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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장식품의 수명

디자인 오브제의 흥망사
글 by Cody Delistraty. 사진 by Adrien Dirand.

과거에 사람들은 레코드판, CD, DVD, 책, 사진첩 등 실용적이고 개인적인 물건들로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요즘은 이처럼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 대부분이 디지털 형태로 소비되고 저장되다 보니 자주 갈아치울 수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 소품이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로즈골드 파인애플, 주류 트롤리, 흉상, 조그만 꽃병, 전시용 트레이 등이 동원되는데, 이런 물건들은 개인의 취향보다는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동질성을 드러낸다. “나는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사람이야.”라는 뜻을 전달하며, 무엇보다 유행이나 개인의 욕구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집이 교체와 업데이트가 가능한 소품을 이용해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편집’되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트렌드 예측 기관 〈스타일러스〉의 자문 서비스 글로벌 책임자 안토니아 워드가 말한다. 그녀는 이런 현상이 “우리의 습관과 주거지가 인스타그램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방 한구석을 꾸며 사진 찍을 공간을 만든다… 흉한 빨랫감은 화면 밖으로 내보내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다.”¹

하지만 요즘의 ‘편집 가능한’ 소품의 목적은 여러 측면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나비 박제나 지난날의 CD 타워와 동일하다. 우리가 빠져들 수 있는 기억을 제공하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런 기억이 꼭 우리 자신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요즘 경험하지도 않은 과거에 대한 추억인 ‘포스탤지어fauxstalgia’를 포함해, 추억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워드가 말한다. 가정용 소품 쇼핑몰 〈웨이페어〉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임스 체어 모조품과 합판 식기진열장의 힘을 빌리면, ١٩٥٠년대가 한참 지나서 태어난 사람들도 미드센추리모던 라이프를 추구하는 무리에 쉽게 합류할 수 있다. 우리는 또 직접 다녀온 지역에서 구입한 물건에 둘러싸일 필요도 없다. 페르시아 융단은 꼭 이란에서 들여오지 않아도 된다. 〈아마존〉에서 사면 되니까. 터키 차이 세트는 〈엣시〉에서 구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주문할 수 있으니 경험하지 않은 추억도 전시할 수 있다.²

몇 가지 ‘수집용’ 소장품은 여전히 인기다. 특히 책은 지위의 상징이자 기억 저장소로의 위상을 계속 누리고 있다. 이를 테면 책등이 벽 쪽을 향하도록 꽂는 것처럼 진열 방식에 몇 가지 유행은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인테리어 블로거들이 도입한 이 방법은 가정에서 얼마 남지 않은 물리적 소장품 한 가지를 앗아갔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 워드에 따르면, 책의 진열에는 “‘이 책을 다시 읽겠어’, ‘언젠가는 찾아볼 일이 있을 거야’, ‘누군가에게 빌려줘야지’, ‘그 복잡한 요리를 꼭 해내고 말거야’”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결국 우리가 전시하는 물건은 온갖 상상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것이 놓인 공간에서 다른 시간이나 장소로 데려가주는 상징물이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제품디자이너 알렉시스 로이드의 「대서양」에 나오는 표현이다. 로즈골드 파인애플도 개인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지만 새로 유행하는 물건을 들여놓느라 그것을 내다버리면 거기에 얽힌 추억은 어떻게 되는 걸까?

notes

1. 집을 사지 않고 임차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디자인 오브제의 인기에 한몫했다. 시장조사 기관 〈민텔〉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는 소파처럼 고가 품목에 돈을 쓰는 반면 임차인은 쉽게 옮길 수 있는 소품에 지갑을 연다.

2. 거의 똑같은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 인테리어 디자인은 균질화되었다. 2016년에 뉴스 웹사이트 〈더 버지〉에 기고한 논평에서, 카일 차이카는 전 세계적으로 소름 끼치게 비슷해진 접객 시설의 인테리어를 지칭하는 ‘에어스페이스AirSpace’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notes

1. 집을 사지 않고 임차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디자인 오브제의 인기에 한몫했다. 시장조사 기관 〈민텔〉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는 소파처럼 고가 품목에 돈을 쓰는 반면 임차인은 쉽게 옮길 수 있는 소품에 지갑을 연다.

2. 거의 똑같은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 인테리어 디자인은 균질화되었다. 2016년에 뉴스 웹사이트 〈더 버지〉에 기고한 논평에서, 카일 차이카는 전 세계적으로 소름 끼치게 비슷해진 접객 시설의 인테리어를 지칭하는 ‘에어스페이스AirSpace’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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