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 프로이트의 말실수
2010년 12월, 영국의 라디오 진행자 제임스 노티가 정치인 제레미 헌트를 소개하면서 ‘Hunt’의 H를 C로 바꿔버리는 말실수를 했다. 그야말로 유명한 말실수로 기록된 사건이다. 당시 노티가 침착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이런 실수가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지니고 있는 두려움을 반영한 것이라서 더 기억에 남은 것이 아닌가 한다. 무심코 선생님에게 “엄마”라고 부른다거나, 연인에게 헤어진 전 연인의 이름을 부른다든가 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신경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런 혀의 실수가 우리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는 것들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언어적 오류 또는 파라프락시스(parapraxias, 동작 오류-옮긴이)에는 돌연 표면으로 거품처럼 솟아오르는 억압된 무의식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자신의 이름까지 붙인 이 현상에 대한 해석은 그의 많은 다른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현대 심리치료사들에 의해 폐기되었다. 대신 프로이트의 말실수는 언어에 얽힌 훨씬 더 평범한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노티의 사례에서도, 그의 성에 있는 ‘H’와 문화부 장관이라는 직책의 ‘Culture’에 있는 C가 어쩌다 보니 뒤섞인 것에 불과하다. 노티 외에도 많은 베테랑 방송인들이 비슷한 실수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프로이트식으로 보면 정치인에 대한 무의식적 혐오, 기관 전체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냥 아주 재미있고, 대단히 불운하며, 무고한 실수였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