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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파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진부한 비교의 대상이 된 도시.
글 by Allyssia Alleyne. 사진 by Armin Tehrani / Værnis Studio.

 

파리는 어느 지역에나 있는 것 같다. 상하이, 부쿠레슈티, 카불, 퐁디셰리는 ‘동방의 파리’, 코펜하겐, 바르샤바, 리가는 ‘북쪽의 파리’다. 대서양을 건너가면 아바나(‘카리브해의 파리’), 디트로이트(‘중서부의 파리’), 캔자스시티(‘평원의 파리’), 몬트리올(‘신세계의 파리’)에도 파리가 있다. 1943년에 윈스턴 처칠은 카사블랑카 정상회담이 끝나고 프랭클린 D. 루스벨트를 마라케시에 데려가기 위해 이 도시를 ‘사하라의 파리’라고 불렀다.1

카페, 진보적 가치, 가로수길, 아르데코 양식 아파트를 근거로 하는 비교는 아니다. 이런 요소들은 주로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도입된다. 사실 물리적 유사성은 논점이 아닐 때가 많다. 파리를 끌어다 붙이는 이유는 어떤 장소가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방문하는 상징적인 도시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서양에서는 별로 인지도가 없거나 검증되지 않은 도시를 친숙하고 황홀하며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인 셈이다.

이런 표현 방식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서양의 매력적인 도시라는 파리의 이미지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17-18세기 상류층 남성들의 통과의례인 ‘유럽 그랜드 투어’에서 프랑스의 수도는 빠지는 법이 없었다. 산업화 이후 19세기에는 해외여행이 저렴하고 수월해지면서 파리는 감탄을 자아내는 웅장한 건물, 관광객, 자유로이 거닐 수 있는 대로, 우아한 상점이 즐비한 멋진 유럽 도시의 전형이 되었다.

1873년에 미국의 역사학자 존 스티븐스 캐벗 애벗은 1852-1870년에 걸친 나폴레옹 3세의 짧은 통치 기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도시는 누가 봐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영국인들은 파리의 훌륭한 명소들을 찾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는 수천 명의 미국인 여행자들이 런던을 프랑스의 수도로 가는 징검돌로 취급한다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세기를 거치면서 파리와 비교하는 표현법은 더 흔해졌다. 각종 신문 기사나 여행 안내서들은 덜 알려진 지역을 파리와 엮어 인지도를 끌어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구호처럼 변한 상투적 표현인 ‘X의 파리’는 본질적으로 안이하고 비겁하다. 이런 유럽 중심적 시각에서는 기존 강대국의 인식과 서구 문화에 부합하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이 표현은 시야가 좁고 세상을 잘 알지 못하던 시대의 낡은 유물로 보인다. 세계화와 대중매체가 문화를 동질화하면서 이제는 색다름이 더 큰 매력이 되었다.

사하라의 파리를 찾겠다고 마라케시로 여행 간 사람은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처칠이 그랬듯 지극히 이국적인 풍광에 매료될지도 모른다. “사막에서 솟아난 야자수의 광활한 숲을 거니는 나그네는 한없는 햇살 속에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누리고, 충만함을 안겨주는 눈 덮인 아틀라스산맥의 장엄한 풍경 앞에서 명상에 빠진다.” 1936년 『데일리 메일』 기사에서 처칠은 자신을 ‘사로잡은’ 도시를 이렇게 찬미했다.

진부한 표현 너머를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항상 파리를 끌어와야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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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은 모로코에 홀딱 빠져 그곳에 머무른 기간에 자그마치 40점의 그림을 그렸다. 1943년 카사블랑카 회담이 끝나고 그린 「쿠투비아 모스크의 탑」은 결국 안젤리나 졸리의 손에 들어갔다. 그녀는 2021년 3월에 그 작품을 경매에서 990만 달러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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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은 모로코에 홀딱 빠져 그곳에 머무른 기간에 자그마치 40점의 그림을 그렸다. 1943년 카사블랑카 회담이 끝나고 그린 「쿠투비아 모스크의 탑」은 결국 안젤리나 졸리의 손에 들어갔다. 그녀는 2021년 3월에 그 작품을 경매에서 990만 달러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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