세계 배송 공지를 올리기에 이르렀다. 이 신발은 특별할 것이 없고, 끔찍한 상황을 떠올리게 할 뿐이지만 손에 넣기 어렵다는 사실이 물욕을 불러일으켰고, <아마존>에서 살 수 있거나 금세 복제되는 대부분의 제품들에는 찾아볼 수 없는 고유성이 부여된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에는 셀 수 없는 상품이 있지만 새롭거나 독창적으로 보이는 것들은 몇 안 된다. 그리고 일시적인 인기를 넘어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들도 사실은 없다.

사람들은 인터넷의 무제한성 때문에 온갖 문화 트렌드들이 무한하게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같은 유력한 플랫폼의 시각적 풍경을 들여다보면 본질적인 보수성이 견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오늘날의 양식적 관례에는 인터넷 시대 이전의 사람들이 보여준 무게감이나 특이성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해당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1970년대가 어땠는지 그려보라거나 기억해보라고 하면 쉽사리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21세기는 그 자체로 뚜렷한 시각적 감성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1) 엘리자베스 큐리드 할켓 교수는 여봐란 듯한 사치품이 눈에 띄게 구분되지 않는 요즘, 부자들이 돈을 쓰는 또 다른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비과시적 소비’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서비스나 교육, 품질(슈퍼마켓이 아닌 농산물 직판장에서 구매)에서의 차별화인 셈인데, 남들과 구분 짓는 배타성이 좀 더 미묘한 형태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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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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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엘리자베스 큐리드 할켓 교수는 여봐란 듯한 사치품이 눈에 띄게 구분되지 않는 요즘, 부자들이 돈을 쓰는 또 다른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비과시적 소비’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서비스나 교육, 품질(슈퍼마켓이 아닌 농산물 직판장에서 구매)에서의 차별화인 셈인데, 남들과 구분 짓는 배타성이 좀 더 미묘한 형태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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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킨포크 4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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