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처럼 순간적인 것을 어떻게 포착해 종이 위에 남길 수 있을까? 춤동작을 기록하는 무용 기보자들에게 갖는 의문이다. 앨리슨 커티스-존스는 런던의 트리니티 라반 음악 무용학교의 무용 기보자이다. 그녀의 전문 분야는 현대무용의 선구자인 루돌프 라반의 작품이며, 인간의 몸을 움직임에 대한 역동적인 기록보관소로 여기는 사고를 연구한다. TF: 춤동작을 어떻게 종이에 기록하나? ACJ: 종이에 표기된 기호를 이용해 음악을 녹음할 수 있지만, 라반의 시대에는 움직임을 그런 식으로 기록하는 방법이 없었다. 1918년, 그는 인간의 몸이 어떻게 조직되었는지 살펴보고 훗날 라바노테이션Labanotation이라 불리는 움직임을 기록하는 체계를 고안했다. TF: 어떤 방식인가? ACJ: 종이에 막대기가 여러 개 그려져 있다. 몸은 세로축이며, 기호는 움직임의 방향과 정도, 지속 시간을 나타낸다. 이것들을 더 확장하면, 안쪽에는 코어, 다리, 머리를, 바깥은 팔과 어깨부터 팔꿈치, 손목, 손, 손가락이다. TF: 다른 무용 언어도 있나? ACJ: 베네쉬 기록법이 있다. 루돌프 베네쉬가 창안한 방법인데, 처음에는 발레 동작을 기록하는 데 사용되었다. 악보처럼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읽어가는 방식이다. TF: 라반 기보법은 효과적인가? ACJ: 사실 라반도 자신이 고안한 체계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역동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이밍과 지속 시간은 알 수 있지만, 동작이 강한지 부드러운지 힘의 정도를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나중에 힘을 설명하는 다른 체계를 고안해냈다. TF: 기보법이 오늘날에도 사용되는가? ACJ: 전 작품의 움직임을 기록하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훈련된 시각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점점 덜 사용되는 추세다. 우리 학교에서도 더 이상 가르치지 않는다. 또한 기술 발전의 문제도 있다. 핸드폰 동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는데 왜 번거롭게 기록하겠나? TF: 당신은 매일 어떤 일을 하나? ACJ: 기보가 분실된 라반의 작품, 즉 기록이 전해지지 않는 작품을 본다. 중요한 리뷰와 사진을 보면서 오늘날에 맞게 그의 작품을 재구상한다. TF: 춤의 역사를 발굴한다는 건 어떤 가치가 있나? ACJ: 다른 예술에 비하면 춤의 역사는 짧다.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런 점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연기 훈련을 한다면 당연히 셰익스피어를 배우는데 말이다. TF: 기보법이 생기기 전에는 춤이 어떻게 전해졌나? ACJ: 「백조의 호수」 같은 고전 발레는 사람에게서 전해졌다. 댄서의 몸이 기록저장소 역할을 하여, 경험, 훈련, 역동성, 표현력, 공간에 대한 이해 등 역사를 전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의구심이 든다. 몸의 기억이 핸드폰으로 제대로 옮겨질까? 그래서 작품을 무대에 다시 올릴 때 무용수들에게 녹화한 장면을 보지 못하게 한다. 춤은 몸의 기억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TF: 소실된 춤이 있다니 가슴이 아프다.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녹화 기술 덕분에 더 이상의 춤이 소실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ACJ: 우리는 지금 포화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이젠 모든 것을 녹화할 수 있지 않나. 그러면 영속성이 사라진다. 금세 새로운 것으로 옮겨가니 말이다. 과거에는 중요한 작품이 있으면 다른 데서는 볼 방법이 없으니 극장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문가이든 아마추어든 간에 모든 작품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TwitterFacebookPinterest Related Stories Arts & Culture 엘라 알샤마히 세계 최대의 분쟁 지역에서 역사를 발굴하는 과학자 - 탐험가 Arts & Culture 대안 우파 웰니스의 연결 고리 대안 건강이 대안 우파와 만나는 곳. Arts & Culture 린지 피플스 와그너 당신의 스타일을 바꿔라. 당신이 몸담은 업계를 바꿔라. 다음 세대의 인생관을 바꿔라. 카일라 마셸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틴 보그』 편집장을 만난다. Arts & Culture 컬트룸 피터 스미섹 대중목욕탕의 영광에 몸을 담그다 Design Arts & Culture 추억의 도구 다마고치에서 카세트테이프까지: 한 세대를 풍미한 기술을 돌아보며. Arts & Culture 아주 특별한 나 너 나 없이 운세에 빠지게 되는 이유.
Arts & Culture 린지 피플스 와그너 당신의 스타일을 바꿔라. 당신이 몸담은 업계를 바꿔라. 다음 세대의 인생관을 바꿔라. 카일라 마셸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틴 보그』 편집장을 만난다.