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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s & Culture

나쁜 아이디어:
고정관념

‘이국적’ 글꼴이 주는 흔한 민망함.
글 by Debika Ray. 사진 by Stephanie Gonot.

코믹 샌스Comic Sans를 만든 빈센트 콘네어는 세계 최악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 이 글꼴을 오랜 세월 옹호했다. 이 발랄한 글꼴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에게 그는 2014년 디자인 매거진 『디진Dezeen』에서 “디자인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고 일갈했다.

특정 브랜드의 기원이 외국임을 암시하기 위해 외국 문자의 특성을 차용한 이른바 ‘민속 서체’에 대해서는 그처럼 목소리 높여 싸고도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계속해서 서구 국가의 식품 라벨, 레스토랑 메뉴, 포스터에서 눈에 거슬리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흉내를 내는 알파벳은 식사를 앞두고 동행들에게 ‘본 애플 티bone apple tea(‘맛있게 드세요’라는 뜻의 프랑스어 ‘bon appétit’를 흉내낸 말 – 옮긴이)’라고 말하는 영국인 관광객만큼 진심이다.

붓글씨로 쓴 한자를 모방한 소위 ‘찹 수이chop suey’ 글꼴은 19세기부터 미국에서 사용되었으니 그것이 가리키는 음식 이름만큼이나 미국적이라 할 수 있다. 인도 제품에서는 데바나가리 문자에 쓰이는 가로 연결선을 완벽하게 그려 넣은 서체를 볼 수 있으며, 중동과의 관련성은 아랍 문자를 기막히게 모방한 글씨체로 추측할 수 있다. 때로 글자는 비슷하게 생긴 다른 문자로 대체되기도 한다. 이를 테면 ‘E’와 ‘O’ 대신 그리스 문자시그마(Σ)와 오메가(Ω)를 쓰는 식이다. 이런 관행은 R과 N이 키릴 문자 Я(‘야’로발음)과 И(‘이’로 발음)처럼 소리가 전혀 비슷하지 않는 문자로 바뀔 때 더 큰 혼란을 준다.

이런 글꼴이 인기를 얻은 이유, 심지어 소수민족 집단에서조차 외국인 대상 마케팅의 수단으로 채택하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점차 기피 대상이 되는이유도 분명하다. 문화적 고정관념을 무성의하게 차용한 이미지에 덧붙이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래픽디자인과 광고 업계에 인종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이런 글꼴의 사용은 오랫동안 비서구 문화에대한 편협하고 협소한 인식을 조장했다. “단순하든 현란하든 모든 활자와 디자인은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2019년 인터뷰에서 디자이너 트레 실즈Tré Seals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시민권 행진,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여성 참정권 투쟁, 스톤월 항쟁 같은 행사의 시위 표지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소수 문화를 그래픽디자인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보컬 타이프Vocal Type라는 단체를 설립했다.¹ 그의 목표는 “우리가 속한 업계의 잘못된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섬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관심을 갖는” 그래픽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 1 ) 실즈는 현재 W.E.B. 두 보이스의 인포그래픽에서 영감을 받은 서체를 개발 중이다. 두 보이스의 인포그래픽은 1900년 파리 박람회에서 새로운 세기를 맞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을 기리고 그들의 발전을 막는 구조적 압력을 폭로할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좋은 아이디어:

색다른 서체

글꼴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기준을 잔뜩 담고 있음을 인식한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디자인을 새로 내놓고 있다. (사실상 많은 국가에서 로마자를 문자로 사용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그래픽디자이너들은 이 과제를 특히 시급히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짐바브웨 태생의 그래픽 디자이너 오스먼드 츠마는 2014년, 영국 제국주의 시대에 나온 인종차별적 광고의 활자 요소를 차용해 식민지 바스타드 로즈Colonial Bastard Rhodes라는 서체를 만들었다. 그의 서체는 겉보기에 중립적인 글꼴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실릴 수 있는지를 대놓고 강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그가 나중에 인터뷰에서 설명했듯이, “식민주의는 문명이라는 익살극을 뒤집어쓴 야만적인 행위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창작된 서체에서는 만화 같은 아프리카 ‘부족’ 스타일 글꼴을 미세하게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케냐의 그래픽 아티스트 케빈 카란자는 2013년에 고대 아프리카의 서체와 기하학적 형태에 대한 그의 애정을 담아 샤르베Charvet라는 글꼴을 만들었다. 한편, 아프리카-포르투갈 요리를 제공하는 유명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난도Nando〉의 상징적인 서체는 2016년에 간판 아티스트 막스 살리무가 나무 판에 바로 그려 넣은 글꼴로 바뀌었다. 당시 이 프랜차이즈의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 “이 서체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려줄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을 그 중심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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