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에 대해 생각함

최근 데뷔한 소설가 패트리샤 록우드가 2021년 부커상 후보가 되었다. 이 존경받는 영국의 문학상이 그녀의 책을 최종 후보에 올린 것인데, 그녀의 소설 아무도 이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No One Is Talking About This)는 인터넷 중독의 극단성을 드러내는 문체로 씌어 있어, 역사적인 권위를 지닌 상의 입장에서는 누가 봐도 대담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록우드는 바로 그 부분을 지적하며,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소설은 ‘부커상답지 않다’고 말한 기자에게 반문했다. “부커상이 냉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간 부커상은 후보를 선택할 때 엘리트들의 찬사와 대중의 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잘 유지해야 했다. 샬럿 히긴스는 『가디언』 지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만약 수상자들이 너무 무명이면 대중들이 불평을 토해내고, 책 거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썼다. “그렇다고 해서 상이 너무 주류로 방향을 트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 부커상은 상업성을 뛰어넘는 더 높은 기준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부커상의 조직위에서도 신중하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예술계에서는 기존에 있던 상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상을 제정하곤 했다. 히긴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콩쿠르상이 ‘노벨을 계기로 제정된 상’인 반면, 부커상은 ‘콩쿠르와 경쟁하기 위해’ 생겨났으며, 뒤이어 ‘부커상을 본받기 위해’ 터너상이 생겼다고 썼다. ‘개념예술’을 하는 미술가에게 수여하는 터너상은 종종 수상자 선정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결국 ‘안티 터너상’이 생겨나는 계기를 제공했다. 안티 터너상은 ‘영국 최악의 아티스트’에게 4만 파운드의 상금과 함께 수여되며, 터닙상(Turnip Prize, 터너상의 패러디-옮긴이), 올해의 예술 광대상도 같은 맥락이다¹. 영국의 여성소설상과 프랑스의 페미나상은 앞서 말한 문학상의 성차별에 대한 반동으로 제정되었으며, 뛰어난 비(非)백인 작가들을 치하하는 수많은 노력이 –금전적인 위로에 그치는 면이 있지만- 있어왔다. 잘락상, 케인상, 몰리상 등이 그런 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상이 눈에 보이는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 저도 모르게 그 실패자가 누구인지를 콕 집어 안내하는 형국이 되기 쉽다. 제니 G. 장은 『고커(Gawker)』 지에 기고한 글에서 글쓰기와 미디어에서의 소외된 정체성의 역할에 대해 논하면서, 차별 철폐 조처라는 것이 사실은 냉소적이며 이기적인 뿌리를 지니고 있어서 결국 지배 권력의 체제 편에 서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설명했다. “그런 노력이 가치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장은 말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상의 객관적인 타당성이 점점 빛을 잃자, 껍질이 벗겨져나간 상의 본질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상이란 것이 우리 생각 이상으로 반응적이며, 하나의 특정한 상황에 대한 반응에 지나지 않을 때도 꽤 있다는 것이다. 대단한 영향을 끼친 SF 작가, 고 어슐러 르귄은 상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으로도 유명했다. 2017년에 『파리 리뷰』에 쓴 글에서 그녀는 “한 기관으로부터 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 기관에 흡수되고, 그 기관을 상징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로부터 5년 후, 그녀가 남긴 재산으로 1만 8천 파운드의 상금을 걸고 그녀의 이름으로 소설 상을 제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