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들은 점성술에 매료된 뉴에이지 바람이 어떻게 1960년대와 70년대 미국에서 부상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국외에서는 베트남전쟁, 국내에서는 대규모 시위나 정치적 위기에 어떤 식의 공세를 당했는지 추적해보았다. 1967년, 강경한 노선의 반전 시위자 5만5천명이 펜타곤으로 행진했다. ‘이피스yippies’로 알려진 이 급진주의 운동가들은 미 국방부 본부의 귀신을 몰아내고 건물을 공중에 띄우려는 시도를 했다. (비록 건물이 떠오르진 않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시인 알렌 긴스버그는 이렇게 썼다. ‘펜타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상징적으로 떠올랐다. 그때까지 의심 받거나 도전받지 않았던 권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작가 미셸 골드버그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의 현재와 역사를 언급했다. ‘전통적인 제도와 신념이 붕괴될 때 사람들은 문화적 절망과 우주를 향한 희망 사이에 사로잡혀 마법에 눈길을 돌린다.’
그러고 보면 도널드 트럼프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에서 마법과 주술이 부활한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의 당선 이후, 전국 각지의 마녀 그룹은 초와 타로 카드, 재떨이, 그리고 트럼프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사진들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을 향해 주문을 걸었다. 심지어 팝스타 라나 델 레이도 트위터를 통해 팬들에게 저주를 위한 재료를 모아달라고 간청하며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마녀사냥’을 그의 트레이드마크 구호로 채택했는지 2016년 선거 캠페인에 그와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조사가 있을 때마다 단골 레퍼토리로 써먹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 유세 동안 트럼프의 지지자들로부터 마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클린턴을 사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슷한 비난이 미연방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와 낸시 펠로시에게도 쏟아졌다.
15세기부터 19세기 사이 유럽과 북미에서 자행된 수많은 마녀 재판과 처형의 원인을 제공한 책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것이 바로 15세기 마녀 사냥 가이드북인 말레우스 말레피카룸(마녀의 망치)이다. 그 책에는 교육받은 남성들은 ‘정통한’ 마법을 재미 삼아 조금 해보는 것에 그치는 반면 여성은―지성이 부족하다고 ‘알려진’ 족속이고 ‘격정’에 약한 감수성 때문에―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위험한 마녀로 둔갑하기 쉽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성을 비난하는 이런 사람들에겐 그들이 여성에 대한 허용치로 정한 좁은 틀을 넘어서는 모든 여성이 마녀인 것이다. “마녀는 페미니스트예요. 왜냐하면 그런 여성들은 ‘여성스러운’ 수동성과 침묵 같은 개념에 저항하기 때문이죠. 그런 여성들은 원하는 것을 취하고자 하고 권력과 힘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라고 타마스는 설명한다.
마법과 주술을 법으로 금하던 16세기 유럽에서 악마(그리고 그에게 굴복하는 여자들)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은 ‘권력자에게 보고할 만한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언제나 준비돼 있었음’을 의미했다고 데이비스는 말한다. 오늘날에도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마법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집요한 의심의 대상이 되며 때로는 그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소위 마녀로 알려진 사람들 중에 매년 수천 명이 죽임을 당한다. 올 여름에도 인도, 가나 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서 마법에 대한 의심 때문에 그런 혐의를 받은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구 사회에서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마녀들이 발전하고 탐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커뮤니티를 제공해왔다. 뿐만 아니라 가마솥, 뾰족한 모자, 그리고 주문(이런 것들이 마녀의 모습이기도 하지만)으로만 대변되던 마녀들에게 더 다양하고 친근한 모습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니콜레트 클라라 아일스는 6년째 마법에 심취해 있는데 주로 점占과 타로에 집중한다. “저는 마술을 삶에 대해 알려진, 혹은 알려지지 않은 면, 우리가 속한 집단 그리고 나 자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라고 봅니다. 다른 면으로는 조상들의 깨달음이나 지혜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죠.” 아일스에게 마법은 단순한 의식, 그 이상이다. 마법은 세상을 향한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이성적인, 한계에 갇힌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인정함으로써 전통에 묶여 있는 자신에게 다른 길, 자기 자신보다 커다란 움직임을 허락해주는 것이다.
마법의 세계 안에서도 아직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동안 ‘좋은 마법’ 혹은 ‘하얀 마법’ 그리고 ‘검은 마법’이란 개념이 존재해 왔어요.”라고 아일스는 말한다. 그들은 이것을 일종의 차별로 본다. “본질적으로는 인종차별이죠. 타인에 대한 이해가 배재된, 무지에 뿌리를 둔 개념으로 식민시대의 백인 우월주의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요.” 서구사회의 대중문화에서 사랑 받아온 마녀들의 대다수―사브리나, <참드Charmed>의 자매들, <비위치드Bewitched>의 사만다―는 모두 백인이고 전통적으로 미인이며 위협적이지 않다. 이런 특징들은 한 세기 이전 뇌리에 떠오르던 급진적이고, 위험한, 그리고 때로는 인종적 소수자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마녀에 관한 소재와 이야기들은 아직도 너무나 많다. 그리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마녀 문화의 대중문화로의 편입과 상업화도 증가했다. 2018년, 화장품 체인인 세포라는 ‘초보자를 위한 위치 키트’(세일가:42달러)를 출시했다가 마녀들의 반발로 상품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마법 종사자들과 그들이 마법에 쏟는 관심은, 상업적인 주류로 편입된 데에서 오는 광채와 호의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스스로 끊임없이 새로운 발견을 추구하는 데에 집중할 뿐이다. 비록 오컬트로의 회귀를 진전이 아닌 후퇴―계속해서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안전과 의미를 추구하는 것―로 간주하고 싶은 유혹이 있을 수 있으나 마법은 더 많은 의문과 계시를 위한 활로를 열어주는 끊임없이 창의적인 과정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죠.” 아일스는 이렇게 말한다. “마법은 세상에서 길을 찾아나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